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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와 인간성의 교차점…‘미키 17’이 던지는 질문 [D:영화 뷰]


입력 2025.02.02 14:02 수정 2025.02.02 14:02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2월 28일 개봉

봉준호 감독이 높은 기대감 속에 6년 만에 신작으로 돌아온다. '기생충'으로 전 세계를 열광시키며 한국 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연 그는 이번에 미국 워너브라더스와 협업해 SF 장르의 신작 '미키 17'을 선보인다.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지난달 20일 푸티지 시사회를 통해 일부 장면이 공개되며 베일을 벗은 '미키 17'은 봉 감독 특유의 사회를 향한 풍자와 인간적인 시선이 담긴 작품이었다.


에드워드 애슈턴의 소설 '미키 7'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주인공 미키가 위험한 임무에 투입되는 소모품(익스펜더블)으로, 죽으면 다시 프린트되는 존재라는 독특한 설정을 중심으로 한다. 미키는 17번째 죽음을 맞이한 상황에서 자신이 죽은 줄 알고 새롭게 생성된 미키 18과 마주하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영화 속 미키는 죽음 이후 휴먼 프린팅 기술을 통해 생성된다. 인간을 마치 서류처럼 복사해 무한대로 생산할 수 있다는 설정은 극단적으로 비인간적인 현실을 상징한다. 미키는 반복적으로 극한의 위험에 노출되며, 실험 대상이 된다. 특히 모든 기억이 그대로 남아 있는 채로 다시 태어나는 미키의 비극은, 단순히 공상과학적 설정을 넘어, 소모품화된 노동 계층과 인간 소외의 문제를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봉 감독은 이 설정을 통해 관객이 미키의 처지를 공감하고, 그의 성장 이야기에 몰입하도록 했다. 그는 "미키를 단순한 SF 캐릭터가 아닌, 관객이 측은지심을 느낄 수 있는 인간적인 존재로 그리고 싶었다"며, 이를 위해 원작이 다룬 미키의 7번의 죽음을 17번으로 늘리고, 미키의 과거사와 배경을 보다 일상적이고 현실적인 방식으로 재구성했다고 밝혔다. 원작에서 역사학자였던 미키가 영화 속에서는 실패한 자영업자로 등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봉 감독은 미키의 과거사를 보다 현실적이고 일상적인 모습으로 재구성하며, 소외된 노동 계층의 감정을 더욱 밀도 있게 담아냈다. 이는 '미키 17'이 원작의 이야기를 영화로 옮기는 데 그치지 않고, 봉 감독 특유의 인간적인 시선을 통해 새로운 해석과 메시지를 부여했다.


이 작품은 봉 감독의 첫 할리우드 영화로 약 1억5000만 달러의 제작비가 투입된 초대형 블록버스터다. 이는 그의 이전작 '기생충' 130억원과 전작 중 가장 높은 제작비가 들어간 '옥자' 6000만 달러와 비교해 압도적인 규모로, 할리우드에서도 대형 프로젝트로 분류되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봉 감독은 대규모 제작 환경에서도 자신만의 영화적 정체성을 잃지 않았다. 인간적인 시선과 계급 문제에 대한 통찰을 중심에 두며, 거대한 자본과 기술적 구현을 단순히 비주얼적 화려함으로 소비하지 않고, 영화의 메시지를 확장하는 도구로 삼았다.


그는 초대형 스케일의 이야기를 통해, 반복되는 죽음과 프린팅이라는 비인간적 기술 속에서 한 개인의 정체성과 존재 가치를 탐구하며, 관객에게 보다 보편적이고도 깊은 질문을 던진다. 이는 감독의 독창적 시선이 대규모 제작 환경에서도 어떻게 유지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글로벌 스튜디오와 창작자가 협력할 수 있는 이상적인 모델을 제시한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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