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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디그라운드(92)] 밴드 데드버튼즈, 스스로에게 내린 ‘사망선고’


입력 2022.03.16 16:00 수정 2022.03.16 16:01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마지막 앨범 ‘Fuckers Are Everywhere’ 3월 7일 발매

ⓒDeadbuttons

무려 10년이다. 데드버튼즈(Deadbuttons)는 2012년, 3인조 사이키델릭 펑크 밴드로 출발했지만 멤버의 탈퇴로 2인조 밴드로, 그리고 또 다시 멤버의 탈퇴와 함께 새로운 구성원을 다시 영입하면서 현재는 홍지현(DDMARR, 기타·보컬), 김지원(건반), 구민재(베이스), 서원석(드럼) 등 4인조 밴드가 됐다.


데드버튼즈는 10주년을 맞아 지난 7일 발매한 신보 ‘Fuckers Are Everywhere’를 발매했다. 그런데 이 앨범은 10주년 앨범인 동시에, 이들의 마지막 곡이기도 하다. 데드버튼즈는 이 앨범을 두고 “데드버튼즈의 유언”이라고 설명했다. 10년간 대중을 만나던 밴드에게 스스로의 음악으로 ‘사망선고’를 내린 셈이다.


“데드버튼즈는 더 이상 젊지도, 예쁘지도, 순진하지도, 자기연민에 젖어있지도 않다. 각자의 투쟁을 맹렬하게 이어나가기 위해 이 노래를 유언으로 젊은 데드버튼즈의 사망을 선고한다.” - ‘Fuckers Are Everywhere’ 앨범 소개 中


-2012년 데뷔하고 벌써 10주년이 됐어요.


음. 사실 크게 와 닿는 것은 없습니다(웃음). 너무 순식간에 지나가버렸어요. 아쉬운 부분들이 많아요. 가장 아쉬운 것은 저의 인격적 미숙함입니다. 하하.


-그간의 10년을 되돌아 보자면?


많은 일들이 있었네요. 데드버튼즈를 통해 주 무대였던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많은 분들과 관계를 맺어왔고, 밴드 내부적으로나 개인적으로도 관계를 통한 성장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간 활동하면서 멤버 구성이 자주 바뀌었어요. 음악적 성향 차이 때문인가요?


음악적 성향차이도 물론 있죠. 하지만 나아갈 방향과 과정에 대한 다름이 주된 요인이었던 것 같아요. 제가 변덕스럽고 집착적인 성향이 강해서 무언가에 집중하면 끝도 없이 파헤치는 경향이 있는데 그 과정에서 멤버들과의 소통을 잘 하지 못했던 제 불찰이 컸다고 느껴요. 역시나 아쉬움이 크네요.


-10주년에 마지막 앨범이라니, 이유가 궁금해요.


지난 앨범 ‘1’으로 끝맺음 하려 했지만, 이 곡을 꼭 발표하고 싶었어요. 1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도 있지만, 지금까지 데드버튼즈를 통해 전달하려 했던 메시지가 가장 구체화 된 곡이라고 느껴졌거든요.


-슬럼프 때문은 아닌가요?


저는 항상 슬럼프였어요(웃음). 지금도 그렇고. 항상 불안하고, 항상 초조하고, 항상 우울하고. 그렇지 않았던 적이 없기에 데드버튼즈의 음악도…하하.


‘Fuckers Are Everywhere’ 앨범 커버 ⓒDeadbuttons

-신보 ‘Fuckers Are Everywhere’에 대해 자세히 소개해주세요.


데드버튼즈의 시작은 ‘내 삶이 어쩌다 이렇게 되었지?’하는 불만 섞인 물음이었어요. 신곡 ‘Fuckers Are Everywhere’는 그것에 대한 최종적 결론이고요. ‘Fucker’는 위계적 이분법에서 자라난, 모든 존재들의 마음 한켠에 있는 무언가라고 할 수 있겠네요. ‘모두가 가해자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결국 그것이 본성이고 당연하다’는 것이 아니에요.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모든 것에 대해 ‘연민’을 가지고 깊이 다가가야 한다는 것이죠. 프레이밍하고 증오하는 것은 쉽지만, 그게 결국 온 세상을 ‘Fucker’들로 가득 채우는 것 밖에 안되더라고요.


