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영업이익만 3400억
코로나 반사효과 의문부호
국내 손해보험사가 자동차보험에서 거둔 이익이 올해 들어 석 달 동안에만 3500억원에 달하며 지난해 연간 실적에 육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 이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 이후 교통량이 줄면서 생긴 반사효과만으로 설명하기엔 심상치 않은 실적 개선 흐름이란 평이다.
손해보험업계는 최근 보험료를 인하한 만큼 그 영향을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서는 정부의 고강도 물가 관리 기조 등을 고려하면 추가적인 가격 인하 압박이 거세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손보사가 올해 1분기 자동차보험에서 거둔 영업이익은 총 344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3.7% 늘었다. 액수로 따지면 1831억원 증가했다.
이같은 자동차보험 실적은 지난해 연간 기록과 맞먹는 수준이다. 손보업계의 지난해 자동차보험 영업이익은 3981억원이었다. 지난해 한 해 동안 벌어들인 돈을 올해 들어 3개월 만에 쓸어 담았다는 얘기다.
손보사별로 보면 우선 삼성화재의 자동차보험 영업이익이 1364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96.4% 늘며 최대를 나타냈다. DB손해보험 역시 689억원으로, KB손해보험은 555억원으로 각각 83.7%와 282.0%씩 해당 금액이 증가했다. 현대해상의 자동차보험 영업이익도 502억원으로 48.9% 늘었다.
자동차보험의 실적 개선 배경에는 코로나19가 자리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이동량이 줄면서 교통사고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자동차보험에서의 영업이익 흑자는 2017년 이후 4년 만의 일이었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기 직전인 2019년 손보업계는 자동차보험에서만 1조6445억원에 이르는 손실을 떠안아야 했다. 그러다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한 2020년 들어 적자가 3799억원으로 축소되더니 지난해에는 흑자로 전환한 것이다.
이 때문에 손보업계는 근래의 자동차보험 수익성 개선이 어디까지나 반짝 효과일 뿐이란 입장이다. 코로나19 이전으로 일상생활이 정상화되면 자동차보험 실적도 예전처럼 다시 나빠질 수 있다는 논리다.
그럼에도 자동차보험에서의 이익이 플러스로 돌아서자 보험료를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는 점점 커져 왔다. 결국 손보사들은 지난 4월부터 잇따라 1~1.4% 가량 자동차보험료를 인하했다. 손보업계는 가격 조정이 반영될 2분기부터는 자동차보험 실적 개선에 어느 정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손보사의 자동차보험료 인하 정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란 주장도 제기된다. 사실상 일상회복이 본격화 한 올해에 들어서도 자동차보험 실적 개선에 더욱 탄력이 붙고 있어서다. 자동차보험에서의 수익 확대가 단지 코로나19 효과가 아닌 추세적 흐름일 수 있다는 해석이다.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정부의 상황도 손보업계로서는 부담 요소다. 금융권 관계자는 "물가 관리를 최우선으로 내세우고 있는 정책 기조를 감안하면, 보험업계에서는 관련 지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자동차보험료가 주요 타깃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