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비서실장 출신 박홍근, 친문·친이낙연계 박광온 꺾어
대선 치르면서 친이재명계 세력 비약적 확장…주류 교체
李, 당 장악력 커질 듯…조기 등판론 목소리도 확대 전망
친문·NY계 중심으로 '李 견제론' 확산될 수 있다는 시각도
'친이재명계'로 분류되는 3선의 박홍근 의원(서울 중랑구을)이 24일 더불어민주당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민주당의 주류 세력이 친문재인계에서 친이재명계로 교체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박 신임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제3기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친문재인·친이낙연계 박광온 의원(3선·경기 수원시정)을 결선투표에서 꺾고 원내 사령탑 자리를 거머쥐었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직후 지나친 경쟁과 계파 갈등을 최소화한다는 명분으로 콘클라베(교황 선출 방식) 형식으로 원내대표 선거를 진행했고, 득표수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번 원내대표 선거는 시작 전부터 박홍근·박광온 의원의 양강 구도가 뚜렷하게 형성돼 '제2의 명낙대전'이 펼쳐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박원순계' 출신인 박 원내대표는 당내 대선 경선 과정에서 이재명 후보의 비서실장을 맡으면서 '친이재명계'로 급부상했다. 전남 고흥 출신인 박 원내대표는 경희대 총학생회장과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의장대행을 지낸 학생운동권 출신으로, 2012년 19대 국회 때부터 서울 중랑을에서 내리 3선을 했다. 원내수석부대표(2017~2018년), 을지로위원장(2018~2020년), 국회 예결위원장(2021년) 등 요직도 두루 거쳤다.
박 원내대표가 이낙연 당 대표 시절 사무총장을 역임했고 경선 과정에서 이낙연 후보 총괄본부장으로 활동했던 친문·친이낙연계 박 의원을 누르고 원내대표에 선출되면서, 당내 역학구도에서 이재명계의 우위가 확인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따라 이재명 상임고문의 당 장악력이 자연스럽게 커지면서 6월 지방선거와 8월로 예정된 전당대회에서 이재명계의 영향력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 상임고문의 조기 등판론을 요구하는 당 안팎의 목소리도 서서히 커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비주류이던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가 민주당의 대선 후보로 낙점되고, 대선을 치른 후 이재명계 박홍근 의원이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됐다"며 "점진적인 민주당 주류 교체의 모습을 보여주는 현상"이라고 했다. 실제로 지난 2020년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 당시 '이재명 오른팔'로 통하는 정성호 의원이 단 9표를 얻는 것에 그친 것에 비하면, 이번 대선을 치르면서 이재명계가 상당히 비약적인 세력 확장을 이룬셈이다.
그러면서 "이번 대선을 치르면서 당내에 이재명계가 많이 생겼다"며 "만약 이 전 지사가 8월에 당권을 거머쥔다면, 이재명계로의 민주당 주류 교체는 완성되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당 일각에선 이 상임고문 중심으로 당내 세력이 과도하게 쏠리는 것을 우려해 친문·친이낙연계 중심으로 '견제론'이 확산될 수도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박 원내대표도 이를 의식한 듯 당선 직후 "지금 이 순간부터 우리는 하나다. 의원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데 최우선적으로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172명의 의원님들의 열정과 의지, 경륜과 지혜를 하나로 모아 담대하게 변화를 이끌어나가겠다"고 했다. 정견발표 때는 최근 이 상임고문 지지자들이 자신을 원내대표로 뽑으라는 문자폭탄을 동료 의원들에게 보낸 것을 언급하며 "심려와 불편이 크셨던 점 송구하다"며 "저도 이번 일은 매우 당혹스러웠고, 제 속은 새까맣게 탔다"고 했다.
이번 원내대표 선거는 계파 갈등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172명의 의원이 각각 지지하는 후보 1명을 적어내는 콘클라베(교황 선출 방식) 형식으로 실시됐다. 1차 투표에선 18표(재적의원 172명의 10%) 이상을 얻은 3선의 박홍근·박광온·이원욱 의원과 초선 최강욱(비례대표) 의원이 2차 투표에 진출했다. 2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아 득표 상위 2인 박홍근·박광온 의원을 대상으로 3차 결선투표가 치러졌고, 박홍근 의원이 신임 원내사령탑에 올랐다. 박 원내대표는 소상공인 코로나19 피해 보상을 위한 2차 추가경정예산 편성, 대장동 특별검사 도입, 정치·검찰·언론개혁을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