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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 조장” “조삼모사”…같은 지적 또, ‘도돌이표’ 단통법


입력 2021.05.26 11:14 수정 2021.05.26 17:35        김은경 기자 (ek@dailian.co.kr)

이통사가 공시지원금 낮추면 추가지원금 높여도 의미 없어

대형 유통점 쏠림 심화…공시 주기 단축으로 시장 혼란 우려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S21’ 출시일인 지난 1월 29일 오후 서울 신도림 테크노마트 휴대전화 집단상가 전경.(자료사진)ⓒ데일리안 김은경 기자

방송통신위원회가 26일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개정안을 발표한 가운데 이번 개정안도 실효성이 없으며 다양한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방통위는 휴대폰 유통점에서 지급하는 추가지원금을 기존 공시지원금의 15%에서 30%로 2배 상향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휴대폰 구매가격을 낮춰 가계통신비 부담을 덜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추가지원금은 말 그대로 휴대폰 구매 시 유통점이 기존에 정해진 공시지원금의 일정 %를 추가로 지급할 수 있는 것일 뿐, 법으로 강제되는 사항이 아니다.


업계에서는 이를 30%로 상향하면 자금 여력이 있는 유통점만 추가로 지급할 명분이 생겨 소비자들이 이곳으로 쏠리게 되고, 중소 유통점은 고사 위기에 처하게 될 것으로 우려한다.


이통사 한 관계자는 “지금도 추가지원금은 일부 대형 유통점에서만 제공하는데 이 비율을 높이면 대형 유통망 쏠림현상이 심화하고 중소 유통점은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유통망도 소상공인 보호 측면에서 우려를 나타냈다.


이종천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이사는 “규모가 큰 디지털프라자나 대형 유통망은 30% 지원 여력이 있지만, 작은 곳은 대부분 그럴 여력이 없다”며 “이 법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장려금 차별행위 관련 제도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 시내의 한 휴대전화 매장.ⓒ뉴시스
◆‘짠물’ 지원금에 오히려 이용자 혜택 감소 우려

단통법 개정으로 오히려 이용자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줄어들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통사가 공시지원금 자체를 낮출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도 이통사들은 공시지원금의 최소 금액인 ‘하한선’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마케팅 출혈 경쟁이 발생하거나 하면 자체적으로 ‘짠물’ 지원금을 책정하기도 한다.


이종천 이사는 “만약 갤럭시S21 공시지원금이 50만원이라고 하면 추가지원금 비율이 15%에서 30%로 증가했을 때 소비자가 받는 금액이 7만5000원에서 15만원으로 증가하겠지만, 이는 단순한 생각”이라며 “방통위가 오히려 이용자 차별행위를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마케팅비 증가에 부담을 느낀 이통사가 공시지원금을 30만원으로 내려버리면, 결과적으로 추가지원금은 9만원으로 오르지만 결국 소비자는 57만5000원을 받을 수 있던 것을 39만원밖에 받지 못하는 등 혜택이 줄어드는 꼴이기 때문이다.


이 지적에 대해 방통위는 이통사가 쉽게 공시지원금을 하향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공시지원금 재원은 이통사와 단말 제조사가 같이 부담하고, 25% 선택약정할인은 이통사 혼자 재원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만약 이통사가 공시지원금을 낮추면 이용자들은 자연스레 공시지원금이 아닌 25% 선택약정할인으로 몰리게 되고, 이통사 입장에서는 이 경우 본인들의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쉽게 공시지원금을 낮추지는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방통위 설명과 달리 25% 선택약정할인 역시 이통사 100% 재원이 아닌 제조사 지원금이 일부 투입되는 형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단말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만약 이통사가 단말기 1만대를 구입하면 제조사가 1000만원을 마케팅비로 제공하고, 그중에 일정 비율을 선택약정할인 재원으로 빼놓은 뒤 나머지를 공시지원금에 태운다”며 “방통위가 시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방송통신위원회 로고.ⓒ방송통신위원회
◆단말 구매부담 여전한데 지원금 오른듯한 ‘착시효과’

근본적으로 휴대폰 자체의 가격을 낮추지 못한 채 유통망 지원금이 올라 단말 구매 부담이 내려간 것처럼 보이는 ‘조삼모사’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김주호 참여연대 사회경제1팀장은 “추가지원금 상향은 말 그대로 조삼모사”라며 “소비자가 지원금을 더 받는 만큼 통신비나 단말기 요금이 부풀려져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어 “애초에 분리공시제 등을 통해 단말기 가격을 투명하게 공개해서 구매 부담을 낮춰야 하는 것이지, 추가지원금을 통해 가계통신비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는 건 너무 낙관적인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방통위가 이날 발표한 개정안에는 이통사의 공시지원금 변경일은 기존 7일 유지에서 월요일과 목요일에 할 수 있도록 주기를 단축하는 내용도 담겼다.


지원금 최소 공시기간을 3~4일로 단축해 이동통신사 간 공시지원금 경쟁을 유도하고 소비자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 이용자 선택권을 강화하기로 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한 통신사 관계자는 “기존 일주일로 설정한 공시주기는 소비자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함이었는데, 이를 단축하는 것은 오히려 소비자 입장에서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릴 우려가 있다”고 언급했다.


김주호 팀장도 “지원금 공시 주기가 3일로 줄면 이통사들이 더 기민하게 움직이면서 오히려 기업의 부담을 최소화하도록 스팟성 지원금을 살포할 것”이라며 “이통사가 더 쉽게 본인들이 유리한 쪽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정부가 길을 열어준 셈”이라고 말했다.

김은경 기자 (e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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