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간 마약사범 1만2613명→1만6153명 28% 증가
법무부, 범정부적 협력체계 조기 구축 계획 세워
경찰 현장에선 예산·인력 부족에 매일 매일 시름…마약수사 전담 330여명 불과
이제는 '현장 목소리' 귀 기울일 때…외면시 마약청정국 ‘요원’
마약 범죄가 심각하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우리나라는 더 이상 마약청정국이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마약사범이 증가되고 있다는 점이다. 검찰청·경찰청에 따르면 마약사범은 1만2613명(2018년)에서 1만6153명(2021년)으로 3540명 늘었다. 대검찰청 기준 올해 1~8월 국내 마약류사범 검거 인원은 1만2233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만688명)보다 1545명 늘었다. 최근 5년간 마약류 압수물도 2017년 154.6㎏에서 2021년 1295.7㎏으로 8배 급증했다.
마약이 시간과 장소, 나이를 가리지 않고 확산되다 보니 법무부는 보건복지부 등 유관부처와 논의해 마약 공급의 차단과 수요의 억제를 위해 범정부적 협력체계를 조속히 구축할 계획을 세웠다. 검찰은 ‘다크웹 마약 거래 전담 수사팀’을 이르면 2023년 1월 서울중앙지검, 부산지검, 인천지검 등 3곳에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작 현장에선 예산과 인력이 부족하다고 아우성이다. 경찰 수사 경비 현황 자료를 보면 올해 본예산으로 편성된 572억원의 수사관련 경비는 올해 추가경정예산 편성 과정에서 약 29억원 삭감된 543억원으로 책정됐다. 1인당 월 수사비로 따져보면 13만7000원에서 13만원으로 오히려 줄어들었다. 지난해 1인당 월 수사비(14만5000원)를 고려하면 감소액은 더 크다.
330여명에 불과한 마약 수사 전담 경찰관 확충도 쉽지 않다.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마약수사 전담인력 증원 요청 및 반영 현황’ 자료를 보면, 경찰청은 2022년, 2023년 각각 216명, 82명의 마약수사 전담인력 증원을 요청했지만 행정안전부 등 정부 심사 과정에서 0명으로 확정했다.
마약을 단속해야 할 인력이 가뜩이나 부족한 상황에서 수사비까지 감소되니 현장 단속인력은 죽을 맛이다. 정치권·검찰·법무부 인력이 현장에서 경찰처럼 목숨을 걸고 마약 사범을 잡지도 않으니 현장 상황을 제대로 인지할 리가 만무하다.
법무부가 2019년 현재 보호관찰 중인 마약류 대상자에 대해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마약 사범에 집행유예 선고시 보호관찰 및 특별준수 조건이 부과될 수 있도록 구형을 지시했다고 했지만 오히려 마약 사범은 증가됐다.
이런 상황에서 법무부는 ‘수사력 강화’에만 매달리고 있으니 누구를 위한 수사력 강화인 지 의문이다. 말뿐인 수사력 강화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법무부는 마약범죄 수사력 강화를 꺼내기 전에 경찰과 손을 잡고 현장 인력과 예산을 대폭 늘리겠다는 말부터 했어야 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지난 13일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대검찰청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주문한 뒤 “국민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대한민국이 다시 마약청정국의 확고한 지위를 신속하게 회복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강조하기만 했다.
경찰청장이 총대로 메고 인력과 예산 문제를 적극 꺼내야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지난 17일 서면으로 진행된 정례간담회에서 “지난 8월 청장 취임 후 마약류 사범 2121명을 검거하고 그중 348명을 구속했다”며 ‘마약사범 검거’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시쳇말로 “경찰도 대한민국 국민입니다”라는 말까지 해도 ‘윗선’에선 해결해 줄 의지마저 보이지 않는다. 해결할 의지가 있었다면 진즉에 인력과 예산은 더 늘어났을 것이다.
이제는 제발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달라. 상황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고 답은 이미 정해져 있는데, 윗선에서 이를 외면한다면 마약청정국은 공염불에 그치게 될 것이다.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마약 사범이 증가되고, 더 은밀하게 마약이 판을 치고 있는 상황에서도 사무실에서 “마약청정국으로 되돌아겠다”며 수사력 강화만 말 할 것인가. 아니면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예산과 인력을 강화할 것인가. 후자이길 간곡히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