-앨범 작업 과정도 듣고 싶어요.


저는 주기적으로 음악적 클리셰로 점철된 곡을 만드는 걸 즐기는데요, 이 곡이 가장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겠네요(웃음).


-마지막 앨범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더 과감하게 토해내는 것 같은 느낌도 있는데요.


과장된 표현에 집중했어요. 편곡도 과하게, 연주도 과하게, 믹스나 마스터링도 과하게. 너무 과하다 못해 일그러지는 것을 표현하고자 했어요. 마침 데드버튼즈가 일그러졌네요!(웃음)


-데드버튼즈는 초창기부터 ‘모순’적인 표현에 집중했었어요. 가사는 물론 음악에서도요.


네, 그러고 보니 솔직하게 가사를 쓰는 것을 꺼려했던 것 같네요. 솔직하다는 게 어떨 때는 폭력이 되더라고요. 그래서였던 것 같기도 하고…. 아, 그런데 이 곡은 사실 최근에 만들어진 곡이 아니에요. 작곡·작사·편곡까지 모두 몇 년 전에 완성됐죠. 이 곡으로 공연도 많이 했고요. 그런데도 지금까지 발매하지 않았던 이유는, 이 곡이 가진 메시지를 저조차도 온전히 정리할 수 없었기 때문이에요. 의도와 상반되는 메시지로 읽혀질까 봐 걱정됐거든요. 슬픔이나 화를 느끼다 못해 웃음이 날 때가 많아요. 상황이 너무 모순적이라 제 감정도 뒤틀려서 나오는 거죠. 그러다보니 음악적 표현도 그런 식으로 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앞선 인터뷰 당시 음악적인 부분에서 한 예로 ‘하이드 앤드 식’(Hide and Seek)을 설명해주셨는데요. 이번 앨범만의 특징도 있을까요?


화성적인 접근보단 소리로서의 접근을 말하고 싶어요. 반짝반짝 빛나다 못해 불이 나는. 웃다 못해 눈물이 나오는. 스네어 소리는 뭐 거의 대포소리처럼 만들었고, 알루미늄 넥으로 만들어진 기타를 찢는 것처럼 연주해서 치찰음과 금속음이 강해요. 그런데 고양의 건반과 MJ의 베이스는 평온하고 아름답기까지 하죠. 중간에 나오는 고양의 보컬은 눈부실 정도로 해맑고요. 뭐 그런 소리의 감정을 느끼면서 들으면 재미있어요(웃음).


-앨범을 작업하면서 어떤 감정들이 들었는지 궁금해요. 후련함, 혹은 아쉬움 등등.


편곡, 녹음, 믹싱은 사실 해체가 결정되기 전에 진행되었어요. 어찌나 발매를 망설였는지, 믹스를 끝내고도 한참을 방치해뒀네요. 그러다 해체를 결정하고 노래를 다시 들어보니, 믹스가 아쉽더라고요. 정리된 분노를 가득 담아서 다시 믹스를 하고, 바로 마스터링까지 진행했어요. 아! 제가 밴드에서 녹음이나 믹스, 마스터링을 맡고 있(었)답니다. 하하. 아무튼 앞으로 공연 할 일이 없을 노래를, 폐업 준비 하느라 어질러진 작업실에서 혼자 믹스 마스터링을 하는데 메시지에 확신이 생겨서 그런지 즐거웠어요. 데드버튼즈의 마지막 녹음본을 마지막으로 작업하는 걸 온 힘을 다해 즐기기로 마음먹었었거든요.


-힘들었던 부분은 없나요? 혹은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라던지.


너무 순조롭게 진행되어서 그런지 아쉽게도(?) 딱히 힘들었던 부분이나 기억에 남는 것은 없네요. 앞으로도 모든 작업이 이렇게 뚜렷한 목표와 방향을 가지고 진행된다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이번 앨범으로 대중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을까요?


그렇기에 우리는 더 되돌아봐야 하고 더 함께해야 한다.


