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불확실성 커지는 해운·물류
해진공, 디지털 전환 강화로 선제 대응
중소 선사 등 3조4000억원 금융 지원
국제해운거래소 설립 통해 경쟁력 제고
한국해양진흥공사(사장 안병길, 이하 해진공)가 글로벌 종합해양지원기관 도약을 위해 디지털 전환(DX)과 해운거래소 설립을 추진한다. 취임 6개월을 맞은 안병길 사장은 트럼프 시대 해운물류 산업 불확실성이 커진 것과 관련해 5대 핵심 역량 강화 사업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계획이다.
해진공은 올해 해양산업 활성화를 위해 총 3조4000억원 규모 금융 지원을 추진한다. 해양 금융 확대를 비롯해 글로벌 수준 해양정보 서비스 제공, 디지털 전환(DX), 친환경 대응, 글로벌 역량 강화 등 5대 분야 지원을 강화해 글로벌 종합 해양지원기관 도약을 노린다.
구체적으로 ▲선박금융사업 2조1100억원 ▲항만물류 인프라 금융사업 7300억원 ▲친환경 대응사업 3400억원 ▲공급망 안정화 금융 1000억원 등이다.
특히 디지털 전환(DX)에도 130억원을 투입하고, 글로벌 시장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한 ‘한국형 해양파생상품 거래소(해운거래소)’ 구축을 단계적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해운거래소 설립은 1990년 후반부터 논의가 이뤄졌으나 최근까지 이렇다 할 성과가 없었다. 1997년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주도로 해운거래소 설립계획안을 발표했다가 최종 실패했다. 당시에는 현물거래 축소, 선물거래 활성화 등 추세를 반영하지 못했다는 점과 정부 주도로 설립되는 한계 등을 극복하지 못하고 흐지부지됐다.
안 사장은 해운업이 변동성이 큰 산업인 만큼 이러한 운임 변동성을 관리하고 친환경 전환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해운거래소 설립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글로벌 공급망 대응, 디지털 전환까지 새로운 시대 기술 고도화를 통해 시대적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한 안 사장, 그는 최근 데일리안과 인터뷰에서 트럼프 시대 해운물류 산업 불확실성 대응과 해진공 역할에 관해 설명했다.
Q. 취임 후 6개월가량 지났다. 그동안 경영 소회부터 한 말씀 해 달라.
지난 10월 해진공 사장에 취임해 어느덧 6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그동안 임직원과 소통하면서 해진공이 글로벌 종합해양지원기관으로 도약할 수 있는 다양한 고민을 했다.
우리 해진공은 2018년 7월 설립 후 7년 동안 임직원이 합심해 해양산업 재건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했다. 그 결과 구체적인 성과도 많이 거뒀다.
다만 최근 글로벌 경제가 여전히 환율·물가·금리가 높은 3고(高) 현상이 지속되고, 트럼프 2.0 시대 등 경기 변동으로 공급망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등 우리 해양산업을 둘러싼 환경이 우호적이지는 않다.
또한, 1월부터는 유럽 Fuel EU Maritime 규제가 시행되는 등 친환경 규제 체계가 완성됨과 더불어 선박·항만에 대해 AI 기반 디지털 전환 필요성이 빠르게 증대되고 있다. 해양산업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해진공 역할이 더욱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이런 중요한 시기에 대내외 이해관계자 등과 적극적인 소통과 다양한 정책 마련을 통해 해양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고, 해진공이 글로벌 해양산업 종합지원기관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올해 전 임직원과 함께 열심히 뛸 생각이다.
Q. 트럼프 2기 시대가 열리면서 전문가들은 해운물류 산업 불확실성이 매우 커졌다고 평가한다. 사실상 예측 불가 상황이란 분석도 있다. 우리 업계는 어떻게 대응하는 게 가장 바람직한지 큰 틀에서 조언을 부탁한다.
우리 해운물류 업계는 지정학적 리스크(위험) 완충력과 공급망 유연성을 동시에 확보하면서 중장기 전략을 개선할 시점이 됐다.
트럼프 2기 보호무역주의 강화, 관세 부과를 통한 무역 압박으로 해운물류 산업 전반에 불확실성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 특히 대중국 견제 심화와 함께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될 경우, 우리 해운물류 업계도 전략 전환이라는 중대한 결정이 불가피하다.
