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제품 가격 상승 기대…정제마진 1년 만에 2달러 넘어
프로필렌·PP 제품가 상승세…코로나 효과로 1Q 기대
일본 지진 및 미국 한파로 정유·석화 설비 가동이 일제히 중단되면 국내 업체들의 수익성이 뚜렷하게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휘발유 등 석유제품 공급 차질로 정제마진은 2달러대로 올라섰고, 폴리프로필렌(PP) 등 석유화학제품 가격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중이다. 가격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정유·화학사들은 1분기 실적 반등을 기대하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과 미국의 주요 정유·화학사들은 각각 대규모 강진과 한파 영향으로 공장 가동을 중단하거나 불가항력(Force Majeure)을 선언했다. 불가항력 선언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으로 계약이 불이행되거나 지연되는 사안에 대해 생산 당사자가 면책을 받는 것을 말한다.
지난 13일 밤 후쿠시마 연안에서 강도 7.3 규모의 지진으로 석유회사인 에네오스(ENEOS)는 센다이·네기시 정유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미국 역시 기록적인 한파로 텍사스주 걸프연안의 주요 정유공장 및 석유화학 공장들이 줄줄이 공장을 멈춰세웠다.
모티바(Motiva), 엑손모빌(ExxonMobil), 쉐브론(Chevron), 시트고(Citgo) 등 주요 정유공장들이 정제시설 가동 중단을 발표했다. 각 기업들은 하루 평균 63만배럴, 36만6000배럴, 11만2000배럴, 16만7000배럴을 생산하고 있으며 이는 미국 생산량의 약 2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일본·미국에서 발생한 자연재해 여파로 석유제품 재고 확보에 비상이 걸리면서 석유제품 가격이 급등할 것으로 전망한다. 석유제품 가격이 올라가게 되면 정유사들의 실적도 동반 개선될 전망이다. 제품가 상승은 정제마진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실제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2월 셋째주 기준 배럴당 2.1달러를 기록하며 1년 만에 처음으로 2달러대를 돌파했다. 정제마진은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 등 비용을 뺀 가격으로, 통상 업계에서는 배럴당 4∼5달러를 손익분기점(BEP)으로 판단한다.
정제마진은 코로나 백신 보급 및 수요 개선 기대감으로 점진적으로 회복되는 추세로, 이번 자연재해에 따른 셧다운 영향으로 상승세가 가팔라질 것이라는 기대다.
석유화학 제품 역시 미국 공장들이 가동 중단 발표로 공급 차질이 발생할 전망이다. 화학기업 라이온델바젤(LyondellBasell)은 폴리에틸렌에 대해 지난 15일 불가항력을 선언했고 같은 날 석유정제 및 화학기업인 플린트 힐스 리소스(Flint Hills Resources)도 텍사스주에서 생산되는 PP에 대해 불가항력을 선언했다.
석유기업 토탈(Total)은 텍사수주 라 포르테 공장의 PP 설비 가동을 중단했다. 롯데케미칼도 루이지애나주 레이크살스시에 위치한 에탄크래커(ECC)˙에틸렌글리콜(EG) 설비를 세웠다. 이곳에선 연 100만t의 에틸렌과 70만t의 모노에틸렌글리콜(MEG)을 생산한다.
이 외에 브라스켐(Braskem), 엑손모빌(ExxonMobil) 등은 각각 PP, 고밀도 폴리에틸렌(HDPE) 등의 생산을 중단했다.
메리츠증권은 이번 이슈로 미국 내 공급차질이 각각 PP 84%, 에틸렌 65%, 프로필렌 46%, 저밀도 폴리에틸렌(LLDPE) 54% 발생할 것으로 분석했다. 재가동 시점이 불투명해지면서 이들 범용제품을 생산하는 LG화학, 롯데케미칼, SK종합화학, 효성화학 등 국내 화학사들이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 프로필렌 가격은 19일 기준 t당 1006달러로 상승세를 지속중이며 PP 역시 1071달러를 기록하며 강세를 보이고 있다. 에틸렌 가격도 856달러로 소폭 반등했다.
더욱이 코로나19 백신 사용 승인 및 접종 소식도 석유제품 수요 회복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화이자를 비롯해 아스트라제네카, 모더나 등 백신 긴급 사용이 세계 각국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아울러 세계 각국에서 경기 부양 정책을 쏟아내고 있는 만큼 수요 회복 흐름은 보다 뚜렷하게 나타날 것이라는 기대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연초 유가 반등과 2월 중국 춘절 연휴 종료 후, 역내 석유화학 제품별 구매 움직임이 활발해지는 점 , 북미 석유화학 설비들의 공급차질 영향으로 전반적인 가격 강세 흐름이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