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국가 지향의 통일 방안
차세대에 반향 가질 수 있나
세대 간 대화 촉진 고민해야"
김영삼 정부에서 마련돼 역대 정부가 예외 없이 계승해온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이 오는 2024년 30주년을 맞는 가운데 해당 담론의 수정·보완 필요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조비연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지난 21일 통일부와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이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의 성찰과 대안 모색'을 주제로 개최한 학술회의에서 "젊은 세대는 통일을 '대박'이 아니라 속된 말로 '쪽박'이라고 희화화하는 상황에 도달했다"며 "통일을 긍정적인 '이상'으로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짊어져야 할 '부채'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학술회의에 참여한 12명의 전문가 가운데 유일한 청년세대(30대)였던 조 선임연구위원은 통일의 당위성을 청년세대에 인식시키는 것 자체가 난제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특히 통일담론이 기존 '민족 공동체' 관점에서 '국제 시민사회 공동체' 관점으로 수정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통일의 당위성이 한민족, 경제적 득실 등 한반도 내에서의 가치 및 기능주의적 실용성 강조 측면을 넘어서 국제 시민사회에서의 정체성을 발전시키고 이를 기반으로 평화, 상호 교류·협력의 가치 등을 모색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재성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도 "학교에서 강의할 때 통일 얘기가 나오면 젊은 세대들은 '통일담론이 굉장히 폭력적'이라는 얘기를 많이 한다"며 "1민족 1국가, 즉 민족국가 지향의 통일 방안이 다음 세대에 계속 반향을 가질 수 있을지 생각 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전 교수는 "미래 정치 단위가 꼭 '국민 국가'가 아닐 수도 있다"며 "탈냉전 위기 속에 (국가별) 각자도생이 굉장히 중요한 시대가 됐지만, 초국가적 위협이 많은 상황에서 국가 단위를 넘어선 네트워크 기반 글로벌 거버넌스 등 탈근대적 거버넌스가 논의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민족 개념을 넘어서 보다 포괄적인 차원에서 남북관계 및 통일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통일담론을 논하는 데 있어 청년세대 주장에 지나치게 함몰되면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정철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대북협상 및 통일 구상과 관련해 △합의 △설득 △통제라는 '복합적 접근법'에 충분히 공을 들였는지 의구심이 든다며, 청년세대 목소리에 무게중심을 두고 "이렇게 갈 수밖에 없는 거 아니냐고 하는 건 일종의 포퓰리즘이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다만 청년세대에 확립된 가치관이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점에서 '세대 간 이해' 촉진에 보다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김병연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장은 청년세대가 상대적으로 통일 필요성에 공감하지 못한다며 "연구를 해보면 생각이 잘 바뀌지 않는다. 20대 때 형성된 가치관이 30대가 돼도 그대로 남아있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인구 구성에서 (현재) 젊은 세대가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며 "반전 트렌드를 (가까운 미래에) 만들지 않으면 아마 자동적으로 통일은 잊혀진 과제가 될 것 같다"고 밝혔다.
전재성 교수는 "MZ세대들에게 여러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북한을 더 접하고 더 연구할 수 있게끔 독려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하고, 전통적 통일교육에서 벗어나 세대 간 대화를 촉진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