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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패싱당한 전경련…이재용 사면 건의에서조차 외면


입력 2021.04.27 11:06 수정 2021.04.27 15:21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경총 등 5개 경제단체 靑에 이재용 사면 건의서 제출

의사 묻지도 않아...타 단체들도 정부 눈치보기 급급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 회관 전경.ⓒ연합뉴스

현 정부의 패싱으로 입지가 크게 축소된 전국경제연합회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 건의서에 이름조차 올리지 못했다.


정부의 확고한 패싱 기조 속에서 다른 경제단체들도 이를 외면하면서 재계 대표 단체임에도 기업인 사면 건의에 명함조차 못 내미는 처지로 몰락하고 있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전날 오후 정부에 제출된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사면 건의서에는 한국경영자총협회·대한상공회의소·중소기업중앙회·한국무역협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5개 경제단체가 이름을 올렸지만 전경련은 빠졌다.


경총 주도로 이뤄진 이번 건의서에서 전경련이 배제된 것은 이미 사전에 조짐이 있었다. 이 부회장에 대한 사면건의는 지난 16일 열린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당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의 경제단체장 간담회에서 이뤄졌다.


손경식 경총 회장을 비롯한 경제단체장들은 이 자리에서 홍 부총리에게 이 부회장의 사면을 건의했는데 이날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참석자 대상에서 빠져있었다.


이날 건의에 이어 청와대에 사면 건의서를 정식 제출한 것으로 그날 간담회에 참석한 5개 경제단체 이름만으로 올린 것이다. 건의서 제출 전에 전경련 측에 참여 의사를 묻는 절차도 아예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경련은 “이번 건의서 제출 전에 우리쪽에 참여 의사를 묻는 과정은 없었다”며 “앞서 열린 간담회에서 건의가 이뤄진 사안이기는 하지만 주요 기업인에 관련된 문제라는 점에서 다소 아쉽기는 하다”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은 현 정부들어 지속되고 있는 전경련 패싱 상황과 무관치 않다. 전경련은 지난 2016년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기금 출연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적폐’로 낙인찍혀 철저히 정부와의 소통에서 배제되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6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개최된 '부총리-경제단체장 간담회'에서 참석한 경제단체장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강호갑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 홍 부총리,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최근 선임된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도 취임 인사차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손경식 경총 회장, 김기문 중기중앙회장, 구자열 무협 회장, 강호갑 중견련 회장 등을 잇따라 만나 경제계와의 소통에 나섰지만 전경련은 회원사가 중복된다는 이유로 방문하지 않았다.


전경련이 재계의 소통창구로 역할을 완전히 상실하면서 존재감마저 유명무실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는 다른 경제단체들마저 정부의 눈치를 보면서 슬슬 전경련을 회피하는 분위기까지 형성되고 있다.


최근 새롭게 경제단체 수장으로 취임한 최태원 회장과 구자열 회장 모두 허창수 전경련 회장과 만남을 가지지 않았다. 다른 경제단체장들과 달리 허 회장이 정부의 간담회에 참석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을 감안하면 별도의 만남을 가질만도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


이번 이 부회장 사면 건의서에 앞서 지난 13일 중대재해법 시행 제정 건의서에도 이러한 외면 분위기는 잘 나타났다. 경총이 당초 공개한 중대재해법 시행령 제정 건의서에는 전경련의 이름을 빠져 있었던 것이다.


경총이 건의서를 발표한지 두 시간여가 지난 후 뒤늦게나마 전경련의 이름을 추가해 수정본을 다시 배포했지만 전경련이 중대재해법 국회 논의시절부터 함께 해 온 단체였다는 점에서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었다는게 재계의 중론이었다.


재계 한 관계자는 “현 정부 출범 이후 지속돼 온 전경련에 대한 패싱이 장기화되면서 다른 경제단체들도 정부의 눈치를 보면서 전경련을 더욱 멀리하려는 모습”이라며 “기업들을 옥죄는 규제와 법안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경제단체들간 힘을 하나로 모아도 모자랄 판에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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