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우리은행, 여성 無
전문성 갖추면 몸값↑영향력↑
금융사들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강조하면서, 지배구조의 성별 다양성도 주요 지표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여전히 여성 사외이사 비중은 미미하다. 특히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따르면 자산 총액 2조원이 넘는 기업은 이사회 전원을 같은 성으로 구성하면 안된다. 즉 금융사들은 내년 8월전까지 적어도 여성 사외이사 1명을 선임해야 한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8대 주요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기업•씨티•SC제일)의 사외이사는 38명이고, 이중 여성은 8명이다. 외국계인 SC제일은행과 하나은행이 여성 사외이사 각 2명을 선임했으며 우리은행, 국민은행은 여성 사외이사가 없다. 나머지 은행은 각 1명씩 여성 사외이사가 활동중이다.
5대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농협) 여성 사외이사는 6명이다. 전체 사외이사는 39명이다. KB금융과 NH농협금융이 각각 2명, 신한과 하나금융이 각 1명, 우리금융은 여성이 없다.
금융권 ESG 열풍이 불며 기존 남성 중심의 이사회 구성에서 탈피해야 하는 만큼, 여성 임원 모시기가 한창이다. 하지만 금융 특유의 보수문화와 더불어 전문성을 가진 여성 인력 풀이 제한적이라는 지적이다. 사외이사에 선임되려면 평균 20년 이상의 관련 경력이 필요한데, 육아 등의 경력 단절과 여성의 상대적으로 짧은 사회진출 기간이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여성 사외이사가 1~2명에 그치는 것도 이같은 기류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여성 사외이사 몸값이 높아지면서 각 사들은 여성 사외이사 비중과 영향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SC제일은행은 지난 8일 이사회를 열고 신임 이사회 의장에 이은형 사외이사를 선임했다. 첫 여성 이사회 의장이다. 은행측은 “2016년 이 의장이 이사진에 합류한 뒤 5년간 경제 및 홍보 분야 다양한 현장 경험, 전문성을 바탕으로 은행의 주요 현안 대응과 리스크 관리에서 탁월한 역량을 발휘했다”고 설명했다.
NH농협금융지주는 지난 3월 정기주총에서 이미경 환경재단 대표를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하고, 기존 사외이사였던 남유선 국민대학교 교수를 재연임시켰다. 상장사가 아니기 때문에 자본시장법 개정안의 적용대상이 아님에도, ESG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여성 사외이사를 2명으로 늘린 것이다.
하나금융은 지난 3월 정기주총에서 최대 재임기간을 채운 차은영 이화여대 교수 자리를 채우기 위해 권숙교 고려대 경영대학 기업경영연구원 연구교수를 영입했다. 디지털 전문가인 권숙교 교수는 KB국민은행에서 사외이사를 역임했다. 경쟁사 사외이사를 곧바로 영입하며 성비를 사수한 것이다.
반면 여성 사외이사를 구하는데 애를 먹는 곳도 있다. 국책은행은 상대적으로 민간 금융회사보다 연봉 등 제공 혜택 수준이 낮아 어려움을 겪는 분위기다. 공공기관 임원보수지침 기준 사외이사의 최대 임금은 연 3000만원이다. 지난해 상장금융사 사외이사 평균 보수의 절반 수준이다.
IBK 기업은행의 경우 지난 4월 정소민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사외이사로 임명했지만, 후보 물색 과정에서 난항을 빚은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은 이동걸 회장이 ESG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여성 사외이사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금융권 관계자는 “사회 인식이 변화하고 ESG 경영이 부각되면서 여성 사외이사를 찾는 기업들이 급증했다"며 "자본시장법 개정안 유예기간 종료가 임박할 수록 전문성 있는 여성 인재들의 몸값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