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 지표 높고 업종별 미만율 편차 커
업무강도 높건 낮건 동일임금 받는 구조는 '역차별'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적용, 무조건 반대만 할 일 아냐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을 심의하는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가 진행 중인 가운데, 사용자 측이 내놓은 ‘업종별 차등 적용’을 놓고 노사간 공방이 뜨겁다.
지난 9일 최임위 3차 전원회의에서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업종별 구분 적용은 최저임금의 수용성 제고 측면에서도 올해는 반드시 시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용자 측에서도 충분히 예상했던 일이겠지만 근로자위원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업종별로 별개의 최저임금 수준을 정하는 게 물리적으로 쉽지 않은데다, 근본적으로 ‘노동자 차별 정책’이라며 논의 대상으로 삼길 거부하고 있다.
근로자위원들이 근로자들에게 손해가 될 수 있는 최저임금 적용 방식에 반대하는 것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게 그들의 역할이기도 하다.
하지만 업종별로 구분되지 않고 일원화된 지금의 최저임금 적용 방식이 과연 모든 근로자들의 이해관계와 부합하는지 여부는 다시 짚어볼 필요가 있다.
모든 업종에서 대부분의 근로자가 최저임금을 크게 상회하는 임금을 받고, 최저임금은 말 그대로 ‘사용자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임금 수준’이라면 최저임금 일원화가 적합하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경총이 OECD와 각 국가의 최저임금 소관부처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2021년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중위임금 대비 61.2%로 미국(28.3%), 일본(45.5%), 캐나다(48.3%), 독일(53.8%) 등에 비해 월등이 높았다.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 지표가 우리보다 높은 국가는 콜롬비아, 코스타리카, 칠레 등 저개발 국가가 대부분이었다.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 지표가 높다는 것은 최저임금 언저리에 머물러 있는 근로자들이 그만큼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임금 지급 여력이 높지 않은 중소‧영세기업들은 최저임금이 곧 근로자들에게 지불할 수 있는 한계치와 다를 바 없다고 볼 수 있다.
높은 최저임금 미만율도 이런 상황을 증명해준다. 지난해 업종 전체 최저임금 미만율은 15.3%에 달한 가운데, 농림어업은 54.8%, 숙박음식업은 40.2%, 도소매업은 19.0%의 미만율을 나타냈다. 사용자들의 최저임금 수용 능력이 그만큼 떨어진다는 의미다.
최저임금이 사실상 평균임금화 된 상황에서 최저임금의 일원화를 고수하겠다는 것은 근로자들로 하여금 업종별 역차별을 계속해서 감수하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직업에 귀천은 없다고는 하지만 모든 업종의 업무 강도가 같을 수는 없다. 고된 육체노동을 감수해야하는 생산직 근로자나 과도한 스트레스를 감수해야 하는 사무직 근로자와 편의점·커피숍 등에서 상대적으로 업무강도가 약한 일을 하는 근로자가 동일한 임금을 받는 게 과연 공정한 일일까.
이는 인력 수급의 미스매치를 더욱 심화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산업 구조상 필수적인 제조업 분야의 사업장은 인력 부족이 더욱 심화되고 업무강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서비스업종으로만 인력이 몰릴 수밖에 없다.
최저임금 일원화는 고급 인력 수급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정보통신업과 같이 고급 인력 수요가 많은 업종에서는 최저임금 미만율이 1.9%에 불과했다. 이런 업종은 최저임금을 더 올릴 여지가 충분하지만, 다른 업종에 발목이 잡혀 최저임금도 함께 묶이는 상황이 불가피하다.
되도록 덜 힘든 일을 하며 더 많은 임금을 받고 싶어 하는 건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업무 강도는 다른데, 받는 돈은 같다면 그야말로 심각한 차별이 아닐 수 없다. 노동계는 ‘평등’이라는 이념적 논리에 갇혀 근로자들에게 ‘역차별’을 강요하는 게 아닌지 스스로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