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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실책②] 임대차법이 바꿔놓은 것, 역대 최악의 전세난


입력 2020.12.22 07:00 수정 2020.12.17 17:29        김희정 기자 (hjkim0510@dailian.co.kr)

임대차법 통과, ‘불난 집에 기름 부은 격’

전세관련 부동산 통계 사상 최고치

“임차인 보호 목적 시행했지만...정책실패”

서울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송파구 일대 다세대 주택 등 건물들. ⓒ연합뉴스

올해 부동산 시장이 더 혼란스러운 이유는 집값 폭등 뿐 아니라 역대 최악이라고 평가받는 ‘전세대란’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매매가격 상승→규제→전세가 상승→규제→매매가 상승’ 이라는 싸이클이 끊임없이 반복됐지만, 정부의 정책기조는 바뀌지 않았다.


올해 초부터 전세대란은 예고됐다. 코로나19로 잠시나마 집값이 하락했던 지난 봄에는 매매거래가 위축됐었고, 사상 첫 제로금리 시대 등 전세 수요 증가 요인들이 한꺼번에 맞물리며 서울 전셋값 상승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었다.


정부는 각종 규제로 이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지난해 12·16대책에서 조정대상지역을 추가한 2·20대책, 갭투자를 차단한 6·17대책, 다주택자를 겨냥한 7·10대책 등을 연달아 내놨지만, 결론적으로 매매가격 상승은 여전했고 전세매물은 빠른 속도로 자취를 감췄다.


지난 7월 30일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주택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가결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7월 30일, 임대차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 통과는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전셋값 상승에 전세수급 불균형까지 전세관련 부동산 통계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울을 중심으로 전세품귀현상이 일어나고 전세가격이 급등하자, 집을 살수도 빌릴 수도 없는 이들로 여기저기서 곡소리가 나왔다.


여기에 계약갱신청구권을 둘러싼 ‘임차인-임대인’ 갈등이라는 새로운 사회적 혼란이 추가돼 ‘이 법으로 보호받는 이들이 대체 누구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날이면 날마다 나왔다.


정부가 애초에 임대차법을 도입한 것은 부동산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약자인 ‘임차인’을 보호한다는 목적이었으나, 정부 의도대로 임차인은 보호받지 못했다. 근본적으로 부동산 문제가 수요-공급의 불균형에서 기인했기에 강한 규제도 시장의 법칙을 막을 수는 없었다.


임대차법 시행 이전부터 시장과 학계는 이 법의 부작용에 대해 경고했다. 임대차법이 당장은 전·월세 급등을 막아 시장을 안정화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 가격 폭등을 막기 어려우며, 민간임대주택의 공급도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셋값 급등은 별도로 공급량이 늘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며 “또한 부동산 규제를 완화해 주택구매를 정상화시키고, 주택 수요가 구매로 이어지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 상황은 예상보다 더 참혹했다. 임대차법 시행 4개월이 지났으나 단기적으로도 전·월세 급등을 막지 못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은 6.17%가 올랐다. 수도권은 6.76%, 5대 광역시는 6.25% 올랐다.


전국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지난달 기준 114.2로 지난해 대비 26.4포인트(p) 증가했다. 서울은 128.8, 수도권은 122.4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정부가 부랴부랴 공급대책으로 수도권 공급대책인 8·4대책과 전세대책인 11·19대책을 내놨지만 시장에선 반응하지 않았다. 근본적인 공급대책인 서울의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가 없는 한, 이 모든 대책은 ‘언 발에 오줌누기’라는 가혹한 평가가 나왔다.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이 지난 11일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현안보고를 하고 있다. 김 장관은 이날 단기간의 아파트 공급이 힘들다는 취지로 “아파트가 빵이라면 제가 밤을 새워서라도 만들겠다”는 발언을 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처럼 민생경제와 가장 밀접한 부동산에서 정책 실패가 계속되자 민심은 싸늘해졌다. 여기에 정부 정책자들과 여권 인사들의 ‘부동산 설화’가 계속되자 민심은 싸늘하다 못해 꽁꽁 얼어붙었다.


당장 대통령 지지율부터 떨어졌다. 데일리안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알앤써치에 의뢰해 실시한 정례조사에 따르면 지난 12월 둘째 주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35.7%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알앤써치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윤석열 검찰총장 갈등과 부동산 문제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부동산 컨트롤 타워 수장이라고 할 수 있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현미 국토부장관은 전세대란이 임대차법이 아니라고 주장해 민심을 악화시켰다.


홍 부총리와 김 장관은 전세대란 원인으로 ‘저금리’를 지목했으며, 여당의 수장이자 유력 대선후보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역시 ‘1인가구 증가에 대한 충분한 대비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지난 15일 한국은행조차 최근 전세난의 원인으로 정부의 임대차법을 지목했다. 기준금리 인하로 전셋값이 올랐다는 정부와 민주당의 주장을 정면 반박하는 모습이 연출됐다.


이외 ‘빵뚜아네트’·‘진뚜아네트’ 발언도 국민에게 실망감을 안겼다. 김 장관의 “아파트가 빵이라면 밤을 새워서라도 만들겠다”, 진선미 민주당 미래주거추진단장의 “아파트에 대한 환상을 버려라” 등 국민 민심과 동떨어지는 발언들은 국민에게 상처를 남겼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희정 기자 (hjkim051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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