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델타 변이 확산으로 하루 수만 명 확진자 발생
영국 정보, 백신 접종률 앞세워 코로나19와의 공존 선택
다른 국가·대륙 상황 무시한 결정..날카로운 부메랑 될 수도
최근 영국 코로나19 확진자의 90%가 델타 변이에 의한 감염으로 조사돼 충격을 주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델타 변이 전파력은 알파 변이보다 55% 더 높다”고 발표한 바 있다.
지난 5월 1000명대로 떨어졌던 영국의 하루 신규 확진자 수는 이달 들어 3만 명을 상회한다. 하루 수 만 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지만, 영국 정부는 오는 19일부터 마스크를 벗고 봉쇄를 풀기로 했다.
“백신 1차 접종률이 60%를 초과하면서 사망률도 독감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밝힌 영국은 이른바 '코로나19와의 공존'을 선택한 모양새다. 델타 변이가 확산되고 있는 데다 백신 면역 기간의 지속 여부도 알 수 없는 상황인데 매우 위험한 선택이다. 또 다른 대륙에 전파될 수 있다는 사실을 무시한 이기적 발상에서 나온 방역 정책이기도 하다.
영국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마이크 라이언 세계보건기구(WHO) 긴급대응팀장은 영국 정부의 결정에 대해 “도덕의 부재이자 역학적으로 어리석음을 보여주는 결정”이라고 일갈했다. 다른 방역 전문가들도 “비윤리적인 실험을 시작했다”며 비판했다.
백신이 특정 국가에 쏠리고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거브러여수스 WHO사무총장은 “백신 불평등과 빠른 변이 확산으로 아프리카와 아시아, 중남미의 일부 나라에서는 죽음의 물결을 일고 있다”고 말했다.
마치 대유행이 끝난 것처럼 봉쇄와 긴장을 풀고 있다 보니 국민들도 풀리고 있다.
영국은 유로2020(유럽축구선수권대회)에 미쳐 방역을 잊은 듯하다. 아니 깡그리 무시하고 있다. 스코틀랜드 축구팬들을 통해 대규모 글로벌 스포츠 이벤트가 코로나19 대확산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잉글랜드는 지난 8일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유로2020’ 4강 연장전에서 해리 케인의 결승골로 승리, 처음으로 대회 결승에 진출했다.
경기 후 웸블리 스타디움 앞에서 축구 팬들은 서로 껴안고 응원가 떼창까지 불러댔다. 실내 좁은 공간에서도 맥주를 들이키며 서로 얼싸안고 몸을 비비며 환호했다. 마스크 쓴 사람은 찾아보기 어려웠고, 사회적 거리두기는 실종됐다. 영국 정부는 오는 11일 결승전에도 전체 좌석의 75%에 해당하는 6만 관중의 입장을 허용한다.
세계 방역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상황이 영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전파력이 강한 델타 변이를 안고 있는 것은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19를 놓고 중국인은 물론 아시아인을 싸잡아 무차별 매도했던 그들이다.
영국은 국제사회의 중심과 정상권에 있다고 자부하는 G7에 속한 국가다. 다른 나라와 대륙의 입장도 살펴야 한다. 코로나19 출구전략을 짜면서 정책 실험하는 것을 지적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지금은 때가 아니다. 사라지지 않는 바이러스는 더 강해져 새로운 바이러스로 진화한다. 코로나19가 아닌 세계인과 공존의 길을 먼저 생각해야 할 때다. 간과할 경우 더 날카로운 코로나19 슈팅에 방역망은 뚫릴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