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해봤자 본전이라고 생각했고, 그러면서도 피할 수 없는 숙명 같은 작품이라 생각…원작의 힘을 믿었다. ”
“애정, 애증이던 배우로서 이 모든 반응에 감사하다. 파트2에서도 관심이 지속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배우 김윤진에게 ‘종이의 집’은 더욱 의미 있는 작품이었다. 넷플릭스라는 전 세계 시청자들을 만날 수 있는 창구가 마련되기 전부터 해외 작품에 출연하며 글로벌 문을 두드리던 김윤진이지만, 한국 감독, 배우들과 함께 해외를 겨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그 소중함을 알고 있었던 김윤진이기에 더욱 소중하고 무게감 있게 작품에 임할 수 있었다.
김윤진은 통일을 앞둔 한반도를 배경으로 천재적 전략가와 각기 다른 개성 및 능력을 지닌 강도들이 사상 초유의 인질 강도극을 벌이는 내용을 담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이하 ‘종이의 집’)에서 대한민국 경기경찰청 소속 위기협상 팀장 선우진 경감 역을 맡았다.
‘종이의 집’ 한국판에 캐스팅되기 전부터 원작의 팬이었다는 김윤진은 ‘잘해야 본전이겠다’는 생각을 하며 부담감을 가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탄탄한 작품에서 매력적인 캐릭터를 연기해 보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위험부담이 따르는 일인 것을 알았지만, 그럼에도 ‘도전’해보고픈 마음을 버리지 못한 것이다.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다른 배우들도 같은 감정이었을 것이다. 호불호가 있을 것 같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잘해봤자 본전이라고 생각했고, 그러면서도 피할 수 없는 숙명 같은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양날의 검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맨손으로 잡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일단 원작의 팬으로서 원작의 힘을 믿었다. 류용재 작가님이 쓰신 대본도 너무 마음에 들었다. ‘손 더 게스트’나 ‘보이스’를 재밌게 본 시청자로서 작업을 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구독자를 만날 수 있다는 것도 김윤진에겐 매력적인 요소였다. 지난 2004년 미국 드라마 ‘로스트’를 통해 해외 진출을 시도한 김윤진은 이후에도 ‘로스트’ 시리즈와 ‘미스트리스’ 시리즈 등을 통해 꾸준히 해외 시청자들을 만나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한국에서 한국 감독, 배우들과 함께 해외 시청자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큰 매력을 느낀 것이다.
“과거 ‘로스트’가 100개국 넘게 방영된 적이 있다. 배우로서 그것이 얼마나 소중한 기회인지 알고 있다. 전 세계가 K-콘텐츠에 집중을 하고 있을 때, 한국에서 촬영을 한 작품이 전 세계에 송출이 된다는 것은 꿈같은 경험이라고 생각했다.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캐릭터에 대한 만족감도 있었다. 현장을 진두지휘하는 인물인 것은 물론, 교수(유지태 분)와 미묘한 감정을 교류하고, 이 과정에서 숨겨진 비밀들이 베일을 벗는 것까지. 다채로운 면모를 보여줄 수 있어 반가웠다.
“여성 인물이 복잡하게 잘 그려진 작품은 많이 없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원작에 비해서는 디테일적인 부분들이 많이 빠졌다. 시즌1, 2를 압축해서 그 부분에서 장점만 뽑고 한국적 요소를 넣은 것이기 때문에. 원작에서는 교수와 관계를 쌓아가는 단계를 관객들이 지켜보게 되는데, 그런 부분이 빠진 것은 아쉬웠지만 굉장히 전개가 빠르다는 장점도 있었다. 트렌드에 맞게 재해석한 작품이었고, 그래서 우리 작품에선 우진과 교수가 만난 지 2개월 정도 됐다는 것이 현명한 설정이라고 생각했다.”
교수와의 관계를 설명하는 부분이 생략된 것에 아쉬움을 느끼기도 했지만, 캐릭터를 연기한 유지태와의 호흡에는 만족했다. 촬영장 바깥에서도 작품과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연기에 도움을 받았던 것. 이러한 노력들이 두 사람의 부족한 서사를 채우는 배경이 된 셈이다.
“긴박한 일을 빨리 처리하고, 인질들을 구하기 위해 하루하루를 힘들게 보내는 일상에서 느끼는 압박감, 책임감이 있다. 유일하게 교수가 숨을 쉴 수 있게 해주는 존재다. 유지태 씨는 워낙 좋은 파트너다. 첫날부터 ‘교수구나’라고 생각할 정도로 완벽하게 몰입해서 현장에 오셨다. 그리고 현장에서 저를 여자친구 대하듯이 대해주셨다. 많이 챙겨주시고 커피까지 준비를 해주셨다. 화면 밖에서도 문자 등으로 작품에 대한 고민을 공유했다. 압축된 관계를 어떻게 하면 채워줄 수 있을까 고민도 했다. 내가 하는 연기니까 어떻게 표현이 됐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보시는 분들이 ‘너무 성급하다’라는 생각을 하지 않게 차곡차곡 쌓아갈 감정을 기대해주시면 좋겠다.”
한국판 ‘종이의 집’ 공개 이후 이어진 호불호에 대해선 아쉬울 법도 했다. 그럼에도 김윤진은 작품을 향한 ‘관심’에 감사하며 시즌2에 대한 기대를 당부했다.
“넷플릭스 작품이다 보니 한국 시청자가 1순위지만 다른 많은 나라에서 봤을 때 ‘한국적인 매력은 뭘까’ 어떻게 다르게, 신선하게 다가갈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했다. 나중에 이야기를 들으니 동남아 지역에서는 원작을 못 보신 분들이 많다고 하시더라. 그러면 동남아 쪽에서 보실 수도 있을 것 같다. 좋은 관심이던, 나쁜 관심이던 그 자체는 감사한 일이다.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서 최선을 다해도 아무도 관심을 안 주고, 안 봐주시면 허무하고 아쉽다. 좋은 관심이든 나쁜 관심이든 애정, 애증이던 배우로서 이 모든 반응에 감사하다. 이 뜨거운 열기가 이어졌으면 한다. 파트2에서도 빵 터져서 관심이 지속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