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금융지주 73% · 은행 77% 해당
‘킹메이커’ 이사진 변화에 업계 ‘촉각’
은행권 사외이사들이 내년 3월 대부분 임기 만료를 앞둔 가운데 금융권의 차기 경영지배구조에도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집중된다. 일각에서는 거수기라고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여전시 사외이사는 최고경영자(CEO) 인선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킹메이커’라는 평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사외이사들은 대부분 연임하는것이 관례지만, 금융사들이 혁신과 변화를 위해 인사 시즌을 앞두고 이들을 대거 교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3일 은행권에 따르면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농협) 사외이사 총 38명 중 28명(73%)이 연말 혹은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된다. 금융지주사별로 신한금융 8명(박안순·변양호·성재호·이윤재·최경록·허용학·윤재원·진현덕), KB금융 전원 7명(스튜어트 솔로몬·선우석호·최명희·정구환·김경호·권선주·오규택), 하나금융 6명(박원구·백태승·강홍진·양동훈·허윤·이정원), 우리금융 4명(노성태·박상용·정찬형·장동우), NH농협금융 3명(김용기·남유선·이진순)이다.
5대 은행에서는 전체 26명의 사외이사 중 20명(77%)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각각 국민은행 4명(임승태·안강현·석승훈·유용근), 신한은행 4명(박원식·서기석·윤승한·이흔야), 하나은행 5명(황덕남·고영일·김태영·유재훈·이명섭), 우리은행 전원 5명(박상용·노성태·정찬형·박수만·김준호), 농협은행 2명(이광범·하준)이다.
금융권은 전문성을 갖춘 사외이사 영입이 쉽지 않은 만큼, 임기 연장이 제한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사외이사들을 재선임해왔다. 사외이사의 임기는 변수가 없는 한 내부규범에 따른다. 은행의 경우 국민은행은 은행과 계열사에서 사외이사로 5년 이상을 재직할 수 없으며, 신한은행은 사외이사가 연속해 6년을 초과해 재임할 수 없게 했다. 계열사 사외이사 재직 기간을 합산해 총 9년을 초과할 수 없게 정했다. 하나은행도 5년을 초과해서 사외이사가 재임하지 못하도록 했고, 우리은행은 연속 최대 6년까지 재임 가능하다.
이같은 이유로 이들 사외이사들은 대부분 연임 수순이 예상된다. 코로나19 등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경영 지배구조 안정을 선호하는 현재의 분위기라면, 뚜렷한 대안이 없는 한 사외이사 교체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다만 인터넷뱅크와 핀테크 등과의 치열한 경쟁 등으로 은행권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점, 거듭되는 연임에도 사외이사의 역할이 제한적이라는 비판은 사외이사 교체 명분으로 작용하고 있다.
가장 관심을 모으는 곳은 하나금융지주이다. 하나금융지주는 김정태 회장이 ‘만 70세 룰’로 더 이상 회장직을 수행할 수 없게 되면서, 10년 만에 새로운 회장을 맞이한다. 현재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과 지성규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박성호 하나은행장 등이 후보군에 거론되고 있다. 하나금융그룹 전체 경영에도 큰 변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도전과 혁신에 초점을 맞춰 사외이사진들이 상당 수 교체될 수도 있다. 하나금융지주 내규에 따르면 사외이사의 임기는 2년 이내, 1년 단위로 연임 가능하다. 사외이사 임기 한도는 6년이다.
특히 하나금융그룹은 차기 회장 선출을 위해 이르면 올해 말, 늦어도 내년 초까지 회장후보 추천위원회(회추위)를 출범시킬 예정이다. 회추위는 사외이사 전원으로 구성되며, 대표이사 회장은 연임 의사가 없는 경우 소속될 수 있다. 회추위 구성을 염두에 두고 사외이사진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 김정태 회장의 회추위 합류 여부와 사외이사 구성 향방에 따라 차기 하나금융의 회장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지주도 사외이사 구성에 변화가 생겼다. 우리금융은 지난 9일 예금보험공사가 우리금융지주 잔여 지분 매각에 성공하며 23년 만에 완전민영화를 달성했다. 이에 따라 예보 지분 4%를 취득한 유진PE가 새 사외이사를 추천할 수 있게 됐다. 현 우리금융 이사회는 손태승 회장 등 사내이사 2명과 예보가 추천한 김홍태 에보 인사지원부장(비상임이사), 기존 과점주주들이 추천한 사외이사 4명으로 구성됐다. 그러나 이번 잔여지분 매각으로 예보가 추천한 인사가 빠지고 유진PE 측 사외이사가 충원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기존 4명 사외이사들의 연임과 교체 가능도 공존한다.
KB국민은행도 허인 행장에서 이재근 행장으로 내정되며 세대교체 바람이 거세다. 이 내정자는 만 55세로 시중은행 행장 중 가장 젊다. ‘계열사 대표이사 후보 추천위원회(대추위)’는 이 내정자 선정 배경으로 ‘변화 혁신 역량’과 ‘실행력’, ‘수평적 리더쉽’을 꼽았다. 최연소 행장으로 세대교체를 통해 혁신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윤종규 KB금융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KB국민은행 부행장들의 대거 교체가 예상되는 가운데, 사외이사들 모두 재연임에 성공할지는 지켜봐야 한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 사외이사는 막강한 권한과 고액 연봉에도 ‘거수기’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며 “전문성을 충족하는 후보군을 찾기가 어렵다는 이유로 대부분 재연임을 하고 있는데 ‘견제와 감시’라는 본연의 기능을 위해서 주기적으로 교체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