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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방송 뷰] 新 판타지 도전한 '구미호뎐', '멜로·스릴러·판타지' 균형 무너져


입력 2020.12.04 12:32 수정 2020.12.04 12:34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방송 전 기대치 높았지만, 장르 혼합 심해져 정체성 잃어

구전 동화 속 토착신과 요괴들이 2020년대를 살고 있다면 어떨까란 질문으로 시작된 tvN '구미호뎐'은 안방극장에 신선함을 불어넣어줄 것으로 기대됐다. 그 동안 우리가 알고 있던 꼬리가 아홉개 달려 인간의 간을 먹는 구미호가 여자가 아닌 남자로, 최첨담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요괴들의 싸움은 방송 전부터 관심을 받기 충분했다.


지난 10월 7일 첫 방송을 시작해 3일 종영한 '구미호뎐'은, 기대만큼 신선하지 못했고 뒤섞인 장르의 혼합으로 정체성을 잃었다.


'구미호뎐'의 줄거리는 백두대간의 산신으로 살던 이연(이동욱 분)이 인간 아음(남지아 분)을 사랑하게 되지만, 이무기가 아음의 몸을 덮치자 자신의 손으로 여인을 죽인다. 이연은 여우구슬은 건네며 꼭 환생하면 꼭 찾아가겠다고 죽어가는 아음에게 약속한다. 이연은 아음의 환생을 조건으로 산신이 아닌 인간세계에 있는 요괴들을 잡아들이는 일을 하고 있다. 이연은 수백년 동안 인간세계에서 요괴 퇴마사로 일하며 아음을 찾아다녔고, 드디어 남자아가 아음의 환생이란 걸 알게 된다.


수백년의 인연으로 연결된 두 사람의 멜로와 이연과 이무기의 판타지 대결, 그리고 토착신, 요괴들의 등장 장면마다 공포, 스릴러적인 요소를 심어 장르를 오갔다. 모든 것을 균형있게 담어 버무렸다면 새로운 판타지 멜로가 탄생했겠지만, 절절한 멜로를 보여주다, 공포와 판타지로 장르를 급전환하는 탓에 이음새가 헐겁다. 이에 감정신에서 온전히 몰입하지 못하는 결과로 나타났다.


장르를 바쁘게 오가다보니 초반 이연과 남지아의 관계성도 탄탄하지 못했다. 남지아가 이연의 능력을 확인하고자 일부러 고층 아파트에서 뛰어내리고, 이를 본 이연이 날라가서 그를 구하는 장면은, 초반 전사를 탄탄하게 쌓기 전 등장한 장면이다보니 뜬금 없다는 반응이 많았다. 비극적인 전생을 딛고 현생에서 다시 만나 사랑을 하는 이연과 남지아지만, 판타지 서사를 제대로 이용하지 못한 채 캐릭터를 구축해 애틋하거나 절박해보이는 케미스트리가 부족했다.


이연과 이랑(김범 분)의 꼬여버린 형제 관계도 실타래를 푸는데 오래 걸렸다. 이랑은 형 이연이 자신을 버린 줄 알고 하는 일마다 방해를 하고 위협한다. 사실 이연은 이랑이 인간 속세를 어지럽히자 죽이라는 명령을 받았고, 차마 동생을 죽일 수 없어, 칼을 사용해 죽이는 척을 한 것이었다.


이 사실을 알리 없는 이랑은 자신을 죽이려 했다는 사실에 형에게 애증을 갖게 된다. 두 형제는 서로의 진심을 확인하고 공조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려 답답함과 지루함을 유발했다.


마지막회는 이랑의 희생으로 이연이 사람으로 환생해 남지아와 결혼하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지었다. 환생도 할 수 없는 삼도천에서 빠져버렸지만 거짓말처럼 남지아의 곁에 다시 돌아올 거라는 것은 모두가 예상한 결말로, 끝까지 아쉬움을 남겼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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