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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보증대출 역대 최대…코로나發 300조 '폭탄 돌리기'


입력 2020.07.06 06:00 수정 2020.07.05 20:01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1년 새 32.9조, 올해만 10.7조 급증…위험 회피 수단 '부각'

대출 부실 가시화 시 금융권 전반으로 리스크 확산 '불가피'

국내 5대 은행 보증대출 잔액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은행들이 스스로 차주의 담보나 신용을 평가하지 않고 외부 기관의 보증을 전제로 내준 대출이 300조원에 육박하며 사상 최대 규모까지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이하 코로나19) 여파로 대출의 질을 둘러싼 우려가 커지자 은행들의 보증 요구가 더욱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권에서는 이 같은 폭탄 돌리기식 보증대출이 우리 금융 시장의 잠재적 불안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들이 보유한 보증대출 잔액은 올해 1분기 말 기준 총 282조2496억원으로 지난해 말(271조5029억원)보다는 4.0%(10조7468억원), 1년 전(249조3860억원)보다는 13.2%(32조8637억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올해 은행들의 보증대출 취급액은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많은 액수이다.


주요 대형 시중은행들 대부분 보증대출을 빠르게 확대하는 모습이다. 우선 KB국민은행의 보증대출 잔액은 올해 1분기 말 46조3138억원으로 지난해 말(43조5533억원)보다 6.3%(2조7606억원) 증가하며 최대를 기록했다. 신한은행의 보증대출도 같은 기간 43조839억원에서 45조3620억원으로 5.3%(2조2781억원) 늘었다.


아울러 NH농협은행 역시 38조5018억원에서 40조8824억원으로, 하나은행도 34조4236억원에서 36조2016억원으로 각각 6.2%(2조3806억원)와 5.2%(1조7781억원)씩 보증대출이 증가했다. 우리은행의 보증대출만 42조216억원에서 41조9848억원으로 다소(0.1%·368억원) 감소한 정도였다.


이처럼 은행들이 외부 보증을 기반으로 한 대출을 선호하고 있는 현상은 예전보다 여신 리스크에 민감해졌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돈을 빌려준 차주에게 불의의 변수가 생겨 대출에 부실이 발생하더라도, 보증대출은 관련 기관의 변제를 통해 자금을 회수할 수 있어서다. 이 때문에 은행 입장에서 보증대출은 담보·신용대출에 비해 안정성이 높은 여신으로 평가된다.


더욱이 예기치 못한 코로나19는 이런 흐름을 한층 부채질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 심화로 차주들의 경제적 여건이 나빠지면 은행의 대출 회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은행들이 최근 1년 간 실행한 보증대출 중 3분의 1이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올해 1분기에 몰려 있다는 점은 이런 측면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문제는 보증대출이 과도하게 늘어날 경우 금융 시장 구조를 바닥부터 흔드는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개별 은행 입장에서는 보증대출을 통해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지만, 만에 하나 이를 둘러싼 부실이 가시화하면 그에 따른 신용 위험이 보증기관들로 이전될 수 있어서다.


아울러 은행들이 상대적으로 위험이 적은 대출이라는 점에서 보증대출에 대한 상환 능력 심사나 리스크 관리에 소홀할 수 있다는 염려도 제기된다. 이미 천문학적으로 확대된 가계부채에 보증대출이 기름을 부을 수 있다는 걱정 어린 목소리가 확산되는 이유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은행들이 이런 위험을 알면서도 일단 팔고 보자는 식의 대출 영업에 나서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여신 리스크 관리가 중요해지면서 은행들의 보증대출 의존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내가 책임질 동안에만 별 일이 생기지 않으면 된다는 이른바 님트 현상이 가시화하는 형국"이라며 "결국 문제가 발생하면 금융권 전체가 벼랑 끝으로 내몰릴 수 있는 사안인 만큼, 보증대출에 속도조절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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