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와 함께 SK하이닉스 공동대표 겸임
SKT 물적분할 후 자회사 거느리는 시나리오 유력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박 신임 부회장은 SK그룹 내 핵심카우인 SK텔레콤과 함께 SK하이닉스도 맡으며, SK텔레콤의 중간지주사 전환 작업에 가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통신사’ 딱지를 떼고 글로벌 ‘빅테크’ 기업으로 탈바꿈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SK그룹은 3일 오전10시 수펙스추구협의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각 관계사 임원인사 및 조직개편 사항을 확정했다. 박 신임 부회장은 계열사의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직을 분리하는 SK그룹 방침에 따라 종전에 맡고 있던 SK하이닉스 이사회 의장직은 내려놓을 것으로 보인다.
SK그룹 내 부회장은 최태원 회장 동생인 최재원 수석부회장이 유일했으나, 이번 인사로 박정호 사장도 유정준 SK E&S 사장과 함께 부회장 대열에 합류했다.
박정호 부회장 승진은 SK텔레콤의 중간지주사 전환을 본격화하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현재 SK그룹의 지배구조는 오너일가에서 SK(주), SK텔레콤, SK하이닉스로 이어지는 구조이다. 그러나 SK텔레콤이 중간지주사가 되면 SK하이닉스의 지위는 자회사로 바뀌게 된다.
유력한 시나리오는 SK텔레콤이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물적분할한 후 중간지주사(투자회사)가 되고 그 아래 SK하이닉스, SK브로드밴드 등 자회사를 거느리는 지배구조다. SK텔레콤의 자회사로는 반도체 SK하이닉스와 함께 미디어 SK브로드밴드, 보안 ADT캡스, 커머스 11번가, 곧 출범할 'T맵모빌리티'가 있다.
중간지주사 전환이 되면 각 자회사들의 경쟁력도 강화하고, 공정거래법 상 손자회사 규정에서 벗어나 공격적인 투자나 M&A가 가능해진다. 박정호 신임 부회장 역시 올해 초 ‘2020년 과학기술인·정보방송통신인 신년인사회’에서 “중간지주회사 방법은 물적분할이다”고 언급했다.
업계는 지난해 3월 박정호 부회장이 하이닉스 이사회 의장에 선임되며, 이같은 지배구조 개편이 1~2년 내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애초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최측근으로 꼽히면서 그룹 내 최고 M&A전문가로 꼽히는 박 부회장이 SK텔레콤으로 부임한것도 이같은 특명을 띄고 온 것이라는 분석이다. SK브로드밴드와 케이블TV업체인 티브로드와의 합병 및 상장 준비, 보안회사 ADT캡스와 SK인포섹 합병 추진, 11번가와 원스토어 상장 예고 등도 이같은 전략을 염두에 둔 포석이다.
다만 몸값이 커진 SK하이닉스 주식, 반도체 사이클 하락, 계류된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으로 중간지주사 전환이 더디어진 느낌이다.
밑그림은 일단 그렸다. 박 부회장은 지난해 이동통신(MNO), 미디어, 커머스, 보안에 모빌리티까지 더한 5대 핵심사업부 체제로 사업분야를 개편했다. 기업가치를 제고하고 중간지주사 전환 자금 확보를 위해 원스토어를 시작으로 SK브로드밴드, ADT캡스, 11번가, 티맵모빌리티까지 기업공개(IPO)도 진행할 전망이다. 티맵모빌리티는 오는 29일 출범한다.
SK텔레콤은 ‘텔레콤(통신)’에서 벗어난 사명 변경도 추진중이다. 지배구조개편과 중간지주사를 염두에 두고, 글로벌 빅테크 기업으로서 존재감을 정립하기 위한 준비이다. SK텔레콤의 사명 후보로는 ‘SK T스퀘어’ ‘SK투모로우’ ‘SK하이퍼커넥터’ ‘SK테크놀로지’ 등이 오르내리고 있다.
향후 과제는 자회사 기업공개(IPO)의 성공적 마무리, 회사 정체성 정립을 위한 사명변경, 주식 가치 제고 등이다. 당장은 중간지주사 전환을 위해 SK하이닉스 지분 30%를 확보해야 한다. SK텔레콤의 현 SK하이닉스 확보 지분은 20.07%인데 이를 고려할때, SK텔레콤이 추가로 SK하이닉스 지분을 손에 넣는데 드는 비용은 약 7조원 수준이다. 회사는 2018년 3분기 이후 현금성 자산이 1조원 이하로 떨어졌다. 추가 자금 조달이 관건이다.
한편, 박 부회장은 1989년 선경 입사 후 SK텔레콤 뉴욕지사장, SK그룹 투자회사관리실 CR지원팀장, SK커뮤니케이션즈‧SK텔레콤 사업개발부문장, SK C&C 사장 등을 거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