ⓒDeadbuttons

-그간 데드버튼즈는 채식, 생태주의, 반폭력 등에 대한 메시지를 음악에 담아오셨어요. 음악에 이런 메시지를 담아냈던 이유가 있나요?


답변에 앞서, 저는 채식이 아닌 ‘동물해방’을 말하고 있어요. 벌써 얘기가 길어질 기미가 보이죠?(웃음) 모든 권리는 ‘관계’가 목표라고 생각해요. 모든 존재들이 수평적인 관계를 맺는 것이죠. 권리운동, 특히 동물권 활동에 대해서 ‘그들이 불쌍해서’ 혹은 ‘귀여워서’ 그들을 ‘돕거나 보호하는 것’이라고 착각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그것은 그들을 소비하는 또 다른 방식일 뿐이지 그들의 해방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어요. 노동자, 이주민, 여성, 퀴어, 장애인, 청소년 등 사회적 차별을 받는 이들과 내가 동등한 존재이기에 부당한 상황에 직면할 때 연대하려는 것이지 그들이 불쌍해서 돕는 것은 아니거든요.


저 또한 성소수자이자 저소득 저학력층으로서 많은 차별과 폭력을 겪기도 했고 어떤 부분에서는 행하기도 했어요. 그것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다 보니 자연스레 비인간 동물과 지구 생태계에 인간이라는 계급이 수많은 폭력과 수탈을 저지르고 있다는 것까지 확장되었어요. 과연 그것과 인간 내의 폭력이 연결되어 있지 않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앨범 설명에 ‘각자의 투쟁을 맹렬하게 이어나가기 위해’라고 하셨어요. 앞으로의 계획이 있나요?


활동가로서의 삶을 선택하게 되었어요. 어차피 음악을 해도 가난한데, 활동가도 못 할게 뭐냐 싶었죠. 제가 앞으로 DDMARR라는 이름으로 해나갈 음악 활동도 함께 갈 것 같아요. 더 대담하게 틀을 깨려는 시도를 할 예정이에요. 고양은 이미 빌리카터 활동을 하고 있고, 저와 ‘Doom Doom Baby’라는 프로젝트 밴드도 하고 있습니다. 다른 멤버들은 아직 정확한 계획은 없지만 그들의 예술적 역량을 알기에 많은 기대와 응원을 하고 있어요.


-데드버튼즈로서의 활동이 향후 어떤 기억으로, 또 어떤 의미로 남을까요?


저에게는 데드버튼즈가 제 삶 그 자체였어요. 앞으로 시간이 지나면서 저와 서서히 분리가 되겠죠. 오래된 일기장처럼 될 것 같네요.


-데드버튼즈를 표현하는 가장 적절한 단어를 찾자면?


데드버튼즈는 2012년부터 2022년까지의 이상은 크지만 미숙했던 저와 그런 저를 여러 형태의 사랑으로 서포트 해준 동료들과의 ‘관계가 만들어낸 시청각적 홀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마지막인 만큼 그간 데드버튼즈의 앨범을 통틀어서 꼭 소개하고 싶은 음악, 가장 애정하는 음악을 꼽자면?


‘1’ 버번의 ‘Cockroacheeessss’요. 제가 알고 있던 모든 세상이 무너지는 경험을 할 때 만들기 시작했고, 멤버들과의 끊임없는 비언어적 소통을 통해 완성된 곡이거든요. 혼돈 그 자체입니다.


-데드버튼즈의 활동에 아쉬움, 후회가 많이 남는 것 같은데요. 혹시 마지막 무대를 하게 된다면, 어떤 무대를 바라실까요?


많은 아쉬움과 후회가 있지만, 미련은 없습니다. 제가 질척대느라 너무 오래 끌었던 것 같기도 하고요. 마지막 무대를 하게 된다면 그것은 아마 순전히 실질적 이득을 위한 현실적인 결정일거예요. 너무 솔직한가요?(웃음)


-마지막으로 ‘사망선고’를 받게 된 데드버튼즈에게 한 마디.


“잘 가. 재미있었어!”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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