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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류세 인하 7월까지 연장…효과 보려면 국제유가 잡혀야


입력 2022.03.06 06:00 수정 2022.03.04 18:10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정부, 유류세 인하 조치 4월 말→7월 말까지 연장

러시아-우크라 갈등에 유가 강세 불가피…"인하폭 상향" 요청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의 한 주유소에서 한 시민이 주유를 하고 있다.(자료사진)ⓒ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정부가 유가 안정을 위해 유류세 인하 연장 카드를 꺼내들었다. 국제유가가 가파르게 치솟으면서 유류세 인하 효과를 이미 상쇄했다는 여론을 반영한 것이다.


유가가 올라도 너무 오를 경우, 유류세 인하폭을 현 수준(20%)에서 더 상향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이번 조치가 효과를 보려면 원유값이 꺾여야 하지만, 상반기까지는 우상향 가능성이 높아 효과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내달 말 종료 예정이었던 유류세 20% 인하 조치를 3개월 더 늘리기로 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4일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고유가로 인한 물가 영향을 최소화하고자 4월 말 종료 예정인 유류세 인하(20%) 및 액화천연가스(LNG) 할당관세 0% 조치를 7월 말까지 3개월 연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류세란 휘발유, 경유, LPG 등에 붙는 세금으로, 휘발유와 경유에는 교통에너지환경세와 교육세, 주행세가, 자동차용 부탄에는 개별소비세와 교육세, 부가가치세 등이 부과된다. 기름에 붙는 세금 비중이 높기 때문에 이를 낮추는 만큼 최종 소비자 가격은 인하된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11월 당시 국제유가가 80달러대를 웃돌며 휘발유 등 석유제품 가격을 밀어올리자 같은 달 12일부로 유류세 20% 인하 조치를 실시했다. 이에 따라 유류세는 ℓ당 휘발유164원, 경유 116원, LPG부탄 40원이 각각 인하됐다.


이번 유류세 인하 연장 조치가 효과를 보려면 국제유가가 상승세가 반드시 꺾여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붙는다. 세금을 내리더라도 원유 가격이 그 이상으로 오르면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국제유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하루가 다르게 치솟으며 업계의 우려를 높이고 있다.


3일(현지시간) 기준 WTI(서부텍사스유)는 107.67달러를 기록, 올해 초 76.08달러와 비교해 31.59달러(41.5%) 상승했다. 같은 기간 브렌트유는 31.48달러(39.9%) 오른 112.93달러로, 불과 두 달 새 30달러 이상 급등했다.


원유값 폭등에 휘발유 등 국제 석유제품 가격도 덩달아 상승했다. 국제 휘발유 가격은 3월 첫째주 기준 ℓ당 917.3원(배럴당 120.7달러(1배럴은 158.9ℓ)x환율 1207.63원)으로 작년 12월과 견줘 278.9원(43.0%)나 올랐다.


국내 석유제품 가격도 상승폭이 가팔랐다. 오피넷에 따르면 3월 첫째주 평균 휘발유 판매 가격은 ℓ당 1764원으로 지난주 보다 24.2원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유류세 인하 적용 전인 지난해 11월 첫째주(1787.97원) 이후 최고치로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월 4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물가관계장관회의를 주재,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원유 가격은 산유국들의 증산 의지가 적은 데다, 천연가스도 강세를 보이고 있어 올 상반기까지는 상승세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환율 또한 강세로 휘발유 등 국내 기름값은 앞으로도 우상향할 것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최근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유가 안정을 위해 비상 비축유 6000만 배럴을 방출하기로 했지만 공급 우려를 상쇄시키기에는 부족하다는 판단이 우세하다.


이에 골드만삭스는 비축유 방출 규모가 유가 급등을 막기에는 불충분하다며 앞으로 브렌트유 가격이 앞으로 한 달간 95달러에서 115달러로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모건스탠리도 불확실성을 근거로 브렌트유 가격 전망치를 배럴당 100달러에서 110달러로 최근 상향했다.


업계는 고유가 시대 물가 안정을 위해서는 유류세 인하 기간을 연장하는 것 뿐 아니라 인하율 역시 상향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석유유통협회와 한국주유소협회는 유류세 인하폭을 현행 20%에서 30%로 상향해야 한다고 정부에 요청했다.


양 협회는 "유가가 안정될 때까지 유류세 추가 인하를 통해 국민의 부담을 덜어주고, 석유 소비 유지를 통해 내수경기 침체도 방지해야 할 것"이라며 "정부도 고통 분담에 동참하는 차원에서 어느 정도까지는 세수 감소를 감내할 것을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원유 가격이 오르면 최종 제품 가격도 그만큼 상승하는 만큼 체감효과를 위해서는 정부가 좀 더 고통 분담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현재 20%인 유류세 인하율을 25%로 늘리면 휘발유 기준 가격 인하 효과는 ℓ당 기존 164원에서 205원으로 늘어나며 30%까지 확대하면 인하 효과는 246원까지 올라간다. 유류세는 30% 이내에선 정부 시행령 개정만으로 세율을 내릴 수 있다.


다만 정부는 인하율을 더 확대하면 세수 감소폭이 크기 때문에 원유 가격 흐름과 국내 물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종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정유사들은 유가 강세에 유류세 인하 연장 조치가 유명무실해질까 우려하고 있다. 2008년 당시에도 유류세를 10% 인하했지만, 유가가 계속 올라 휘발유 가격이 치솟은 바 있다. 가격이 오르자 소비자들의 비난의 화살은 정유업계로 향했다. 올해에도 이 같은 현상이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유류세 인하 추가 조치에도 국제유가가 잡히지 않으면 소비자들의 체감효과는 당연히 떨어지게 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유류세는 내렸는데 제품가격은 오히려 올랐다'는 비난을 정유업계가 뒤집어 쓸 수 있다"고 말했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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