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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민심은 ⑨] '진보 심장' 광주서도 민주당에 '쓴소리'…"무조건 정권교체긴 한디"


입력 2025.02.02 08:00 수정 2025.02.02 08:00        데일리안 광주 = 김수현 기자 (water@dailian.co.kr)

젊은층 많은 신도시·전통 지지층 '세대별 다른 구도'

평균 39.5세 광산구 수완지구 "李, 예전만큼 아니다"

지난 대선 이어 또 찍어달라?…민심 탐탁지 않아

친명·비명 편가르기 '확장성 부족' 비토도 감지

광주송정역 대합실. 귀경객들로 대합실이 붐비고 있다. ⓒ데일리안 김수현 기자

"어지간히 (탄핵을) 봐가면서 해야지. 나라 공백 어떡할 거냐" (첨단지구 거주 김모 씨·30·남)

"지역 또래들 사이에선 '옛날 이재명과 다르다'는 이야기가 있다" (수완지구 거주 이모 씨·20대·여)


지난 30일 밤 광주 광산구 수완지구에서 만난 20·30세대들은 '현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에 대해 평가를 해달라'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광주 비아동, 첨단1·2동, 수완동, 신가동, 신창동, 하남동, 임곡동 등을 포함하는 지역구 광산구는 평균연령 39.5세, 전국 226개 기초지방단체 중 두 번째로 젊은 도시다. 그 안에 있는 수완·첨단 지구는 신도시로 분류돼 젊은 유권자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만큼 지역색을 떠난 신랄한 평가가 이어졌다.


탄핵 정국 이후 20·30세대 정치 기류가 달라지고 있다. 그간 민주당이 추진한 탄핵 폭주 강공 일변도 정책들이 중도층과 2030의 피로감을 키워서다. 이 때문에 청년들은 진보적 성향, 중장년층은 보수 성향이 일반적이라는 정치 공감대도 옛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갤럽의 1월 통합 지표에 따르면 1월 국민의힘 지지율은 18~29세 25%, 30대 29%였다. 전달 대비 각각 10%p, 12%p 높아졌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18~29세는 36%에서 32%로 4%p, 30대는 43%에서 36%로 7%p 지지율이 떨어졌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러한 정치권 분위기가 반영된 탓인지 설 연휴 수완지구 먹자골목을 찾은 청년들은 최근 민주당의 행태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쏟아냈다. 수완동에 거주하는 이모(20대·여)씨는 "이미 이재명 대표는 지역 또래들 사이에서 '옛날 이재명과 다르다'는 이야기가 있다. 국민의힘이랑 별반 다를 게 없는 행태를 요즘 보여주고 있어서다. 현 상황에선 새로운 인물이 없어 이재명이 유력하다고 보는 거지, 지난 대선 때는 윤석열이 너무 아니어서 찍었다지만, 지금은 그런 마음으로 (이 대표를) 찍어주고 싶지도 않다"고 했다.


첨단지구에서 거주하고 있는 김모(30대·남)씨는 "이재명을 좋아하지 않는다. 얽혀 있는 사건·사고들을 생각하면 인간미가 너무 없다. 이쪽에 해준 것도 없고, 여기 사람도 아니고. 그래서 이낙연 전 총리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아직 여기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 대표가 참 확장성이 부족하다. 당 밖에서 3김(김경수 전 경남지사·김동연 경기지사·김부겸 전 국무총리)이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 조기 대선 국면을 앞두고 화합이 잘 되는 것 같지도 않다"며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까지 탄핵하려고 하다니, 어지간히 (탄핵을) 봐가면서 해야지. 나라 공백 어떡할 거냐. 조기 대선으로 급한 건 알겠는데, 외교적으로도 급하고 막무가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설 연휴 뒤 이어진 주말인 지난 1일 오후 광주 송정역 앞 ⓒ데일리안 김수현 기자

설 연휴 뒤 이어진 주말인 지난 1일 낮 1시경, 용산역과 목포역에서 출발하는 KTX를 포함한 호남선·경전선 모든 열차가 정차하는 광주송정역 인근. 명절 연휴로 대목을 맞은 시기지만 비가 오는 날씨 탓에 인근 가게와 식당들은 비교적 한산했고, 귀경길에 오르는 지역민들로 역 안은 크게 붐볐다. 탄핵 정국,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 등으로 어수선한 상황이 계속된 데다 지역 경제가 깊은 침체에 빠진 탓인지 상인들은 "장사하기 너무 힘들다" "지긋지긋하다"며 정치권 상황에 적극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일식집을 운영하는 조모(60대·남)씨는 "장사하기 너무 힘들다. 지역 경제도 해마다 축소되는 것만 같다"며 "원래 연말이 장사하는 사람들에게는 대목인데, 12월 초부터 윤석열 계엄도 그렇고 최근 무안공항 참사도 그렇고 악재가 겹치면서 지역 소비심리도 덩달아 줄어든 것 같다"고 성토했다.


20년 넘게 금은방을 운영하고 있다는 김모(60대·남)씨는 "그냥 다 싫다. 지긋지긋하다"며 "이재명 대표도 마음에 안 들고, 정치부터 빨리 조용해져야 여기(상권)도 살아난다. 그만들 좀 싸웠음 좋겠다"고 말했다.


역 대합실 내에서 귀경길 기차를 기다리고 있던 이모(50대·여)씨는 "그래도 민주당이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국민의힘에서 말도 안 되는 비상식적인 이야기를 하는데, 흔들리지 않고 대처를 잘하는 편"이라며 "최근 서부지법 사태에도 흔들리지 않고, 크게 동요하지 않으면서 대처하고 있다 생각한다"고 말했다.


플랫폼에서 귀경길 기차를 기다리고 있던 오모(40대·남)씨는 "친명·비명 나누는 건 예전 문재인 전 대통령 때도 있었는데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나 김부겸 전 총리를 못 끌어안는 행태가 썩 좋아 보이지 않는다. 편 가르기부터 수습할 필요가 있다"며 "무조건 정권교체긴 한디(한데), 이 대표를 지지할지 말지 고민 중이다. 그래도 (범죄 이력이 있는) 찝찝한 사람보다는 깨끗한 사람이 나오면 좋지 않겠나"라고 민심을 전했다.

김수현 기자 (wate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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