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조직개편으로 안정 속 변화 대응 채비 갖춰
업계, 불확실성 증대 속 혁신 주도 해법 제시 주목
삼성전자가 지난주 인사에 이어 이번주 조직개편을 마무리하고 글로벌 전략회의를 통해 내년도 사업계획 및 경영전략 수립에 나선다.
인사와 조직개편에서 안정이라는 기조 속에서도 변화를 강조한 만큼 이번 회의에서 불확실성 증대 속에서도 혁신을 주도할 해법이 제시될지 주목된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번주 사업부별 조직개편과 보직인사를 마무리하고 다음주부터 글로벌 전략회의를 개최해 내년도 사업 계획과 경영 현안들을 논의할 전망이다.
미·중 무역분쟁 심화와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지속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그 어느때보다 경영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어서 더욱 이목이 쏠리고 있다.
◆ 인사 이어 조직개편도 ‘안정 속 변화’에 방점
이번주 각 부문과 사업부별로 마무리되는 조직개편과 보직인사는 큰 틀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조직 신설과 수장 교체 등으로 변화를 준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부품이 주력인 DS부문, 모바일과 네트워크 장비가 주력인 IM부문, TV와 생활가전이 주축인 CE부문 등 3부문에 각각 대표이사가 있는 3인 각자대표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조직개편 관련 자료가 나오지 않아 큰 폭의 변화는 아니지만 각 부문별로 기술·제품 경쟁력 강화를 전면에 내세운 조직개편과 보직인사가 이뤄졌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번 조직개편에서 가장 두드러진 부분은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에서 최고기술책임자(CTO) 보직이 다시 탄생했다는 것이다. DS부문 CTO는 지난 2009년 황창규 전 사장이 맡았던 것이 마지막으로 이번에 11년만에 다시 부활했다.
기술 연구조직인 반도체연구소·생산기술연구소 등을 이끌며 미래 선행기술 개발을 전담하게 되는 CTO 자리에는 정은승 파운드리(Foundry·반도체위탁생산)사업부장(사장)이 맡게 됐다.
정 신임 CTO는 극자외선(EUV·Extreme Ultra Violet) 공정 도입 등 첨단공정 개발을 진두지휘해 온 공정분야 전문가로 향후 3나노 등 파운드리 미세공정과 D램의 EUV 공정 적용 등 미래 첨단 기술 개발 및 적용을 주도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4월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하면서 오는 2030년 시스템반도체 1위를 목표로 제시한 것과도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기존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의 경쟁력을 유지하면서도 파운드리 등 시스템반도체 역량을 한층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미래의 변화와 혁신을 선도할 기술 개발이 필수적으로 정 신임 CTO에게 이러한 역할을 맡겼다는 것이다.
모바일과 가전으로 각각 대표되는 IT모바일(IM)부문과 소비자가전(CE)부문에서도 기술력에 방점이 찍힌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임원 인사에서 소프트웨어(SW) 관련 인력 승진(10명→21명)을 배로 늘리고 5세대이동통신(5G)·인공지능(AI) 관련 인재를 적극 발탁하는 등 하드웨어(HW) 의존적인 회사의 경쟁력 구조에서 탈피해 소프트 파워를 끌어올리겠다는 이재용 부회장의 의지가 조직에도 그대로 투영됐을 것이라는 평가다.
삼성전자는 앞서 지난 1월 이뤄진 조직개편을 통해 회사 전체에 산재해 있던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빅데이터 조직을 총괄하는 차세대플랫폼센터를 신설하기도 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올해 인사와 조직개편에 대해 “코로나19 변수로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인사와 조직개편을 큰 폭으로 하기 어려운 현실적 상황 측면도 고려됐을 것”이라며 “향후 신사업 발굴과 경쟁력 향상, 시너지 효과 창출 등을 위한 조직 변화는 언제라도 가능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 글로벌 전략회의서 도출될 내년도 경영·사업 전략은
이제 시선은 다음주에 열릴 글로벌 전략회의로 쏠리고 있다. 오는 14일부터 18일까지 5일간 각 부문별로 진행되는 이번 회의에서 코로나19 장기화로 한층 증대된 경영 불확실성을 극복하고 핵심 사업들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방안이 도출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삼성전자 글로벌 전략회의는 매년 6월과 12월 두 차례 국내외 임원급들이 한자리에 모여 사업 부문별 업황을 점검하고 신성장 동력 발굴과 사업계획 수립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다. 이 자리에서는 현재 진행 중인 사업의 추가 투자와 신산업 신규 투자 방안도 논의된다.
연말 인사로 선임된 새로운 경영진들이 참석하는 12월 회의는 내년도 사업계획이 수립된다는 점에서 하반기 사업전략을 수립하는 워크숍 형태의 6월 회의보다 중요성이 더하다. 원래 해외 법인장까지 모두 귀국해 회의에 참여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온라인 화상회의 방식으로 진행된다.
DS부문에서는 내년도 D램·낸드 생산 및 수급 전략, 시장 변화에 맞는 맞춤형 공급 전략 등과 함께 올해 잇따른 성과를 올린 파운드리 사업 전략 등 시스템반도체 경쟁력 강화 방안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또 총 133조원이 투입되는 장기 프로젝츠인 반도체 비전 2030 목표에 맞춘 세부 전략들을 점검하고 13조원이 투입되는 QD 디스플레이 사업도 살펴볼 것으로 보인다.
CE부문은 프리미엄 TV와 생활가전에서 비중이 커지고 있는 건조기·의류관리기·식기세척기·공기청정기 등 신가전 제품의 지속적인 점유율 확대 방안이 논의될 전망이다.
또 올해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발생한 ‘펜트업(pent up·억눌린)' 수요 효과를 진단하고 향후 수요 증가에 대비한 다양한 판매 및 공금망 전략도 수립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함께 퀀텀닷(QD) TV 등 혁신 신제품 출시에 대한 논의도 이뤄질 전망이다.
올해 실적이 크게 개선된 IM부문에서는 코로나19로 변화되는 스마트폰 시장 점검과 함께 내년 초 출시될 갤럭시S21 등 프리미엄 제품과 중저가 제품의 적절한 조화를 통한 스마트폰 경쟁력 지속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또 갤럭시 Z 폴드2와 Z플립을 잇는 폴더블(접히는·Foldable) 폰 후속 제품인 갤럭시Z폴드3’ 출시 계획 및 관련 시장 확대 방안 논의와 함께 한 단계 진화된 롤러블(둘둘마는·Rollable) 제품 계획에 대한 검토도 이뤄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