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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총수들, 직원 휴가 보내놓고 경영구상 몰두


입력 2020.07.31 12:09 수정 2020.07.31 12:11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이재용 부회장이 30일 삼성전자 온양사업장을 찾아 반도체 생산 라인을 살펴보기에 앞서 설명을 듣고 있다.ⓒ삼성전자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 다가왔지만 국내 주요 대기업을 이끄는 총수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실적부진 만회와 포스트코로나에 대비한 미래 사업 구상에 전념하며 바쁜 일정을 보낼 예정이다.


급변하는 산업 트렌드와 시장 상황에 신속히 대처하지 않을 경우 지속성장은 물론 생존을 담보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총수들을 ‘워커홀릭’으로 내몰고 있다.


31일 재계에 따르면 대부분의 총수들은 제대로 된 여름 휴가 일정을 잡지 못한 채 현장과 사무실, 자택에서 하반기 경영구상에 몰두할 예정이다.


반면 임직원들에게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피로감을 해소하고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챙기며 재충전할 수 있도록 휴가 사용을 독려하고 있다.


삼성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올해 특별한 휴가 계획이 없다. 이 부회장은 코로나19 사태 발발 이후 평시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현장을 뛰며 각 사업부문과 임직원들을 독려하고 있다.


전날 충남 아산시 삼성전자 온양사업장을 찾아 로드맵 등 중장기 전략을 점검한 이 부회장은, 임직원들에게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선점해야 한다”며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도전해야 도약할 수 있다. 끊임없이 혁신하자”고 당부했다.


이 부회장이 올 들어 국내외 주요 사업 현장을 찾은 것은 이날로 총 17회에 달한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에 따른 해외 방문 제약으로 국내 사업장들을 점검하는 데 집중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전년 동기 대비 23.5% 증가한 8조15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2018년 4분기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삼성전자를 둘러싼 대내외 경영환경이 녹록치 않다.


코로나19 팬데믹 쇼크 장기화와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초격차’ 전략을 유지하기 위해 전력을 다해도 모자랄 판인데, 검찰까지 이 부회장을 옥죄고 있어 일분일초가 아까운 상황이다.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과 관련한 검찰의 기소 또는 불기소 판단이 내려지기 전까지는 최대한 시간을 쪼개가며 주요 경영상황을 점검할 것으로 보인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14일 고양 현대모터스튜디오에서 그린뉴딜과 관련된 현대차그룹의 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이 장면은 이날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린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에 실시간 영상으로 소개됐다. ⓒ현대차그룹

다른 대기업 총수들도 별도로 휴가 일정을 잡지 않거나 휴가를 내더라도 대부분 자택 등에 머물며 경영 구상에 몰두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은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주요 계열사들이 공장을 멈추고 휴가에 돌입하는 8월 첫째 주에도 특별한 휴가 일정 없이 자택에서 경영 현안들을 점검할 것으로 알려졌다.


휴가 기간 정 수석부회장이 고심해야 할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현대차·기아차는 당장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해외 판매 부진 극복이 눈앞에 닥친 과제다. 완성차 업체들의 실적은 현대모비스나 현대글로비스, 현대제철 등 다른 계열사들의 실적과도 연관돼 있는 만큼 그룹 전체 현안이다.


상반기에는 개별소비세 감면과 일부 차종의 신차효과 등으로 내수 판매가 버텨주며 실적 악화를 최소화했지만 하반기에는 개소세 감면폭이 줄어들고 신차효과도 희석되면서 불확실성이 커졌다.


더구나 글로벌 판매에서 국내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은 만큼 하반기부터 조금씩 열리기 시작하는 해외 시장에서 급피치를 올려야 하는 형편이다.


전기차, 수소차 등 미래차 시장이 급속히 커지는 상황에서 이를 선점할 전략도 마련해야 한다. 전기차 부문에서는 업계 1위 테슬라를 따라잡기 위한 획기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정 수석부회장은 이를 위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국내 배터리 3사를 이끄는 총수들과 차례로 만나 전기차 전략을 논의하기도 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9일 오전 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이천 캠퍼스에서 소재·부품·장비 산업 현장 방문을 마친 뒤 문재인 대통령을 수행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그룹의 주력 사업 중 하나인 에너지·석유화학 부문의 부진을 극복이 올 여름휴가 기간 풀어야 할 과제다. 코로나19에 따른 정제마진 악화로 SK이노베이션은 상반기 2조원을 훌쩍 넘어서는 적자를 기록한 상태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과의 배터리 분쟁이라는 리스크도 안고 있다.


최 회장이 이전부터 계열사 CEO들에게 강조해 온 딥체인지(근본적 혁신) 전략도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좀 더 구체화돼야 할 상황이다. 그룹의 차기 성장사업으로 육성해 온 바이오·제약 부문에서도 한층 도약을 꾀할 것으로 보인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구체적인 일정은 아직 미정이지만, 며칠 짬을 내서 여름휴가를 다녀올 계획이다. 지난해에도 8월 초 여름휴가 기간 동안 휴식을 취한 바 있다.


구 회장은 최근CEO를 비롯한 임직원들이 바쁘더라도 반드시 여름휴가를 통해 휴식을 취하며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것을 강조한 바 있다.


다만 휴가 기간에도 그동안 그룹 총수로서 챙겨 온 주력사업의 경쟁력 강화와미래 성장동력 확보, 인재 육성 등 미래 준비에 대한 구상을 이어갈 예정이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2월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LG전자 디자인경영센터를 방문해 미래형 커넥티드카 내부에 설치된 의류관리기의 고객편의성 디자인을 살펴보고 있다.ⓒLG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최근 외부 공식 활동은 자제하고 있는 가운데, 휴가 기간에도 특별한 계획 없이 미래 먹거리 발굴에 시간을 할애할 것으로 알려졌다.


허태수 GS그룹 회장 역시 국내에 머물면서 코로나 이후 그룹이 나갈 방향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휴가 기간에도 바쁜 총수들이지만 임직원들에게는 여름휴가를 통한 재충전을 적극 독려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로 인한 정부의 휴가 분산 조치 권고에 따라 제조업도 9월까지 휴가를 분산해 사용할 것을 장려하고 있다.


삼성은 최근 20여개 계열사 직원 20여만명에 대해 ‘하계휴가 운영 가이드’를 마련하고 사무직뿐 아니라 제조직까지 전 직원이 여름 휴가를 7월∼9월에 분산해서 가도록 권장했다.


현대차그룹도 올해 코로나로 인한 휴가 분산을 위해 연구소의 경우 여름 휴가 사용 가능 기간을 7월부터 10월까지로 1개월 연장했다. 다만 현대·기아차 완성차 공장의 경우 생산 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해 8월 3일부터 일주일관 일괄적으로 휴가를 갖는다.


SK그룹 주요 계열사들은 여름휴가에 연차를 붙여 2주 이상 휴가를 가도록 하는 ‘빅 브레이크(Big Break)’를 장려하고 있다.


LG그룹도 올해 코로나 감염 예방에 동참하기 위해 여름휴가를 가을이나 겨울까지 개인 희망대로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는 ‘상시 휴가제’를 권장하고 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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