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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터뷰] ‘성공’에 도취되지 않는 조병규의 뚝심


입력 2021.01.31 06:00 수정 2021.01.30 22:38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경이로운 소문', OCN 역대 최고 시청률 기록

"타이틀롤 부담 컸지만 제작진과 배우들 덕에 해소"

"시즌2 더 성장한 소문이 모습 보여줄 것"

ⓒHB엔터테인먼트

배우 조병규는 데뷔 6년 만의 주연 신고식으로 ‘대박’을 터뜨렸다. OCN 역대 최고 시청률인 11%(닐슨코리아 기준)로 막을 내린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의 흥행 주역으로, 덕분에 드라마는 시즌2 제작을 확정했다. 조병규는 ‘스카이 캐슬’을 통해 주목 받고 ‘스토브리그’를 거쳐, 이번 작품으로 주연 배우로 거듭났다. 단 2년 만의 일이지만, 그렇다고 갑자기 만들어진 결실은 아니다. 그간 단역이나 조연 등으로 출연한 40여 편의 드라마와 영화에서 탄탄히 쌓아온 경험 덕분이었다.


드라마 종영 인터뷰를 위해 화상으로 취재진과 만난 조병규는 이상할 정도로 침착했다. 안방극장을 떠들썩하게 만든 드라마의 주역이다. 성공에 도취될 법도 하지만 조금의 흐트러짐도 없다. 오히려 “잘 포장해주셔서 기분은 좋은데 부끄럽다. (흥행은) 제가 이룬 게 아니라 요행으로 얻은 결과인 것 같다. 나 혼자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어울림’에 대한 확신을 얻으며 배우로서 큰 뿌리가 생긴 기분”이라고 성숙한 모습을 보였다.


‘경이로운 소문’은 낮에는 국수를 팔며 밤에는 악귀를 잡는 ‘카운터즈’들의 이야기를 다룬 이야기다. 악귀와 카운터즈, 이승과 저승을 잇는 ‘융’이란 독특한 원작 웹툰의 세계관을 훌륭한 연출과 각색 능력, 배우들의 호연으로 재해석함으로써 한국형 히어로물의 무한한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호평을 이끌었다.


여기서 조병규는 초능력으로 악귀를 잡는 막내 카운터 소문으로 분했다. 제목에 배역의 이름이 들어간다는 것은, 그만큼 책임감도 뒤따르기 마련이다. 큰 부담감에도 그는 하늘을 날고, 건물 사이를 뛰어다니는 고난도 액션 연기는 물론이고, 희망과 절망 사이를 오가는 소년 히어로의 감정선을 섬세하게 그려냈다는 평을 얻었다.


“부담과 압박감이 상당했어요. 밤잠을 설치며 대본을 읽었던 기억이 있죠. 그래도 동료 배우 분들과 스태프 분들의 도움 덕분에 긴장감을 해소하고 제가 소문으로 존재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감독님, 배우들이 완벽한 소문이가 될 수 있도록 도와주셔서 책임감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캐스팅 소식이 들릴 때부터 웹툰 속 소문 캐릭터와 닮은 외모와 분위기로 화제를 모았던 조병규는 감정의 고조가 많은 캐릭터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헤어스타일부터 액션, 디테일한 감정 연기까지 어느 것 하나 허투루 할 수 없었다. 시청자들이 소문의 성장과정에 감정을 이입하고 함께 응원했던 건 입체적 캐릭터를 완성해 냈다는 증거와도 같다.


“감정적으로 고조가 많고 희로애락을 표현해야했어요. 많은 시행착오를 겪는 평범하고 미성숙한 소년이, 한 생명을 구하는 카운터로 변모하는 과정이 1차원적이지 않길 바랐어요. 심혈을 기울여서 연기 톤을 고민했고, 최대한 섬세한 작업을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만화의 판타지적 요소를 잘 전달하면서도 현실적인 캐릭터의 중심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했죠. 오히려 액션 연기는 전작 ‘독고 리와인드’에서의 경험 때문에 생각보다 어렵진 않았어요”


ⓒHB엔터테인먼트

힘들게 만들어낸 캐릭터, 드라마 자체가 주는 메시지, 그리고 이 작품이 결과적으로 성공한 드라마 평가되면서 이 작품은 조병규의 인생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게 됐다. 공을 들인 만큼 “소중한 작품”으로 기억되고, 소문이의 성장 과정은 “넘어지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 날 일으켜 줄 수 있는 작품”이 됐다.


분명 누구보다 소문이를 사랑했고, 캐릭터와 자신의 공통점을 찾아냈다. 이 과정을 통해 온전히 캐릭터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냈고, 온몸으로 그를 받아들였지만 조병규는 자신의 연기에 만족하는 법이 없다. 원래 “자신을 극한까지 몰아가는 스타일”이기도 하다. 데뷔 이후 쉼 없이 달려온 그에게 지인들이 휴식을 권하지만 무용지물이다. 오히려 “연기를 하면서 얻는 에너지”가 자신만의 휴식 방법이라고 말하는 조병규다.


“스스로에 대한 평가가 박한 스타일이에요. 아마 이 일을 끝낼 때까진 극복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스스로 연기자로서 재능이 많고, 월등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제가 주인공이라는 걸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적도 한 번도 없었고요. 스스로 채찍질하고, 궁지에 몰아넣었던 것 같아요. 오히려 자격지심, 질투, 실패, 열등감 같은 부정적인 단어들이 저를 움직이는 원동력이었죠”


“일희일비하지 말자”는 그의 좌우명처럼, 조병규는 성공에 도취돼 소문이로서의 인기를 즐길 법도 하지만 벌써 자신에게서 소문이를 지워나가고 있었다. 시즌2 이전에 차기작을 선보일 계획이기 때문에 소문이에게 그랬던 것처럼, 또 다른 캐릭터를 받아들이기 위한 과정이다.


“많은 분들이 소문이란 캐릭터를 사랑해주신 만큼 배우 조병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도 알고 있어요. 그래도 늘 겸손하고, 겸허한, 그리고 신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달라진 점이 있다면 관심에 대한 책임감이 생긴 것 같아요. 그 관심에 실망을 드리지 않기 위해서 전 작품을 통해 얻고, 잃은 것들은 생각하지 않고 다음 작품을 준비해요. 지금도 모든 걸 잊고 백지 상태로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어요”


이런 조병규의 태도는 시즌1과는 다른, 시즌2에서의 달라질, 또 성장할 소문이의 모습이 더 기대된다. 평소 “어떤 단어, 문장으로 고착화되는 걸 경계한다”는 그가 배우 조병규로서 다양한 캐릭터를 입겠다는 뚝심이기도 하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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