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의 업종별 구분적용 쟁점 검토' 발표
"최저임금 수용성 저하 문제 해결 위해 반드시 필요"
한국경영자총협회는 13일 '최저임금의 업종별 구분적용 쟁점 검토' 보고서를 발표하고, 올해는 업종별 구분적용이 반드시 시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최저임금 업종별 구분적용에 대한 쟁점 검토를 통해, 불필요한 오해를 불식시키는 동시에 구분적용의 필요성을 재확인했다.
경총은 먼저 최저임금이 시장의 수용능력에 대한 고려 없이 지나치게 빠르고 일률적으로 인상됨에 따라, 일부 업종에서 이를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했다는 점을 구분적용 필요성에 대한 근거로 제시했다.
기업의 지불능력과 생산성 등이 업종별로 현저한 차이가 존재함에도, 이를 간과한 채 최저임금을 일괄 적용함에 따라 업종간 최저임금 미만율 격차가 심각한 상황이라며,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업종별 구분적용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업종별 구분적용이 새로운 낙인효과를 유발할 것’이라는 노동계의 주장에 대해서도 “기존에 없던 낙인효과가 새롭게 야기될 가능성은 크지 않으며, 특히 선진국에서 연령, 업종, 지역 등 다양한 방식으로 구분적용을 시행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낙인효과는 과도한 우려”라고 일축했다.
오히려 업종별 구분적용이 해당 업종의 임금을 일정 부분 시장균형 수준으로 회복시켜, 고용확대, 근로자와 기업의 선택권 확대 등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종별 구분적용 시 근로자의 생계가 보장되지 않아 최저임금제도의 취지에 맞지 않다’는 노동계의 주장에 대해서도 경총은 “현재 우리 최저임금이 이미 최저임금제도의 정책 대상인 저임금 비혼 단신 근로자의 생계비를 넘어 ‘전체 비혼 단신 근로자 생계비 중위값’에 근접해 있는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특히 중위임금의 60% 수준을 적정 최저임금의 상한선으로 보는 전문가들의 견해에 비춰 보면 더욱 그렇다는 주장이다. 2021년 기준, 우리나라 최저임금 수준은 약 182만원(209시간 기준 월 환산액)으로, 전체 비혼 단신 근로자의 실태생계비 중위값(약 197만원)에 근접했다.
주요 선진국들이 최저임금제도의 취지를 살려 이미 다양한 기준으로 최저임금을 구분 적용하고 있다는 주장도 내세웠다.
OECD 회원국 중 미국, 일본, 프랑스를 비롯한 13개국은 단일 최저임금이 아니라 업종, 지역, 연령 등 다양한 기준에 따라 이미 최저임금을 구분 적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G7국가는 독일을 제외하고는 모두 구분적용을 시행하고 있다.
특히 경총은 업종별 구분적용은 현행법이 허용한 제도일 뿐만 아니라, 헌법재판소도 필요성을 판결문에 명시하고 있다면서, 업종별 구분적용이 최저임금제도의 취지와 헌법에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업종별 구분적용은 이미 30여 년간 시행되지 않아 사문화된 조항’이라는 노동계에 주장에 대해 경총은 “업종별 구분적용은 최저임금법에 따라 매년 최저임금위원회가 시행 여부를 판단해 온 핵심 심의사항”이라며 맞섰다.
최저임금의 ‘사업의 종류별 구분 여부’는 최저임금법에 따라 매년 고용노동부 장관의 ‘최저임금 심의요청서’에 명시되는 사항이며, 이에 따라 최저임금위원회가 해마다 의결해 온 명백히 ‘현존하는 심의 조항’이라는 것이다.
경총은 “업종별 구분적용은 최저임금법 제정 당시부터 논리적 타당성이 인정됐기에 법에 규정됐지만, 최저임금 수준이 높지 않았던 과거에는 시장의 수용성이 충분해 필요성이 부각되지 않았을 뿐”이라며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업종별 구분적용의 필요성이 확대된 이후에도 시행되지 못한 이유는 노동계의 지속적 반대 때문임에도, 업종별 구분적용 자체를 사문화된 조항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강조했다.
노동계는 최저임금 구분적용시 합리적 기준을 설정할 수 없어 현실적으로 시행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도 경총은 “최저임금 미만율이 과도하게 높은 업종을 비롯해 현 최저임금을 도저히 감당하지 못하는 일부 업종부터 우선 적용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경총은 “법상 허용된 업종별 구분적용임에도 지금껏 기준조차 마련되지 못했던 것은 그간 노동계가 강력하게 반대한다는 이유로 정부와 최저임금위원회가 관련 자료조차 준비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좀 더 세밀한 구분적용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정밀한 통계가 필수적인 만큼, 정부와 최저임금위원회가 관련 연구 및 통계 기반을 충실히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경총이 발표한 최저임금 미만율은 통계상의 오류를 이용한 여론호도’라는 노동계의 지적에 대해서도 경총은 “최저임금위원회와 동일한 원자료를 동일한 방식을 통해 도출한 결과를 먼저 분석해 최저임금 논의에 활용하고 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노동계는 현행 경활부가조사 미만율 통계의 ‘과다추계 가능성’을 주장하지만, 주휴시간 미반영 등으로 인해 오히려 과소추계됐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경총은 통계청 경활 부가조사 통계의 동일성이 유지되고 있어 미만율 통계의 시계열적 특성 비교는 매우 유용하다며, 이를 감안하면 그간 최저임금 미만율이 매우 높게 상승했으며, 특히 일부 업종에서 최저임금이 사실상 제 기능을 못하는 상황임은 명백하다고 강조했다.
노동계는 업종별 구분적용에 대해 2017년 최저임금위원회가 최저임금 제도개선 TF를 구성해 논의한 뒤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으므로, 더이상 논의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경총은 이 역시도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2017년 최저임금 제도개선 TF는 논의가 충분치 않았고, 경영계는 그 결과에 동의한 바 없다는 것이다.
경총은 “당시 TF가 최저임금제도 6개 분야에 대해 논의한 바는 있지만, 이는 TF 위원들이 주도한 결론일 뿐, 경영계는 이에 동의한 바 없음을 분명히 했다”면서 “특히 노동계가 당시 TF에서 불리하게 결론이 난 ‘산입범위 확대’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으면서 유리하게 결론이 난 업종별 구분적용 결과만을 선택적으로 수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또, 2017년 TF 논의 당시 우리 최저임금은 6470원으로, 중위임금 대비 52.8%였으나, 이후 5년 동안 최저임금이 41.6% 인상되며 중위임금 대비 62.0%로 G7국가와 비교해 최고수준에 도달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는 게 경총의 주장이다.
당시 TF의 결론도 ‘현 시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한 만큼, 5년 전과 최저임금을 둘러싼 노동시장 상황이 달라진 점을 고려해 구분적용이 시행돼야 한다고 경총은 지적했다.
류기정 경총 전무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일률적 적용으로 우리 최저임금 수준이 경쟁국과 비교해 이미 최고 수준에 도달했고, 그 과정에서 이러한 최저임금을 도저히 감당하지 못하는 업종이 나타났다”면서 “코로나19로 인한 피해 정도가 업종별로 다르게 나타나고 있는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할 때, 더 이상 업종별 구분적용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