중동·러시아 등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라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한 운송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이런 흐름을 바탕으로 우리 해운업은 ▲포트폴리오 다변화 ▲글로벌 공급망 대응 ▲디지털 전환 ▲탄소중립 대응 강화 ▲중장기 전략 개선 등으로 특정 국가나 노선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
디지털 전환 추세에 대비해 수요 예측, 통관 자동화 등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디지털 기술로 비용 절감과 서비스 고도화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
Q. 해운물류 산업 상황이 안갯속일수록 해진공 역할이 중요하다. 해진공은 다양한 분야에서 산업 지원에 나서고 있는데, 업계에서는 어떤 사업을 특히 주목해야 하나?
올해 해진공은 ▲해양금융공급 확대 ▲글로벌 수준 해양정보 서비스 제공 ▲디지털 전환(DX) 지원 ▲친환경 대응 지원 ▲글로벌 역량 강화 등 5개 분야에서 총 3조4000억원 규모 사업을 추진 중이다.
사업별로는 ▲선박금융(약 2조1100억원) ▲항만·물류인프라금융(약 7300억원) ▲친환경대응(약 3400억원) ▲공급망안정화 금융사업(약 1000억원) ▲경영지원 금융사업(약 1900억원) 등 해양금융공급 확대와 친환경 대응 지원을 중점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특히 올해부터 다른 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처져 있는 해양산업 디지털 전환을 촉진해 플랫폼 구축을 지원할 예정이다. 지난 2월 조직개편을 통해 사장 직속으로 ‘해양DX전략실’을 설치 AI, DX 분야의 정책과 사업을 적극적으로 발굴 중이다.
Q. 취임 후 언론 인터뷰에서 ‘소프트 파워’ 구축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해양금융에서 보험과 파생상품을 언급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가?
선박금융은 선가가 최소 수십억에서 최대 1000억원 이상까지 소요되는 자본 집약적 산업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내 선박금융 시장은 대부분 해진공을 비롯해 산은, 수은 등 정책금융 기관이나 대형 투자은행 중심으로 구성한다.
해진공은 기관 중심 투자자 외에 선박금융 민간 부문 참여를 활성화하기 위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선박 조각투자(STO)를 추진 중이다. 이를 통해 개인도 디지털 자산 형태로 선박의 직접 소유권을 확보할 수 있어 더욱 자유로운 거래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
조각투자는 이미 국내에서 금융위 혁신금융서비스(샌드박스 제도)를 통해 부동산, 미술품 등에서 유통 중이다.
이를 제도화하는 관계 법령이 국회에 계류된 상황으로 법령 통과 일정 등을 고려해 선박 조각투자 시범 사업을 추진하려고 한다.
Q. 국제해운거래소 설립도 이러한 해양금융 강화의 일환인가? 현재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설립 가능성을 어느 정도로 내다보나?
국제해운거래소 설립 필요성과 당위성 확인, 관련 법제도 검토, 파생상품 개발 및 시장성 검토, 거래소 설립에 따른 인력, 예산 및 수익성 추정, 유관기관 협업체계 및 국내외 거래 주체 참여 인센티브 등을 검토할 종합 용역을 전문기관에 발주할 예정이다.
전통적인 해운거래소의 해상운임선도거래(FFA) 기능 외 급변하는 해운시장을 반영한 다양한 상품을 확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상품별 시장 반응도 동시 검토해야 하기에 현재 가능성을 점치는 것은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
Q. 올해 해진공은 5대 분야에서 3조4000억원 규모 사업을 추진한다고 하셨다. 선박금융과 항만물류 기반시설 쪽에 큰 비중을 두고 있는데, 해운업은 높아진 불확실성으로 시장 위축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 경우 선박금융 수요 감소로 이어지고, 결국 해진공이 준비한 ‘실탄’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어떤 복안이 있나?
현재 해운업은 글로벌 경기 둔화, 지정학적 리스크, 공급망 재편 등으로 인해 불확실성이 크게 확대된 상황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해진공은 단순히 선박금융을 공급하는 역할에 머무르지 않고, 시장 상황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맞춤형 금융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
우선 금융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 시장 리스크에 대응할 방침이다. 전통적인 벌크선, 컨테이너선 외에도 친환경 선박, 해상풍력 설치선, 친환경 벙커링 선박 등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는 친환경 에너지 관련 선박금융을 확대한다. 항만물류 기반시설 부문에서도 프로젝트를 적극 발굴해 꾸준하게 수요를 만들겠다.
해진공에서 운영 중인 유동화 프로그램으로 선사들이 시장 침체기에도 필요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게 하겠다. 참고로 해진공은 선박을 활용해 자금을 유동화하는 S&LB(Sale & Lease Back) 프로그램을 국내 금융시장에서 가장 활발하게 운영 중이다.
