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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의 역습④] 신재생에너지의 태생적 한계가 부른 ‘그린플레이션’


입력 2022.06.13 14:07 수정 2022.06.13 14:08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친환경 에너지 사용 늘수록 물가↑

비싸진 원자재 석탄 발전 늘리기도

전문가 “친환경 위한 불가피한 비용”

기술 개발 투자·공급망 다변화 중요

친환경 에너지를 대표하는 풍력발전기와 그 뒷쪽에 위치한 서인천복합화력발전소 모습이 대비되고 있다. ⓒ뉴시스

친환경이 선택이 아닌 필수인 시대가 되면서 예기치 않은 비용 지급이 요구되고 있다. 이른바 ‘그린플레이션’이다. 그린플레이션은 친환경(green)과 물가상승(인플레이션) 합성어다. 탄소중립 등 친환경 정책에 따른 원자재가격 상승이 전반적인 물가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을 말한다.


KDB미래전략연구소는 그린플레이션 이유에 대해 “화석연료 기반 전통적 발전 체제로부터 태양광과 풍력 등 친환경 기반으로 에너지 체제가 전환하면서 친환경 원자재가격이 상승하는 일차적 원인과 전력수급 불안에 따른 생산 감소로 생산재 전반에 원가상승 압박과 비용 전가가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세계 주요 국가들이 탄소중립 정책을 추진하면서 전기차 등 친환경 원자재 수요 증가로 가격이 급등했다. 지난해 3분기 광물자원 가격을 보면 전년 대비 전기 배터리 핵심 원료인 리튬은 395.4%, 마그네슘은 290.5% 올랐다. 망간도 두 배(102.6%) 이상 급등했다.


중국은 환경규제 속도를 높이는 과정에서 전력 부족 사태가 발생, 공장가동률이 떨어지면서 세계 시장에 원자재 공급난을 몰고 왔다. 세계 생산량의 82%를 차지하는 마그네슘이 지난해 50% 줄어드는 등 중국발 탈(脫) 탄소 후유증은 대부분의 원자재 가격에 영향을 미쳤다. 중국 전력난은 희토류, 리튬 등 친환경 원자재 생산 차질을 빚었고, 결국 유럽과 미국 등 세계 산업생산 감소로 이어졌다.


친환경 정책이 속도를 높일수록 역설적으로 화석연료 사용 증가를 유도하기도 한다. 태양광과 풍력 등은 자연에서 에너지를 얻다 보니 날씨 등 기후 영향에 따라 발전량이 차이를 보인다. 이런 간헐성을 보완하기 위해 화석연료 발전소 가동률이 늘어나기도 하는 것이다.


대표적 예가 유럽이다. 유럽은 풍력발전이 전체 전력의 약 16%를 차지한다. 그런데 지난해 날씨 영향으로 북해 풍력발전량이 크게 줄었다. 그 사이 러시아가 유럽으로 보내는 천연가스 공급량을 동결하면서 천연가스 가격은 급등했다. 결국 유럽은 석탄으로 다시 눈을 돌렸다. 지난해 1월부터 5월까지 전년 대비 석탄발전 공급량이 22.2% 증가했다. 기상 등에 민감한 신재생에너지의 태생적 한계가 낳은 부작용이다.


이런 차원에서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도 그린플레이션을 각오해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에너지 빈국인 우리나라 경우 탄소중립 과정에서의 그린플레이션은 거쳐 갈 수밖에 없는 과도기적 현상으로 이해해야 한다. 그린플레이션 자체를 친환경 사회로의 전환에 들어가는 불가피한 비용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친환경 정책을 추진하면서도 그린플레이션 부담을 완화하는 게 중요하다. 결국은 투자와 기술 개발, 수급처 다변화 등이 핵심이다. 재생에너지 기술 개발에 정부가 투자를 늘리고 기업 참여를 높이기 위해 규제를 줄일 필요가 있다. 특히 친환경 원자재의 중국 의존을 탈피하기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 더불어 주요 원자재 경우 비축 전략도 다시 고민해야 할 대목이다.


진종현 삼성증권 연구원은 “전력을 저장하는 배터리 기술 등의 발전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신재생에너지 시대의 물가 변동성 확대 및 그린플레이션은 고질적 문제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며 “인프라 구축이 수반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조건 화석연료를 배척하고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만을 강조한다면 문제는 더욱 커질 수 있어 지속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유수 에너지경제연구원 에너지전환정책연구본부장은 “천연가스나 석탄은 비중이 계속 조금씩 늘어나며 화석연료 가격의 변동성이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재생에너지의 공급 안정성을 위해서는 전기 저장장치(ESS)가 얼마나 빨리 개발되느냐, 시장성을 언제 확보할 것인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KDB미래전략연구소는 글로벌 친환경 수요를 충족하면서 그린플레이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청정에너지 부문에 대한 투자 확충과 전력공급원간 보완성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특히 “우리도 친환경 원자재 수급 관련 중국 의존도를 완화하기 위한 수급처 다변화, 가능한 범위 내 자국 자체생산망 유지·보완, 주요 원자재 비축전략 수립 등이 필요하다”며 “친환경 원자재 주요 생산국과 정부 간 전략적 협력으로 공급 안정화 체제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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