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전 세계 최초 개봉
"내가 그림자 속에 숨은 줄 알지만, 내가 바로 그림자다"
'더 배트맨'의 브루스 웨인을 정의할 수 있는 한 마디 대사다. 새로운 시리즈로 돌아온 '더 배트맨'은 로버트 패틴슨을 내세워 지금까지 우리가 경험한 배트맨 중 가장 가장 어둡고 자기혐오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히어로의 모습보다는 인간의 모습에 가까운 '더 배트맨'은 관객들의 기대를 충족 시킬 수 있을까.
3월 1일 한국에서 전 세계 최초 개봉하는 '더 배트맨'은 고담시에서 배트맨으로 활동한 지 2년차가 된 모습을 보여준다. 브루스 웨인(로버트 패틴슨 분)은 할로윈데이 고담시 시장의 살인사건을 시작으로 고담시를 둘러싼 개발 사업에 관련된 인물들이 연쇄적으로 죽어나가는 사건을 추적해나간다.
빌런 리들러는 사건마다 배트맨에게 메시지를 남겨놓고 브루스 웨인은 문제를 맞추고 진실에 다가간다. 그럴 수록 자신의 부모와 연관돼 있음을 알게 된다. '더 배트맨'에서 브루스 웨인은 문제를 척척 해결하는 다른 히어로들과 달리, 탐정의 모습에 더 가깝다. 범인이 누군지보다는 '왜'에 목적을 갖고 브루스웨인과 관객들을 나아간다.
브루스 웨인은 부정부패의 진실을 밝혀내고 고담시를 지켜낼 것인지, 부모님의 복수를 감행할 것인지 선택에 기로에 놓이게 된다. 선과 악의 기로에서 히어로로서 정립이 되지 않은 자아와, 자기 자신을 잘 통제하지 못하고 폭주하는 브루스 웨인의 모습은 초보 배트맨의 혹독한 성장기를 보여는데 집중한다.
'더 배트맨'은 부정부패, 살인사건, 범죄로 난무하는 고담시를 어두운 디스토피아로 그려냈다. 음울한 분위기가 시종일관 '더 배트맨'을 지배한다. 이 배경은 '더 배트맨'이 트라우마로 고통 받고 있는 심연을 보여주는 듯한 느낌을 주며 브루스 웨인의 상념에 몰입하게 만드는 장치가 된다.
'배트맨의 세대교체'를 내세워 홍보한 만큼, 로버트 패틴슨은 새로운 배트맨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하다. '트와일라잇'에서 전 세계를 뱀파이어로 전세계를 사랑에 빠지게 만들었던 비주얼은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고독하고 투박한 얼굴을 보여주며 다른 배트맨들과의 차별화를 뒀고, 부모님에 대한 진실을 알았을 때 폭주하는 것 역시, 자기혐오적이고 나약한 모습을 현실적으로 보여준다.
배트맨 초기의 모습을 그리는 만큼 알프레드(앤디 서키스)와 제임스 고든 경위(제프리 라이트), 셀리나 카일(조 크라비츠 분), 팔코네(존 터투로 분) 등 고담시 주요 인물들과의 관계성도 보여주기에 DC 팬이라면 흥미롭게 감상할 수 있다.
오락성면에서는 재미가 약간 떨어진다. 범죄자 뿐 아니라 자기 자신과도 싸워야하는 브루스 웨인의 심리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차를 이용한 모든 액션을 실제로 촬영해 카체이싱 질주나배트맨의 액션신에서 다이내믹함을 느낄 수 있지만, 다른 히어로 영화들과는 확실히 다른 지점을 향해가는 만큼 재미면에서는 취약하게 느껴질 수 있다. 무엇보다 '더 배트맨'의 사연과 고뇌를 꽉 채운 176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이 DC 팬이 아닌 일반 관객이라면 어느 때보다 길게 느껴질 수 있다. 1일 개봉. 러닝타임 176분. 15세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