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 지지층·친명발 십자포화에도
목소리 내고 존재감 높이기 들어가
'대선 패배 책임' 이은 '후보교체론' 주목
선거법 2심 유·무죄 여부 희비 가를듯
더불어민주당 비명(비이재명)계 주요 인사들이 친명계와 친명 지지자들의 십자포화 속에서도 이재명 대표를 향한 송곳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비명계는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2심 결과도 유죄로 나올 경우 '후보교체론'을 띄우고 행보를 본격화할 것이란 관측이다. 이 대표의 지지율이 답보 상태인 상황에서, 이 대표를 향해 쏟아지는 비명계의 쓴소리는 조기 대선이 실제로 도래할 시를 대비한 빌드업이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친명계에선 '대안부재론'을 들어 비명계에 응수하는 등 지난 총선에 이은 갈등이 다시 점화되고 있다.
문재인정부 청와대 출신 임종석 전 비서실장은 이날, 지난 대선 패배의 원인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나 다른 누구의 탓이 아니라, 대선후보로 나섰던 이재명 대표에게 있다는 목소리를 높였다.
임 전 실장은 페이스북에 지난 2022년 대선 결과를 언급하며 "김대중·노무현·문재인 후보는 모두 충청에서 압승했는데 왜 이재명 후보는 충청에서 졌을까"라고 꼬집었다.
이어 임 전 실장은 "민주당은 공식적인 대선 평가를 하지 않았다. 정확히는 하지 못했다. 곧바로 두 달 뒤에 이재명 후보가 인천 계양에 출마했고, 다시 두 달 뒤에 당대표가 됐기 때문"이라며 "패배에 대한 정치적 책임은 문 정부에 떠넘겨졌고, 지금까지도 문 정부를 탓하고 있다"고 했다.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도 '이재명 대표 일극 체제'에 대한 비판에 열을 올리고 있다. 김 전 지사는 지난 1일 페이스북에 "칼의 언어로 대응하고 조롱의 언어로 대처하는 것은 크게 하나돼 이기는 길이 아니다. 이런 모습을 극복하지 못하는 한 저들을 압도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를 두고는 김 전 지사가 자신을 포함한 비명계를 향한 친명계의 공격을 에둘러 비판하고, 이 대표에게 통합을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전 지사는 또 "서로에게 고함치는 일을 멈추고, 사과하고 손을 내밀고 크게 하나가 돼야 이긴다"며 "구체적 행동과 실천으로 보여줄 때 대선 승리의 첫 걸음이 비로소 시작될 것"이라고 했다.
앞서 지난달 29일에도 김 전 지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모욕하고 문재인 전 대통령을 일방적으로 폄훼했던 언행들에 대해서는 발언 당사자의 반성과 사과는 물론 당 차원의 재발방지 노력이 필요하다"며 이 대표에 사과를 요구했다.
임 전 실장, 김 전 지사처럼 직접적인 목소리를 내는 이들뿐 아니라, 박광온·강병원·김철민·박용진·송갑석·신동근·양기대·윤영찬 전 의원 등 비명계 전직 의원 10여 명으로 구성된 초일회의 향후 움직임에도 초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초일회는 야권 주요 인사들의 '강연 정치'에 우선 집중하면서, 당장 반격에 나서지는 않고 있다.
다만 초일회는 오는 9일 정세균 전 국무총리를 강사로 초청해 민주당의 지지율 하락 원인과 관련 머리를 맞댈 예정이다. 윤석열 대통령 구속·탄핵심판 진행으로 조기 대선 가능성이 현실화되는 상황인 가운데 비명계의 발걸음이 빨라지는 신호탄으로도 관측된다.
이처럼 비명 주요 인사들의 존재감 발휘가 이어지자, 이재명 대표를 지지하는 팬카페 재명이네마을서는 '수박논쟁'이 다시금 점화된 모양새다.
재명이네마을에 이날 새벽 올라온 '김경수가 선을 세게 넘네? 계엄을 막은 건 이재명과 지금의 민주당이다'라는 제목의 게시글 댓글에는 '한게 뭐 있다고 나불대나' '이재명과 민주당과 시민들(에게) 감사하다고 절해도 모자랄 판에 무슨 헛소리를 자꾸 하나' '민주당에 발도 못 붙이게 해야할 거 같다. 감방에서 머리가 돌아도 단단히 돈 것 같다' '김경수 정치생명을 스스로 끊는 멍청함' '민주당 내 수박들 표를 얻으려는 X수작. 대선이 목표가 아니고 대선 이후 민주당을 접수하려는 X수작'이라는 반응이 이어졌다.
