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보정동, 대전 월평1·2·3동, 세종 보람동 등 시범 운영
전문가 "장점있지만, 임대료 인상은 불가피"
"자기 임대소득이 노출되니까 임대인들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에요. 조세전가가 이뤄진다는 말은 당연한 것 아닐까요. 괜히 일만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지난 25일 만난 용인시 기흥구 보정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전월세신고제에 대해 묻자 이렇게 답했다. 그는 중개업소 내부에 붙어있는 전월세신고제 홍보 포스터를 가리키며 한동안 하소연을 늘어놨다.
안 그래도 높아진 전월세 가격 탓에 거래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 전월세신고제 시행 이후 거래가 아예 틀어 막혔다는 얘기였다. 거래는 거의 없다시피 한다고 했다. 공인중개업소엔 손님도, 전화도 그다지 많지 않았다.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임대인도 그렇고 임차인도 조금 더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강하다"며 "제도가 본격 시행된 뒤 거래가 좀 발생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전월세신고제는 주택임대차 3법의 마지막 개정 사항으로 보증금이 6000만원 또는 차임이 월 30만원을 초과하는 경우 신고하도록 한 제도다. 이날 찾은 보정동을 비롯해 대전시 서구 월평1·2·3동, 세종시 보람동 등은 지난달 19일부터 시범 운영 중에 있다.
이제 막 시행된 지 1개월여 조금 지났지만, 전월세신고제 여파는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었다. 먼저 수리비용이 임차인에게 전가됐다고 한다. 이전까지만 해도 수리는 일종의 서비스처럼 제공됐지만 세 부담이 커지면서 비용 지출을 최소화하는 분위기다.
B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이젠 수리는 못 해주겠다고 하는 집주인들이 많다. 단순히 신고제 때문이라고 보긴 어려울 수도 있지만 임대차법이랑 해서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듯 하다"며 "앞으로 비용 전가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대료도 인상되는 추세다. 올해부터 강화되는 보유세 부담에 더해 임대소득세 부과도 피할 수 없게 되면서 차라리 임대료를 올려 조세 부담을 경감하겠다는 움직임이다. 그동안은 임대차 시장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가 없어 임대소득을 줄이거나 누락시켜 과세망을 피해가기도 했다.
이달 거래 건을 보면 용인시 기흥구 보정동 죽현마을아이파크 전용면적 84㎡는 지난 24일 보증금 4억원에 임대료 75만원에 임대차 계약이 체결됐다. 그동안의 시세보다 높은 가격이라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올초 거래 건과 비교해도 수십만원이 올랐다.
인근 C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월세신고제 도입으로 과세 대상이 되면 수익률이 떨어진다"며 "결국 수익률을 맞추려면 임대료를 높이는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전월세 신고제 도입이 임차인 보호 체계를 강화한다는 긍정적인 측면에 대부분 동의하는 한편, 과세 부담이 커지면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임대업도 사업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전월세신고제는 필요하다. 세입자 보호도 되고 좋은 제도"라면서도 "지금처럼 임대 매물이 부족한 상황에서 시행되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임대료가 증가하는 등 임대차 시장이 불안해 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