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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업계, 증시 침체에 부동산PF 시장 냉각 ‘설상가상’


입력 2022.10.26 07:00 수정 2022.10.26 07:00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3Q 실적 발표 시작…1H보다 낫지만 여전히 부진

레고랜드 사태로 미차환 물량 직접 매입 줄이어

자금 시장 경색 장기화시 자체 감당 어려울수도

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 ⓒ게티이미지뱅크

올 들어 증시 침체로 실적 부진에 빠진 증권사들의 3분기 성적표 발표가 시작됐다. 상반기에 비해서는 다소 나아졌지만 누적 기준으로 지난해 같은기간과 비교하면 여전히 부진하다.


이런 상황에서 레고랜드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이슈로 관련 시장마저 냉각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증권가의 표정은 더욱 어두워지는 모습이다.


26일 증권가에 따르면 3분기 실적 시즌이 도래한 가운데 25일 실적을 발표한 증권사들의 성적표는 올해 상당히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음을 잘 나타내준다.


KB증권은 3분기 당기순이익이 1217억원으로 전 분기에 비해 79.8%가 증가했지만 3분기 누적 순이익은 3037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44.1% 줄었다. 누적 영업이익도 343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52.5% 감소했다.


하나증권은 3분기 영업이익이 1538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47.6% 증가했지만 3분기 누적 기준으로는 2943억원으로 26.6% 감소했다. 3분기 누적 당기 순이익도 285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0.3% 줄었다.


신한투자증권의 경우,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이 570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5.2%(2029억원) 증가했다지만 이는 사옥 매각이익 등 일회성 이익이 영향을 미친 결과다. 신한투자증권은 사옥 매각으로 세전 4438억원의 이익을 냈다.


앞으로 실적 발표를 앞둔 증권사들도 이와 비슷한 양상의 성적표를 받아들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러한 증권사들의 실적은 글로벌 긴축 기조가 확산되면서 국내외 증시가 침체 일로를 걷고 있는데서 기인한다. 올 들어 전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의 지속적인 금리 인상으로 유동성이 악화되면서 주식 시장은 침체됐고 증권사들의 위탁매매(브로커리지) 수익이 악화되면서 실적이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이다.


강원도 춘천시 소재 레고랜드 전경.ⓒ뉴시스

여기에 최근 강원도발 레고랜드 사태로 자금시장 경색 가능성이 불거지면서 증권사들의 실적 악화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이번 사태는 김진태 강원도 지사가 지난달 28일 강원중도개발공사(GJC)에 대해 법원에 회생 신청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히면서 촉발됐다. 강원도가 레고랜드 조성을 위해 발행한 2050억원 규모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지급보증을 철회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하면서 자금시장은 혼란에 빠졌다.


증권사들은 그동안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기존 주력이었던 주식과 채권 외에 부동산 PF 비중을 확대해 왔다.


부동산 시행사 대출채권을 기초자산으로 ABCP나 자산유동화전자단기사채(ABSTB)를 발행해 이자 수익을 거둬왔는데 가뜩이나 침체된 부동산 경기에 이번 사태까지 겹치면서 관련 시장이 얼어붙을 조짐을 보이면서 울상일 수 밖에 없다.


지자체가 보증을 서도 돈을 받을수 없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는 현실에서 민간기업이 발행하는 채권(회사채)이나 발행어음에 대한 신뢰도는 하락할 수 밖에 없다. 이는 결국 자금 회수 우려가 커진 투자자들이 지갑을 닫는 결과로 이어지고 기업들의 자금 조달은 더욱 어려워진다.


부동산 PF 시장 냉각으로 건설사들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것은 물론, PF 채권을 담보로 ABCP와 ABSTB를 발행해 온 증권사들도 투자 심리 악화로 차환되지 않는 물량을 직접 매입하는 사례가 계속 나오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19일 만기된 완주 PF ABCP를 전액 매입했다. 완주군이 지급보증을 섰지만 투자자들이 차환을 거부하면서 주관사가 자체자금으로 사들인 것이다. 앞서 교보증권은 지난 12일 만기된 천안 북부BIT리치제일차 자산유동화 ABSTB를 전액 매입했다. 현대차증권도 신용보강한 전단채 중 19일 만기인 물량 일부가 차환 발행이 안돼 자체 자금으로 막았다.


지난 23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개최된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 시작에 앞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주현 금융위원장,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한국은행

이에 증권사의 유동성 리스크도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증권사 신용 보강을 받은 단기 PF 유동화증권의 만기도래분 차환발행 예정 규모는 이달 말까지 6조2000억원으로 내달에도 10조7000억원에 달한다.


PF 만기가 도래했음에도 차환이 안 되면 신용 보강을 한 증권사가 자체 자금으로 보충해야 채무 불이행(디폴트)을 방지할 수 있다. 정부가 다급하게 50조원+α 자금을 투입하는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발표하며 시장 달래기에 나섰지만 악화될대로 악화된 투자심리가 다시 회복될 지는 미지수라는 게 증권가의 분위기다.


자금 경색 상황이 앞으로도 지속되면 PF 대출 비중이 많은 증권사들부터 타격을 입게 될 전망으로 자체 유동성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금성 자산을 넘는 규모의 보증 이행이 필요해지면 보유 자산을 매각해야 하는데 그러면 자산 평가액이 낮아지는 것이 불가피해 다시 단기 자금 및 채권 시장에 악영향을 줄 수 있게 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사태로 촉발된 자금 시장 경색이 장기화될 수 있는 상황에서 증권사들로서는 현금성 자산의 유동성이 충분하지 않고 보유 자산 매각도 여의치 않으면 곤란한 상황에 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자금 시장 악화가 증권사에 타격을 주고 다시 시장이 악화되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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