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7일 총파업 돌입…"정부와 대화 협의 노력했으나 대화에 소극적"
경영계 "경제·물류 볼모로 한 명분 없는 파업…정당한 사유 없는 운송거부"
전문가들 "화물차주들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노동3권 다 보유한 것 아냐"
"명분 내세워 연쇄 파업 시도하는 것은 정치파업…강경 대응 불러올 수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화물연대)가 7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나선 가운데 화물연대의 '파업 정당성 문제'를 두고 논란이다. 전문가들은 윤석열 정부가 이번 파업을 어떤 성격으로 규정하고 대응하느냐에 따라 향후 5년간 노·정 관계가 달라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화물연대는 이날 부산, 울산, 전북 군산 등 전국 12개 지역에서 약 8200명의 화물 연대 조합원이 참여해 총파업을 선포했다. 화물연대는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총파업 전까지 정부와 모든 대화창구를 열어놓고 협의를 위해 노력했지만 국토교통부는 이달 2일 1차 교섭 이후 대화요청이나 적극적인 연락도 없다"며 파업을 강행한다고 밝혔다.
집단행동을 촉발한 건 화물노동자들의 적정 운임을 보장해 주는 '안전운임제' 일몰규정 때문이다. 당초 2020년부터 올해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도입됐지만, 화물연대는 치솟는 경유값 등을 이유로 연장을 요구하고 나섰다. 안전 운임제는 화물차 기사에게 적정 수준의 운임을 보장해 과로와 과속으로 인한 사고를 막자는 취지에서 도입된 일종의 최저임금제다.
하지만 경영계에서는 화물연대의 이번 파업을 명분 없는 집단행동으로 보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안전 운임제 일몰 규정 폐지'에 대해 "2018년 도입 당시 '3년 일몰제'로 시행하되 일몰 1년 전부터 제도 연장 필요성에 대해 논의하는 것을 전제로 했고, 현재 관련 논의가 진행 중"이라며 "경제와 물류를 볼모로 일방적인 주장을 관철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경영계는 더 나아가 화물연대 파업의 위법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경총은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 거부는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에서 금지한 '정당한 사유 없는 운송거부'에 해당할 수 있어 위법 소지가 크다"며 "화물연대는 노동조합의 형태가 아니라 운송 사업자 단체에서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집단적으로 운송을 거부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파업의 정당성을 두고 논란이 될 수 있다며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평가했다. 현행법상 법외노조인 화물연대가 단체행동권 등 '노동 3권' 보장 대상이 아니지만, 그동안 문재인 정부에서는 이를 묵인하면서 파업에 소극적으로 대응해왔다.
김동원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는 "화물차주들은 자기 차량을 소유하고 화물 계약을 맺어 수수료를 받는 형태인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로 사실 마땅한 사용자가 있는 것이 아니고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파업도 아니다"며 "특고는 자영업자와 피고용인 사이에 있어 일반 노동자들처럼 노동3권을 다 보유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특히 화물연대는 피고용인이 아닌 자영업자 쪽에 가깝다. 그래서 파업에 대한 정당성을 문제 삼을 수 있는데 이 파업을 어떻게 대응하는지가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에 대한 중요한 시금석이 될 것"이라며 "법과 원칙에 따라 강경 진압을 할 수도 있을 테고 아니면 유화적으로 타협을 하는 방법도 있을 텐데 어떤 방법을 선택할지 두고 봐야할 문제"라고 말했다.
법무법인 하나 강신업 변호사는 "사측의 요구가 터무니없거나, 사측이 일방적으로 협상을 거부하는 경우 등에는 파업을 할 수 있지만 이번 파업이 그런 성격인지는 의문"이라며 "명분을 내세워 연쇄 파업을 시도할 경우 그것은 정치적 목적의 파업이다. 윤석열 정부를 시험하거나 길들이려는 목적의 파업으로 비춰지면 강경 대응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실제 민노총 차원의 파업이 줄줄이 예고돼 있다. 민노총 산하 전국금속노동조합은 7월 중순 '20만 총파업'에 돌입한다. 8월에는 8·15 전국노동자대회가 예정돼 있다. 8월 말에서 9월에는 민노총 산하 공공운수노조와 보건의료노조가 투쟁에 나선다. 10월에도 민노총 총파업이 한 차례 더 있고 11월 이후에는 민중 총궐기 대회 등이 예정돼 있다.
반면 안전운임제를 요구하는 화물연대의 파업에 정당성이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안전운임제 요구는 전 정권부터 계속 요구를 했는데 반응이 없었고, 만료 시기도 임박했기 때문에 화물 노동자들 입장에서는 파업을 마지막 수단을 쓴 것이 맞다고 볼 수 있다"며 "정부가 전향적인 조치를 취하려는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