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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부진한 르노삼성 임단협, 반등 절호의 기회 놓치나


입력 2021.08.23 13:56 수정 2021.08.23 13:57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르노삼성 노사, 2년치 임단협 두고 24일 교섭 재개 예정

노사 기본급 인상 두고 '강대강' 대치…XM3 수출 물량 날아갈 '우려'

부산공장 경쟁력 최하위…생산성 떨어지면 신차 물량 배정도 악영향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전경. ⓒ르노삼성자동차

지난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을 마무리짓지 못한 르노삼성자동차 노사가 2년째 줄다리기를 이어가면서 업계 안팎으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올해 판매가 부진한 르노삼성은 이번 고비를 넘기기 위해서는 XM3 유럽 수출 물량에 '올인'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와의 마찰이 지속될 경우, 생산차질 뿐 아니라 르노그룹 본사의 신뢰마저 잃어 향후 물량 배정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 노사는 오는 24일 임단협 협상 교섭에 나설 예정이다. 노사는 여름 휴가 후 처음으로 지난 19일 교섭 테이블에 앉았지만 이렇다 할 의견 접근에 이르지 못했다. 이런 분위기가 지속되는 한 다음 교섭에서도 별다른 진척없이 '강대강' 대치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사측은 여름 휴가 전 타결을 위해 지난달 26일 올해 임협까지 포함한 2년치 통합 제시안을 내놓았다. 노사는 사측 제시안을 놓고 28일 밤늦게까지 사흘 연속 집중 교섭을 벌였으나 합의에는 실패했다.


사측은 2020·2021년 임단협을 통합 교섭하고 2년치 기본급을 동결하되, 이에 따른 보상금 200만원과 생산성 격려금 1인당 평균 200만원 등 총 800만원의 일시금을 지급할 것을 제시했다.


그러나 노조는 지난해와 올해 기본급을 동결하면 2018년부터 4년 연속 동결하는 것이라며 월 7만1687만원(호봉승급분 제외) 기본급 인상, 격려금 700만원 지급 등을 주장하고 있다.


또 사측이 부산공장 유연성 확보를 위해 내년 2월까지 부품 수급 등에 따른 가동 중단시 개인 연차 5일을 소진할 것을 제안한 것에 대해서도 반발했다. 노조는 사측의 입장 변화가 없을 시 쟁의권 확보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사측은 부산공장의 생산성이 르노그룹의 해외 사업장 보다 떨어지는 상황에서 노조가 주장하는 기본급 인상을 받아들이기는 힘들다고 말한다. 실제 르노그룹 소속 19개 공장 중 부산공장의 제조원가 순위는 17위로 최하위 수준에 머물고 있다.


실적 부진 속 모기업으로부터 비용 절감 압박을 받고 있는 르노삼성이 오히려 인건비를 인상하게 되면 해외 생산기지로서의 경쟁력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5월 초 프랑스 Le havre항에서 양하 작업 중인 XM3. ⓒ르노삼성자동차

만일 노조가 임단협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파업을 벌일 경우, 르노삼성은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수 천대의 생산차질을 빚게 될 전망이다. 계속되는 판매 부진으로 실적이 악화되고 있는 르노삼성으로서는 타격이 크다.


실제 르노삼성은 지속되는 판매 감소로 지난해 800억원 가량의 영업적자를 본 데 이어 올해도 고전이 불가피한 형편이다.


1~7월까지 르노삼성 내수 판매는 3만3798대로 전년 동기 대비 45.1%나 급감했다. 이 같은 성적으로는 고가의 수입차 브랜드인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4만9253대)와 BMW 코리아(4만2283대)에도 훨씬 미치지 못한다.


내수 판매를 견인할 볼륨 차급에서의 신차 출시 계획도 없다. 르노삼성은 주력 모델들이 모두 지난해까지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를 마친 상태라 올해는 신차 출시 계획이 전무하다.


현실적으로 판매량 확대를 기대하기 보다는 기존 차종들에 대한 마케팅을 강화해 신차 효과 희석에 따른 판매 감소를 최소화하는 게 최선이다. 그나마 지난 6월부터 유럽 28개국에 판매를 시작한 XM3가 안정적으로 수출 물량을 확보한다면, 앞으로의 생산 물량 회복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다.


그러기 위해서는 노조의 추가 파업 없이, 올해 임협을 포함한 2년치 임단협이 빨리 타결돼야만 정상화를 앞당길 수 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강대강' 대치로는 추석 이전은 커녕, 연내 타결도 낙관하기 힘들다.


불확실성이 가중될수록 그룹 본사로부터 신뢰를 잃어 XM3 수출길이 막힐 뿐 아니라 향후 물량 배정에서도 후순위로 밀려나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르노그룹 경영진은 이미 르노삼성의 노조의 잦은 파업과 높은 생산비용 문제를 거론하며 XM3 물량을 해외 다른 곳으로 이전할 가능성을 암시해왔다.


르노삼성은 2대 주주인 삼성카드의 지분 매각으로 '삼성'을 떼고 홀로서기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앞서 양측은 작년 8월 '삼성' 브랜드 사용 계약을 연장하지 않고 2년 유예(2022년 8월 4일 만료)하기로 한 데 이어 올해 삼성카드가 지분을 정리하기로 하면서 21년 만에 결별 수순을 밟게 됐다.


이번 지분 매각에 대한 해석은 분분하나 르노삼성이 매년 수 백억원 지급해오던 브랜드 사용료 지급이 힘들 만큼 상황이 어려워졌다는 점과 지속되는 노조 리스크로 삼성 브랜드에 미치는 영향이 부정적이라는 판단이 골고루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르노삼성의 내수 판매가 부진한 상황에서 XM3 유럽 수출이 유일한 희망이라는 것은 노사 모두가 공감하고 있을 것"이라며 "르노그룹의 경고가 현실화되기 이전에 노사가 힘을 합쳐 리스크를 잠재우고 생산성을 높여나가는 것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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