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장관, 그 자신감의 근거는?
법은 문재인 정권 그들의 통치 도구일 뿐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활약이 종횡무진이다. 안으로는 윤석열 검찰총장을 난타하고 밖으로는 야당 제압하기에 영일이 없다. 이 같은 안하무인의 언사와 태도를 보인 장관은 일찍이 없었다. 원래 잘 화를 내고 표현이 거칠다는 소문은 있었지만 그 상습성과 집요함에 다시 놀라게 된다.
작년 1월 문재인 대통령 신년기자회견 때 당시 경기방송의 김예령 기자가 ‘자신감의 근거’를 물었다. 경제가 얼어붙었고 국민이 많이 힘들어 하는데 대통령을 경제정책의 기조를 바꾸지 않겠다고 단언한 이유를 말고 싶다면서 한 말이다. 그 질문이 많은 국민의 공감을 얻었다. 문 대통령의 막무가내 밀어붙이기식 국정운영에 어지간히 지쳐 있었기 때문이다.
추미애 장관, 그 자신감의 근거는?
지금 추 장관에게도 기고만장한 표정으로 좌충우돌하며 저돌적으로 내달리는 그 자신감의 근거가 무엇인지 묻고 싶다. 상식적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행태이기 때문이다. 물론 제도로는 장관이 상급자이지만, 실질적 역할과 기능에서는 오히려 장관보다 중시되는 검찰총장을, 공개석상에서 비난하고 조롱하는 게 습관화된 인상이다. 자신이 5선 국회의원을 지냈으면서 국회의 대정부 질문 때는 야당의원에게 되레 호통이다.
문 대통령으로부터 특별한 임무를 부여받았을까? 임무 수행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어떤 행동이라도 허용된다는 특허장과 함께? 아니면 법무장관이라는 완장을 차고 나니까 갑자기 솟아오르는 힘자랑 욕구를 주체하기 어려워진 걸까?
아무리 대통령의 뜻이라고 해도 정치경험이 결코 부족하지 않는 사람이 저러는 데는 나름의 목표나 목적이 있을 법하다. 서울시장 자리를 원한다더니 그 길을 닦는 중일까? 권력 휘두르기에 맛을 들이고 나니 대통령 출마도 굳이 사양할 필요가 없다고 여겨진 건가?
물론 이런 인격형의 인사가 서울시장이나 대통령이 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아집의 정치는 이미 질릴 정도로 경험했다. 추 장관과 같은 개성과 인식을 가진 사람이 그런 자리에 오르면 시정 또는 국정운영은 자갈밭 달리는 화물자동차가 되기 십상이다. 차가 마구 튀어 오르는 바람에 실은 짐들은 산지사방 다 흩어져 버릴 게 뻔하다.
개인적 요인과 함께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의 전문분야와 경력이다. 문 대통령이나 추 장관이나 같은 법률가다. 이런 분야의 인사들은 유난히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강조한다. 정의에 대해서도 일가견을 피력하길 주저치 않는다.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직업에 종사한 사람들인 만큼 언제나 자신을 정의의 편에 둔 채 말하고 행동한다. 자기들과 반대편의 사람들은 불의한 사람들일 수밖에 없다. 이런 의식이 화석처럼 굳어져 독특한 인격을 형성한다.
법은 그들의 통치 도구일 뿐
그런데 이들이 신봉하는 법치와 민주주의 원리로서의 법치는 다르다. 특히 문 대통령과 추 장관의 행태에서 뚜렷이 드러나는 것이지만 이들은 법치 인식은 옛날 중국의 법가적 사고방식에 오히려 가깝다. 자기들의 목적달성에 봉사하는 법이기를 원한다. 그걸 위해 법을 예사로 만들고 바꾸고 하는 게 이들의 상투적인 통치방식이다.
민주주의 원리로서의 법치도 물론 ‘법을 통한 다스림’을 의미한다. 그러나 그 대상이 다르다. 통치자 및 통치세력을 법아래 두고, 법으로 다스리는 게 곧 민주적 법치다. 이런 법치가 가능할 때 그것이 곧 민주정치다.
지금 정부와 여당 안에서는 법률가라는 사람들이 유난히 도드라지게 행세한다. 이들 대부분은 법을 도구로 인식하고 인상이다. 도구는 쓰는 사람의 편의에 따라 언제든 고쳐질 수 있다. 이들은 그 재주를 뽐내는 재미에 빠져 있다. 국민이 절대다수 의석을 준 게 바로 통치 편의적으로 법을 고쳐 쓰라는 포괄적 위임이라고 여기는 눈치다.
문 대통령이나 추 장관이나 법이라는 고삐를 자신들이 쥐고 있다고 생각하는 빛이 역력하다. 이것이야말로 민주주의 퇴행의 전형적인 조짐이다. 국민이 법의 고삐로 통치집단을 제어하는 제도와 전통이 확고한 나라에서 어떻게 이처럼 기고만장할 수 있겠는가.
“일개 장관이 헌법상 국민의 알 권리를 포샵질을 하고 앉아 있어.”
한동훈 검사장이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와 대화하면서 한 말이라고 한다. 이 표현이 아주 거슬렸던 듯 추 장관은 “자괴감을 느낀다”고 한 것으로 보도됐다. 국민 앞에선 당연히 ‘일개 장관’이다. 그게 아니면 대단한 상전 대접이라도 받아야 하겠다는 뜻인가. 이래서 추 장관 같은 성격과 행태는 위험하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도 다를 바 없고.
글/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