세 차례 남북 정상회담서 北 인권 언급 無
北 선원 강제 북송 등으로 자국민 인권마저 제약
"정부, 최소한의 노력이라도 해야"
오는 19일은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 씨가 숨진 지 3년이 되는 날이다. 웜비어 씨는 북한의 한 호텔에서 정치선전물을 훔치려 했다는 이유로 17개월 간 억류됐다. 이후 구체적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채 혼수상태로 미국에 송환된 그는 엿새 뒤 세상을 떠났다.
지난 3년 간 웜비어 씨 부모의 투쟁으로 베일에 싸여있던 북한 '돈'까지 수면 위로 드러났지만, 북한 인권 문제는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했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내세우며 북한과 대화해온 문재인 정부가 인권이라는 기본적 가치에 대해 소홀했다는 지적이다.
이정훈 전 외교부 북한인권대사는 통화에서 "정상회담이 세 차례나 있었는데 납북자, 국군포로 등 강제송환 문제 등이 전혀 다뤄지지 않았다"며 "북한 인권 실태는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이 전 대사는 실질적 평화 구현의 핵심 요소로 비핵화와 인권 증진을 꼽으며 "사실상 핵 문제는 우리가 주도하기 어렵지만, 인권 문제는 우리가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다. 진정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선 인권 문제는 반드시 우리가 주도권을 갖고 짚고 가야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김태훈 한반도 인권‧통일 변호사 모임(한변) 회장은 통화에서 "현 정부 들어 북한 인권 언급 자체가 없는 것 같다"며 "인권변호사 출신 대통령이 2500만 북한 주민 인권에 대해 얘기하기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정부, 자국민 인권 문제까지 외면"
대북전단 금지법으로 기본권 제약
北 선원 강제 북송까지
북한 인권을 외면해온 현 집권세력이 탈북민 인권마저 도외시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북한이 요구한 '대북전단 금지법'을 당정이 실제 추진에 나서자 기본권(표현의 자유) 제약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김태훈 한변 회장은 "현 정부의 북한 인권 외면이 대북전단 금지법 추진으로 절정에 이르고 있다"며 "반인권 국가 오명을 뒤집어쓰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한변은 탈북민 단체들과 협의해 정부에 민형사적 책임을 묻는 소송을 진행할 예정이다.
북한 특수부대원 출신인 이웅길 새터민라운지 대표는 통화에서 "접경지역 주민을 생각하면 공개적인 대북전단 살포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자유를 보고 왔는데 자유를 막겠다고 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되물었다.
이 대표는 접경지역 대북전단 살포자를 현행범으로 체포할 수 있다는 경기도의 입장과 관련해 "탈북민 입장에선 사실상 북한과 똑같은 조치라고 본다"며 "이건 뇌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북한 선원 2명에 대한 강제 북송 조치가 현 정부의 인권의식을 고스란히 드러내준다는 지적도 나왔다.
인권조사기록단체인 전환기정의워킹그룹의 이영환 대표는 통화에서 대북전단 금지법 제정 추진과 강제 북송 사건을 "한국 정부가 인권침해에 사실상 가담한 사건"으로 평가하며 "북한 인권 문제만을 외면한 게 아니라 우리 국민 인권 문제까지 외면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헌법상 우리 국민인 북한 주민을 정부가 보호하긴커녕 '진정성이 없다'는 이유로 귀순 의사까지 묵살하고 북한으로 되돌려 보낸 건 자국민 인권을 침해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평가다.
北 인권 증진 위한 노력 계속되고 있어
정부 전향적 자세가 우선돼야 한다는 평가
"인권은 인류 보편적 가치로 좌우가 없어"
정부 외면 속에서도 사각지대에 놓인 북한 인권 증진을 위한 다양한 고민은 이어지고 있다. 북한 인권이라는 개념적 용어 대신 피부에 와닿는 표현을 활용해 관련 이슈 주목도를 높이려는 시도가 특히 눈길을 끈다.
이영환 대표는 "북한 인권이라는 용어 말고 우리 국민이 '우리 일이다' 느끼게 할 만한 용어나 개념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며 "탈북민, 국군포로 등 피해자 중심주의에 입각해 '북한 정권에 의한 피해자'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납북 문제 등 인권 이슈와 관련한 국제적 공조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납북자 문제가 한일 양국의 공통분모가 될 수 있다며 갈등 사항과는 별개로 "실리적 공조 채널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북한 인권 증진을 위한 민간 차원의 움직임이 계속되는 가운데 정부의 전향적 태도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6.25 전쟁 70주년이 목전에 다가온 만큼 납북자 및 억류 피해자에 대한 정부 차원의 적극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이정훈 전 대사는 "인권은 인류 보편적 가치로 좌우가 없다"면서 "전시 납북자, 전후 납북자, 국군포로들의 생사확인 조차 안 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가 최소한의 노력이라도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