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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태의 빨간맛] '완전히 조율된 대북정책'의 속사정


입력 2021.04.26 07:00 수정 2021.04.26 05:14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금강산 개별관광 군불 때던 文정부

제 손으로 '족쇄' 채운 이유 뭔가

'동맹존중' 바이든이 트럼프처럼

등 돌릴까 우려하는 이유 뭔가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지난 3월 18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 외교국방 장관회의에서 기념촬영을 마친 뒤 자리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완전히 조율된 대북전략은 우리가 미국 측에 제시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지난 21일 관훈토론회에서 처음 공개한 한미 외교·국방 장관회담(2+2 회담) 비화다.


한미 외교·국방 수장들은 지난 3월 서울에서 개최된 2+2회담 직후 발표한 공동선언에서 "한미는 한반도와 관련된 모든 문제들을 긴밀히 조율하고 있다"며 "양국 장관들은 이러한 문제들이 한미 간 완전히 조율된 대북전략 하에 다뤄져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당초 '완전히 조율된 대북전략'은 미국 측 입장이 반영된 문구로 관측돼왔다. 문재인 정부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재가동 의지를 천명하며 독자 대북 드라이브 가능성을 시사해온 만큼, 미국이 '브레이크'를 걸 명분을 마련했다는 게 일반적 평가였다. 한데 정 장관은 해당 문구를 요구받은 게 아니라 요구한 것이라고 했다.


금강산 개별관광 군불을 때온 문 정부는 어째서 제 손으로 소화기를 미국에 넘긴 걸까. 개인적으론 "완전히 조율된 전략을 바탕으로 북한을 설득하자는 것이라 트럼프 행정부 때와는 다를 것"이라는 정 장관 발언에 '힌트'가 있다고 본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하노이 회담에서 예고 없이 '영변+알파' 카드를 꺼내 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 정부 중재대로 영변 핵시설 폐기와 제재 해제를 맞바꾸는 줄 알았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 카드'에 끝내 응하지 않았다. 그렇게 김 위원장은 빈손으로 3박4일 동안 기차를 타고 평양으로 돌아갔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회고록에 따르면,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었던 정 장관은 볼턴 보좌관과의 통화에서 "북한이 '플랜B(대안)' 없이 오직 한 가지 전략을 들고 하노이에 온 것이 놀랍다"고 말하기도 했다.


북미협상의 막후 주역이었던 정 장관은 트럼프 행정부가 아무런 언질 없이 새로운 협상안을 꺼낼 줄도, 북한이 그토록 순진하게 협상에 나설 줄도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평양은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지만, 워싱턴은 전혀 다른 곳이 되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공언해온 대로 동맹공조를 통한 다자주의 외교에 주력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에선 '같은 입장(on the same page)'의 대북정책을 강조하기도 했다.


예고한 외교정책을 그대로 구현하는, 동맹 존중을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는 미국이건만, 정 장관은 왜 굳이 '완전히 조율된 대북정책'을 바이든 행정부에 요구했을까. 혹 트럼프 행정부와 마찬가지로 바이든 행정부 역시 한국을 배제한 대북정책을 펼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는 건 아닌가.


정 장관에게 각인된 '트럼프 트라우마'가 워낙 강렬하거나, 애초 '확실한 보험'을 들어두겠다는 뜻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자신이 주도하고 있는 '미중 양다리 외교'의 불확실성을 염두에 두고 제 손으로 '족쇄'를 채워 미국 손에 쥐여준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정 장관은 "미국과 중국은 선택의 대상이 아니다"고 했다. 미중 양국으로부터 "선택을 요구받은 적도 없다"고 했다. 하지만 워싱턴 조야는 '한국이 70년 전 이미 미국을 선택했다'고 보고 있다. 한국이 누리고 있는 자유와 경제적 번영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생각해보라는 것이다. 정 장관도 아주 잘 아는 이야기일 것이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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