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 은퇴사 통해 구단 측에 과감한 지원 당부
190억원 확보는 물론 2군 경기장도 리모델링
가을 야구가 한창인 가운데 벌써부터 내년 시즌을 준비하는 팀이 있다. 바로 다가올 스토브리그서 주인공이 될 채비를 마친 롯데 자이언츠다.
롯데는 시즌 종료 직후인 지난 26일, 토종 에이스 박세웅과 5년간 총액 90억원(연봉 70억원, 옵션 20억원)의 구단 최초 비FA 장기계약을 맺었다. 롯데는 계약 당시 “그룹의 지원 속에서 계약을 진행했다”며 “최대 주주인 롯데 지주와 차기 시즌을 대비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소통과 협력을 강화할 방침”이라는 이례적인 발표까지 내놓았다.
의문은 곧바로 풀렸다. 롯데 지주는 이튿날 이사회에서 롯데 자이언츠 야구단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보통주 196만 4839주를 취득, 190억원 유상증자를 의결했다. 즉, 롯데 구단은 190억원이라는 넉넉한 실탄을 보유하게 됐고 벌써부터 이번 스토브리그의 핵으로 떠오르고 있다.
롯데가 지갑을 열게 된 배경을 살펴보면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먼저 유통 라이벌 SSG의 야구판 등장이 그것이다. SSG는 지난해 SK 와이번스를 인수하며 SSG 랜더스로 재탄생했고 정용진 구단주의 화끈한 투자로 창단 2년 만에 정규 시즌 우승과 한국시리즈 직행이라는 뚜렷한 성과를 냈다.
게다가 정용진 구단주는 연고지인 인천에 돔구장 건설 계획을 발표하며 야구단 운영은 물론 지역 상생 효과까지 추구하고 있다. 이는 이마트, 스타필드, 노브랜드 등 자사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매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즉, SSG의 연착륙이 부산 지역의 맹주를 자처하는 롯데에 큰 자극이 됐다는 분석이 있다.
여기에 롯데 레전드 이대호의 애정 어린 당부는 모그룹이 본격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기폭제가 됐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 이대호의 은퇴식 때 사직구장을 깜짝 방문, 구단 최고 레전드의 현역 마지막 순간을 함께 했다. 신 회장은 이대호에게 직접 선물을 건넸고 이대호 역시 은퇴사에서 “앞으로 더 과감하게 지원해주시고 특히 성장하는 후배 선수들이 팀을 떠나지 않고 성장할 수 있도록 잘 보살펴 주시기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그러자 롯데 측은 곧바로 화답했다. 선수 영입에 쓰일 자금 190억원을 투자한 것은 물론 2군 구장인 상동 야구장에 데이터 야구를 위한 첨단 장비 도입, 실내 배팅장 신축 및 그라운드 재정비에 나서기로 했다. 1군 경기장과 같은 환경을 조성, 풀뿌리부터 다져나가겠다는 구단 측의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부분이다.
롯데의 이러한 행보는 더 나아가 한국 야구 발전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많은 돈을 투자한다는 것은 인프라의 확보뿐만 아니라 선수들의 자긍심을 높일 수 있고, 장기적으로 충성도 높은 팬층 유입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제 롯데는 SSG가 그러했듯 모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돈을 효과적으로 쓰면서 더 나은 성적으로 답해야 한다.
유통업계의 두 거인이 약속이라도 하듯 대대적인 투자에 나서며 판이 커지고 있다. 다만 성적만을 위했던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야구계, 지역 연고 발전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되기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