이는 선사가 보유한 선박을 해진공이 매입 후 재임대하는 방식으로, 선사에 즉각적인 유동성을 공급해 우리 선사들의 경영 안정성을 높이겠다.
Q. 국회의원 시절, 해진공이 해외 항만·물류 분야까지 진출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주도했다. 해외 항만물류 진출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현재 어느 정도 진행됐는지, 싱가포르 지사 설립 등 앞으로 계획 중인 해외 사업도 궁금하다.
수출입 물류·공급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증대되면서, 전략 자산으로서의 해외 거점 물류 자산 확보와 이를 위한 국가적 지원이 중요해졌다.
실제로 미국, 중국, 유럽 등 주요 자본국들이 자국 기업들의 해외거점에 물류 시설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함에 따라, 거점 지역 터미널과 물류 자산의 소유권 또는 운영권에 대한 손바뀜이 빈번해졌다.
해진공도 2019년에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물류시설 확보 지원을 시작으로, 공사법 개정 이후 투자 지역을 확대했다. 미국과 베트남, 헝가리 등 글로벌 주요 거점에 우리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물류 자산에 대해 약 5000억원의 투자를 지원했다.
지난해부터는 5년간 약 1조원 규모 투자 계획을 세웠다. 특히 블라인드 펀드에 약 2000억원을 출자해 중소·중견 업체를 또한 지원할 수 있도록 지원 범위를 확대했다.
앞으로 우리 제조·물류기업들이 북미, 동유럽, 인도, 베트남 지역으로 생산시설을 활발히 이전하고 있어 기업들이 원활하게 물류 자산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Q. 2040년까지 해진공 자산규모를 100조원으로 키우고 직원 수 500명에 달하는 세계 1위 종합해양기관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계획이 이뤄지면 우리 해운업은 어떻게, 얼마나 달라지나?
해양금융 측면에서는 풍부한 해양산업 금융 공급을 통해 우리 기업이 해운업 투자 시 자금조달의 염려가 없는 산업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 투자·보증을 확대, 기업의 재정 안정성을 높이고 해양 기업들이 신규 투자와 사업 확장을 촉진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맺으면 해양금융 분야에서는 친환경 관련 금융지원을 통해, 대한민국 국적 선대의 온실가스 배출 목표 넷제로(Net-zero) 달성에 근접, 우리 해운기업 환경규제에 따른 경제적 부담 등이 획기적으로 완화될 것이다.
여객부문에서는 크루즈 선박, 계류시설 등 인프라 확충 지원을 통해 대한민국을 중심으로 다양한 크루즈선 노선 개발 등 국민 누구나가 누릴 수 있는 크루즈 산업 생태계가 마련될 것으로 예상한다.
상선부문에서는 지구 환경 변화에 따른 북극 노선이 활성화하면 부산항이 주요 거점 항구로 급부상할 것이다. 이 경우 해진공 주도로 북극 노선에 투입되는 선박 확충을 신속히 지원해 유럽향 운항 일수 단축과 노선 경쟁력 확보 효과를 기대한다.
Q. 해진공은 설립 7년 차다. 향후 세계 1위 종합해양기관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조직을 키우는 것만큼 임직원 역량 강화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 어떤 고민을 하는지 듣고 싶다.
올해 임직원 역량 강화를 위해 직무 전문성 향상, 글로벌 역량 강화, 직무 단계별 교육 최적화라는 3가지 방향에 중점을 두고 교육훈련을 추진할 계획이다.
사내 강사 제도를 활성화하고 전일제 대학원 교육 지원을 시행할 예정이다. 해진공에 재직 중인 공인회계사, 노무사 등 다양한 전문 인력들의 깊이 있는 지식을 다른 공사 직원들에게도 전파하는 방식이다.
주말 비전일제로 운영 중인 임직원들의 대학원 교육 지원을 전일제로 확대해 업무 수행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글로벌 금융기관이나 해양 관련 국제기구 등에 교육 파견으로 국제 동향을 파악하고, 네트워크 확대를 도모한다.
올해 개설 예정인 해진공 싱가포르지사를 통해서도 해외 인적교류 확대와 함께 글로벌 인재 양성에 효과적일 것으로 기대한다.
해진공은 임직원들의 뛰어난 역량 덕에 ‘마린머니’ 올해의 딜, ‘ESG경영 혁신대상’ 환경 부문 최우수상, ‘공정채용 우수사례 경진대회’ 교육부 장관상 수상 등 다양한 분야에서 우수성을 인정받아 왔다.
앞으로도 변화와 도전 속에서 더욱 빛나는 성과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저 또한 최선을 다해 노력할 것을 약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