이외에도 '설연휴 기간 동안 뭘X먹겠다고 또 기어나오는거냐 '(대선 출마로) 당대표 잼 없는 민주당도 걱정. 상상이 안간다 도로 수박당될까봐' '이 카페 말고 수박들 SNS로 가서 글을 남기자' 등 비명계에 맹폭을 가하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이 대표는 계파갈등을 의식한 듯 비명계 인사를 최고위원으로 인선하는 한편, 통합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올렸다.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 대표는 "한 목소리만 나오지 않도록 오히려 다른 목소리를 권장하면 좋겠다"며 "우리 안의 다른 의견을 배격하면서 내부 다툼이 격화되면 누가 가장 좋아하겠느냐"고 적었다.
하지만 화살은 주철현 최고위원의 후임으로 지명직 최고위원에 임명된 '경제통' 홍성국 전 의원에게도 향했다. 홍 전 의원은 계파색이 옅어 비명으로 분류되는데, 홍 전 의원이 최선이었냐는 반응과 함께 '제2의 송갑석'이라고 비유하는 반응도 이어지고 있다. 비명인 송 전 의원은 이재명 1기 지명직 최고위원 출신으로, 지난 총선 공천 과정에서 이른바 '비명횡사'한 인사로 분류된다.
이 대표의 메시지가 무색하게도, 원내 친명계에서는 원외 비명계의 움직임에 날을 세우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대표적인 강성 친명 최민희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2017 문재인 후보에게 20% 박스권, 30% 박스권에 갇혔다고 난리치던 언론이 이재명 대표가 박스권에 갇혔단다. 진짜 시공초월 박스권 타령, 지긋지긋하다"며 "일 잘 하는 이재명이 두려운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수현 의원도 CBS라디오 '뉴스쇼'에서 "민주주의 위기가 봉착하게 된 이러한 원인이 된 비상계엄과 내란 사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가 지금 가장 최대의 과제"라며 "정말 상상할 수 없었던 이러한 일들을 빨리, 다시 말해서 집안에 불이 나서 활활 타고 있는데 지금 다른 것을 논할 때가 아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런 측면에서 김경수 전 지사 등을 비롯한 소위 비명계라고 일컬어지는 이러한 분들이 한 말씀씩 하는 것이 무슨 이 불을 끄는 데 큰 도움이 되겠느냐"라며 "불을 끄고 나서 이야기해도 충분하다"라고 말했다.
26일 선거법 위반 사건 2심 결심공판
항소심 유죄 땐 계파갈등 더 격화될듯
이 대표 비호감도 높은 것도 과제
박상병 "비명, 깃발은 후보교체론"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2심 결심 공판은 오는 26일 열릴 예정이다. 이에 따라 이르면 3월 말 이 대표 선거법 사건의 항소심 선고가, 이어 6월에 대법원에서 최종형이 확정될 가능성도 나온다. 이 대표는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번에도 자칫 유죄가 나올 경우 조기 대선을 앞두고 계파 갈등은 더 격화될 전망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민주당 내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이 대표가 반드시 성공한다고 지금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다시 말하면 (사법리스크로) 이 대표가 중간에 아웃될 가능성도 있다. 아웃이 안된다 해도 국민적 비호감도가 높다"며 "비명계는 지금은 윤 대통령 탄핵에 집중해야 할 시간으로 그렇게 (큰) 목소리를 내긴 어렵다"고 했다.
다만 그러면서도 "(비명 주요 인사들이) 나서서 드는 깃발이 후보교체론"이라며 "'이재명은 이미 사실상의 유죄라 대선에 나가기 어렵다. 후보를 교체해야 한다'는 이런 여론이 의외로 국민들 앞에 지지를 받을 수 있다"고 바라봤다.
이어 "국민들은 정치인들이 도덕적이길 바란다"며 "(2심 선고가 유죄로 나올 시를 전제했을 때, 그때가) 비명계의 당내 대선 전략이 구체화되고 본격화될 타이밍"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