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기본소득 vs 사회보장' 정책 세미나 개최
안철수 "인기 영합적 수준 벗어나 성숙한 논의 시작해야"
연사 양재진 교수, 기본소득 비판적 평가…부작용 우려
이태규 "기본소득·사회보장 중 무엇이 사회정의에 부합하는가 깊게 생각해 볼 것"
보수 야권이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른 기본소득 관련 연구에 한창이다. 미래통합당과 국민의당 모두 각종 세미나·강연을 통해 '열공 모드'에 들어간 가운데, 정부 차원의 공식 논의 기구 설립을 촉구하고 나섰다. 무조건적이고 포퓰리즘적인 도입이 아닌, 신중하고 철저한 논의를 통해 우리 경제 실정에 맞는 '한국형 기본소득' 도입을 이뤄낸다는 복안이다.
국민의당은 1일 국회에서 '기본소득 vs 사회보장 : 한국복지국가가 가야할 길은?'이라는 주제로 정책 세미나 '온(on)국민 공부방'을 개최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인사말에서 "표계산이나 인기 영합적 수준의 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국가의 미래 경쟁력과 불평등·사각지대 해소 등 진정한 복지국가로의 도약을 위해 성숙한 논의를 시작해 나가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단순히 선거에서 국민들의 표심을 잡기 위한 선심성 논의를 넘어 진지한 정책적 고민이 선행돼야 한다는 뜻을 강조한 것이다.
이날 세미나의 연사로 나선 인사는 양재진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였다. 양 교수는 그간 기본소득 문제와 관련해 줄곧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해 온 바 있다.
양 교수는 "기본소득이라는 것이 개인에게는 푼돈같은 작은 돈일지 모르지만 대상자가 전체 국민이 되면 막대한 재정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1만원씩 기본소득을 준다 하면 6조 2천억원이 들어가는 것이 사실"이라며 "예산은 제한돼 있고, 이게 기본소득이라는 큰 덩치에 쓰이게 되면 아무래도 다른 복지 부문이 위축될 게 보인다. 그런 부분에서 경각심을 드리기 위해 비판적인 말을 많이 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진 강의에서 양 교수는 기본소득이 가져올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 우려의 메시지를 전했다. 양 교수는 소득 보장·사각지대 해소·소득 재분배·소비 증대 효과 등 일반적인 복지 제도 시행을 통해 기대하는 효과를 기본소득의 경우에는 기대하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양 교수의 분석은 모두에게 낮은 금액이 주어지기 때문에 실질적 소득 보장과 사각지대 해소에 도움을 줄 수 없으며, 모두에게 같은 금액을 나눠주기에 소득 재분배 효과가 사라지며, 소득 대비 지출 비율을 고려할 때 소비 증대 효과도 현재의 제도를 뛰어넘기 어렵다는 내용을 골자로 했다.
양 교수는 "기본소득은 복지가 아니다. 복지국가의 사회보장 원리와 기본소득의 원리는 많이 다른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세미나에 참석한 이태규 의원은 "기본소득과 사회보장 문제는 다음 대선에서 가장 큰 이슈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무엇이 실질적 자유고 사회정의에 부합하는가에 대해 국민의당이 깊게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통합당, '기본소득 도입 연구 위한 법률 제정안' 발의
정부 차원 5년 단위 연구계획 수립·대통령 직속 연구위원회 설립 주장
성일종 "향후 수십년 연구 필요…하루빨리 국가적 차원 연구 시작해야"
한편 미래통합당 또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선제적 담론 제시에 이어 관련 법안 발의를 통해 대통령 직속 '기본소득 도입 연구위원회' 설립을 주장하며 논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성일종 통합당 의원이 전날 발의한 '기본소득 도입 연구를 위한 법률 제정안'을 살펴보면, 기본소득 도입 연구를 위해 정부가 5년마다 연구계획을 수립해 국회에 보고토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통합당 역시 당장의 시행보다는 중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해 신중하게 기본소득 문제에 임하겠다는 의지를 법안에 담았다는 평가다.
해당 법안은 지난 1972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연금제도의 도입방안에 대해 연구를 지시해 15년 후 도입을 이뤄낸 사례를 벤치마킹했다. 의료보험 또한 정부가 1959년 '건강보험 도입을 위한 연구회'를 발족한 이후 29년이 걸려 1989년 전 국민을 대상으로 실시된 사례가 있다.
성 의원은 "연금제도나 의료보험의 예처럼 기본소득의 도입도 실제 도입까지는 국가적 차원에서 장기간의 연구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지금부터 연구를 시작해야 한다"며 "기본소득은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기존 산업 생태계의 파괴를 완충해 줄 최고의 대안으로, 향후 수십년의 연구와 사회적 논의가 우선돼야 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하루빨리 국가적 차원의 연구를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