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에서 함께 여행을 하던 남성에게 2개월간 감금·성폭행을 당한 피해 여성이 실명과 얼굴을 공개했다. 그는 "가해자가 형량을 낮추려 국내 송환을 추진하고 있다"며 가해자에 대한 엄벌을 촉구했다.
지난 24일 유튜브 '이모르 emor'에는 지난해 터키 이스탄불에서 40대 한국 남성에게 감금 및 성폭행을 당한 김윤지(23)씨를 소개하는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에서 그는 글을 배우러 무작정 떠난 낯선 땅에서 당한 폭력과 고문의 기억을 헤집었다. 작가의 꿈을 꿨던 김씨는 지난해 2월 지인을 통해 작가 이모(44)씨를 알게 됐다. 이씨는 김씨에게 글을 봐주겠다며 터키로 가자고 회유했고, 김씨도 큰 의심을 하지 않고 이씨의 말을 따랐다. 하지만 그의 여행은 예상치 못한 악몽의 연속이었다. 이씨는 터키에 도착하자마자 그를 거의 매일 같이 폭행했다.
김씨는 "첫날부터 옷을 다 벗겨놓고, 창문에 세워놓고 두들겨 팼다"며 "제가 영어도 못하고, 터키어는 더 못하니까 도움을 요청할 곳도 없어 끌려다니며 가진 돈을 모두 다 썼다"고 말했다.
이씨에게 감금을 당했다고도 한다. 외출을 하는 날엔 김씨의 옷을 다 벗겨놓고 베란다에 가둔 채 나갔다고. 이씨는 또 김씨에게 음란한 영상을 찍어 판매하자고 협박하고, 소변을 본 이후 마시라고 강요하는 등 고문을 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김씨가 이 악몽에서 깨어날 수 있었던 건 여행 두 달 만이었다. 숙소 주인이 얼굴에 심하게 멍이 든 김씨를 보고 한국영사관에 신고했고, 이씨는 경찰에 체포돼 상해 유발, 고문, 재산 피해, 모욕, 연쇄 성폭행, 협박, 사생활 침해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터키 검찰은 이씨에게 최대 징역 46년을 구형했다. 다만 이씨는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그는 "합의 하에 이뤄진 성관계였고, 고문 역시 성적 환상에 의한 역할극이었다"며 국내 송환을 요청하고 있다.
김씨는 그해 3월 17일 한국으로 돌아왔다. 귀국 이후에는 여성긴급센터와 청소년상담센터에서 지원을 받아 머리를 꿰맸고, 탈출된 안와에 임플란트를 넣는 수술을 마쳤다.
김씨는 "이씨의 선고 공판이 9월 7일이다. 공판을 보기 위해 다시 터키에 갈 예정"이라며 "가해자가 국내 송환을 요청하고 있어 너무 걱정이다. 심신미약이니 뭐니 적용돼서 풀려날까봐 잠을 못자고 있다. 무섭다"고 말했다. 그는 "저는 터키에서 범죄 피해를 당했을 때 죽었다고 생각한다"며 "가해자가 46년 그대로 판결을 받는 것, 제 바람은 그것뿐"이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