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무부 차관 및 전문가
군축협상 가능성·필요성 시사
韓美 정부는 '진화' 나서
북한의 7차 핵실험 가능성이 수그러들지 않는 가운데 미국 조야에서 핵실험 이후 대북관여 방안으로 군축협상론이 거듭 제기되고 있다.
한국과 미국이 각각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재확인하며 기존 접근법을 재확인했지만, 향후 군축협상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부소장 겸 한국석좌는 1일 미국의소리(VOA)방송에 "북한 7차 핵실험 시 미국 정부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차원의 추가 제재를 추진할 것"이라면서도 "중국·러시아 반대로 한국·일본·호주 등과 독자 제재를 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 석좌는 "북한이 이미 '코로나 봉쇄'에 놓여있어 (추가) 제재가 상황을 바꾸지 못할 것"이라며 "일부 언론과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군축협상을 시작해야 하는가'라는 논쟁이 불거질 수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핵실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전략도발 이후 북한의 협상 복귀 여부 △'한반도 비핵화' 목표를 유지하는 가운데 실질적 위협 감소를 위한 미국의 군축협상 모색 여부 등이 "향후 한반도 정세의 주요 변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이 군사적 긴장을 최대한 끌어올린 뒤 협상에 복귀하는 '오래된 문법'을 반복할지, 산적한 대외 현안으로 북한을 신경 쓸 겨를이 없는 미국이 상황관리 차원에서 군축협상을 검토할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앞서 보니 젠킨스 미 국무부 군축·국제안보 담당 차관은 지난달 27일(현지시각) 카네기국제평화재단 국제 핵정책 콘퍼런스에서 "우리는 북한과 그들이 원하는 어떤 곳에서든, 언제든 대화할 수 있다"며 "두 국가가 마주 앉아 대화하고자 한다면 군축은 언제나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특히 "단순한 군비통제뿐만 아니라 위험을 줄이는 것, 전통적인 군비통제 조약으로 이어지는 모든 것, 그리고 군비통제의 모든 다른 측면"을 북한과 논의할 수 있다며 '포괄적 차원'의 군비통제 논의가 가능하다는 취지의 입장까지 밝혔다.
미국 싱크탱크인 외교협회(CFR)의 리처드 하스 회장도 지난달 19일 CFR 홈페이지에 게시한 '새로운 핵시대'라는 제목의 글에서 "완전한 비핵화를 목표로 남겨 둬야 한다"면서도 "한미일은 제재 완화를 대가로 북한 핵·미사일 관련 제한을 가하는 일종의 군축 제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병석 "美 조야 '흐름'과 관련있을 수도"
한국·미국 등 국제사회는 '비확산 체제' 수호를 강조하며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절대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하지만 군축협상은 차 석좌가 언급한 대로,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사실상 인정하는 데서 출발한다. 미국이 본토 타격용 장거리 미사일에 중점을 두고 협상을 벌일 경우,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한국만 노출되는 상황이 불거질 수도 있다.
21대 전반기 국회의장을 역임한 박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3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군축회담은 핵보유를 인정하는 전제조건에서 하는 것"이라며 미국 조야에서 제기되는 군축협상론에 대한 경각심을 촉구했다.
박 의원은 젠킨스 차관의 발언이 "미 정부 고위관계자에서 나온 최초의 (대북 군축협상) 발언일 것"이라며 "예사롭지 않게 미 외교협회장도 최근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미국 조야의 어떤 흐름과 관련된 것 아닌가"라고 우려했다.
그는 "한국이 분명한 입장을 세우고, 우리 입장을 상대국(미국)에 설득하거나 합의에 이르는 과정이 대단히 중요하다"며 "우리가 (대북) 억제 능력의 향상에 있어서도 미국의 구두 약속으론 안 된다. 제도화시켜서 언제든 활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박진 외교부 장관은 "미 국무부 대변인이 분명하게 답변했다"며 "미국 정책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고, 미국 대북정책 목표는 여전히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이며, 그런 차원에서 북한과의 외교를 추진하겠다고 정리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구하는 우리의 정책은 달라지지 않았다"며 북한의 핵보유 인정은 "미국의 정책이 될 것으로 절대 전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윤석열 정부도 마찬가지"라며 "미국 등 국제사회와 공조해 북한의 핵 위협을 억제하고, 핵 개발을 단념시키며, 대화와 외교를 통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진해 나간다는 입장에 전혀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