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40원 넘어 1350원 바라보는 원·달러 환율
수출 경쟁력 강화 효과 없고 수치상 증가 불과
각 사업 환경 더 중요…하반기 주가 영향 미미
최근 환율이 급등하면서 반도체와 자동차, 배터리 등 수출주들의 실적 개선과 함께 주가 반등 여부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달러만 초강세를 보이는 현 상황에서 큰 폭의 수출 증가를 기대하기는 어려운데다 출하량 확대나 가격 상승이 동반되는 것이 아닌 수치상 증가여서 이들의 향후 주가에도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24일 증권가에 따르면 최근 급등한 원·달러 환율이 코스피 시장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인 삼성전자와 현대차, LG에너지솔루션 등 수출주들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전망이다.
전날인 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보다 5.7원 오른 1345.5원에 마감하며 1340원선을 넘어 1350원선을 바라보고 있다.
전 세계적인 긴축 우려에 유로존 침체 우려까지 가중된 상황으로 유럽에서의 에너지 공급난 우려가 원유 등 에너지 가격의 추가 상승을 불러오면서 달러화 추가 강세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김효진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국제유가 하락으로 무역수지 적자폭이 축소될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동시에 수출 둔화 가능성도 높아졌다”며 “원·달러 환율은 수입과 수출이 동반 위축되면 발생하는 무역 흑자에도 상승하는 패턴을 보여온 만큼 원화의 유의미한 강세 전환을 기대하기는 어렵게 만든다”고 진단했다.
결국 올해 연말 이후에나 환율의 하락 기조 전환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반도체·자동차·배터리 등 수출주들의 실적 개선을 통한 주가 반등 여부가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23일 종가가 5만9100원으로 지난 11일(5만9900원) 이후 7거래일만에 5만원대에 마감했고 한때 20만원선을 넘봤던 현대차(18만9000원)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전기차 보조금 지원 대상 제외 등의 악재로 18만원대로 떨어진 상태다.
통상적으로 환율 상승은 수출 기업들의 실적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이 사실이다. 보통 환율이 상승하면 원화 가치 하락으로 인해 우리 수출 제품들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도체·자동차·배터리 등 수출 품목들이 이제는 가격 경쟁력보다는 품질 경쟁력으로 승부해 온 고부가 제품이 대부분으로 과거와는 상황이 다르다.
특히 현재는 전 세계적으로 안전자산인 달러만 초강세를 보이고 있고 유로화뿐만 아니라 수출 경쟁국인 일본 엔화와 중국 위안화의 통화가치도 모두 하락한 상태여서 가격 경쟁력 상승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제품 수출에 따른 결제통화가 달러로 이뤄지다보니 환율 상승에 따른 실적 수치 증가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그 폭이 크지 않아 주가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에 환율 효과보다는 수출 업종별로 처한 사업 환경에 따라 주가가 움직일 가능성이 더 크다는 분석이다.
반도체만 보더라도 현재 재고가 누적돼 있는 업황을 감안하면 출하량 증가와 평균판매단가(ASP·Average Sales Price) 상승이 동반되는 것은 아니어서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김영우 SK증권 리서티센터장은 “환율은 실적 수치 자체에는 우호적으로 작용하지만 하반기 무역적자가 심화될 수 있다는 점이 반도체 등 수출주들의 주가에는 더 크게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환율 상승에 따른 수치 증가 효과보다 현재 축적된 재고가 해를 넘길지 여부에 따라 나오는 올해 4분기와 내년 1분기 실적과 반도체 가격 전망이 주가에는 더 크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반도체 업황과 재고를 감안하면 하반기에 실적 개선이 이뤄지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향후 실적 전망에 따라 주가가 먼저 움직이는 것을 감안해도 올해는 주가가 일정 범위 내에서 등락을 지속하다 내년부터 반등을 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오히려 미국 등 해외 공장 건설 비용 증가로 실적과 주가에 모두 부담이 될 가능성도 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등은 모두 미국 현지에 공장 건설을 계획해 놓은 상태인데 환율 상승으로 공사비와 인건비 등이 증가하며 전체 투자 비용이 늘어나면서 실적과 주가에 마이너스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