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더나 미 89개 도시에서 3만명 대상 세계 최대 규모 임상
국내선 임상 1상 진입 1곳에 불과...정책적 지원 필요
최근 빌 게이츠 '빌앤멜린다 게이츠 재단' 이사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한국은 민간 분야의 백신 개발에서 선두에 있다"고 극찬했다. 하지만 현실은 한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개발은 전임상 1건, 임상 1상 1건에 그치는 단계여서 속도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제약사 모더나는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임상3상 시험에 착수했다. 미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와 공동으로 백신을 개발 중인 모더나는 미 정부로부터 10억 달러(약 1조2000억원)에 달하는 지원금을 받았다.
다국적 제약사 화이자도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위한 임상 3상에 들어갔다. 모더나는 미국 내 89개 지역에서 화이자는 미국 39개주와 아르헨티아·브라질·독일에서 각각 임상시험을 진행하게 된다.
화이자는 "임상이 성공한다면 이르면 10월 보건당국의 승인을 거쳐 연말까지 5000만명(각 2회 투약·총 1억회) 분량의 백신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내년 말까지는 13억회 분량의 백신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모더나 역시 내년부터 연간 약 5억회, 최대 10억회까지 백신을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영국 옥스퍼드대학·아스트라제네카와 중국 제약사 시노백바이오테크, 중국 국영 제약사 시노팜 등은 코로나19 백신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아스트라제네카와 옥스퍼드 대학 제너 연구소가 공동으로 개발 중인 침팬지 아데노바이러스 기반 코로나19 백신은 현재 최종 임상 단계에 돌입, 오는 10월 긴급사용에 들어갈 계획이다.
아스트라제네카는 미국과 3억개, 영국과 1억개, 유럽 백신동맹(독일·프랑스·이탈리아·네덜란드)과 4억개의 백신 공급계약을 맺었다.
중국 시노팜의 경우 자회사인 중국성우 그룹이 백신 3상 임상시험을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승인받았다.
미국과 영국, 중국 등이 백신 개발 최종 단계인 임상 3상에 돌입했거나 문턱까지 와 있는 반면 국내 기업들의 개발 속도는 많이 뒤처지는 상황이다.
제넥신 컨소시엄은 지난달 11일 코로나19의 DNA백신(바이러스의 유전자들 가운데 일부를 복제해 제조하는 백신) 임상 1상에 들어갔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코로나19 재조합백신(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이용해 제조하는 백신)을 개발 중인 가운데 임상시험 전 단계인 동물시험을 진행 중이다.
또 다른 국내 업체인 진원생명과학도 연내 임상시험 진입을 목표로 개발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개발 속도는 한국 기업이 글로벌 기업에 비해 뒤처지지만, 한국이 보유한 백신 개발 인프라나 잠재력은 긍정적인 편이라는 분석도 있다.
인천 송도와 전남 화순, 경북 안동에는 정부 예산으로 조성된 백신 생산설비가 갖춰져 있다. 민간기업의 경우 SK바이오사이언스가 경북 안동에 대규모 생산 공장을 갖고 있고, 녹십자 전남 화순 공장도 최대 연간 5000만명 분의 투여량을 생산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SK바이오사이언스의 경우 연간 1억5000만 도즈의 백신을 생산할 수 있는 자체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다"면서 "최근 지어진 안동 공장은 최첨단 설비를 갖추고 있어 코로나 백신 개발 시 곧바로 생산에 들어갈 수 있는 인프라가 준비돼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