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모 여성 부기장에게 '갑질'·'투자 강요' 의혹…에어서울 최영섭 기장 "사실 무근"
"17년 동안 알고 지낸 사이…계약서·이자 입금 내역 모두 보유, 투자금 전액 상환"
"준비 안 돼 혼냈더니 갑질? 끌어 쓸 기회 다 끌어 쓰고도 실력 미달로 최종 시험서 떨어져"
"회사로부터 징계, 갑질 아닌 '겸업·겸직 금지' 및 '기장 지위 이용한 부당 이익 편취' 때문"
여성 부기장에게 투자를 강요하고 갑질까지 했다는 SBS 등의 언론보도에 대해 가해자로 지목된 최영섭 에어서울 기장은 28일 데일리안과의 인터뷰에서 "전 모 부기장에게 투자를 강요하고 갑질한 적이 없다. 사실이 아니고 방송에서 편파보도를 했다"고 반박했다.
최 기장은 "(전 부기장이) 투자를 강요당했다고 하는데, 전 부기장과는 17년 동안 알고 지낸 사이다. 아내 이름으로 투자계약서를 작성하고 매달 이자를 꼬박꼬박 냈다"며 "계약서와 이자 입금 내역을 모두 보유하고 있다. (전 부기장이) 어느 날 갑자기 (투자금을) 상환해달라고 해서 전액 돌려줬다"고 말했다. 최 기장은 전 부기장의 투자 시점을 2018년 여름 쯤이라고 전했다.
'갑질' 논란 역시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지난 2018년 11월경 최 기장은 "곧 OE(Operation Experience·기장과 함께 실제 비행기를 조종하며 받는 훈련) 들어간다고 하길래 얼마나 준비가 됐는지 보려고 불러서 히로시마로 모의 비행을 시켜봤다"며 "그런데 착륙 전 고도를 낮추지 않고 멍하니 있길래 지적했다. 그랬더니 짜증을 내면서 '갑자기 불러서 비행해 보라고 하면 어떻게 잘할 수 있느냐' 등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길래 야단을 쳤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일반적으로 OE 훈련의 경우 부기장이 되기 위해서 총 60회 정도를 한다고 최 기장은 설명했다. 교관 역할을 하는 기장이 좌측에, 학생 부기장은 우측에, 정식 부기장은 만약의 상태를 대비해 뒤쪽 의자에 앉아 상황을 지켜본다고 한다. 실제 승객을 태우고 하는 훈련이니만큼 실수가 있으면 크게 혼내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 기장은 "제 딴에는 친분이 있다는 이유로 지금까지 연습시키고, 어떻게 보면 특혜를 준 거다"며 "그런데 그렇게 불성실하게 (연습을) 하고 곧 승객 태우고 훈련을 받아야 하는데 준비가 하나도 안 돼 있길래 핀잔을 줬다"고 말했다.
다만 최 기장은 전 부기장을 혼내며 "그 상태로 OE 훈련 들어가면 교관들이 가만히 둘 거 같은가. 여자라고, 나이 많다고 봐줄 거 같은가"라며 성별을 언급한 사실은 인정했다. 그는 "화난다고 너무 심하게 이야기한 건 인정한다"고 사과했다.
최 기장은 특히, 해고 직전까지 전 부기장이 다른 조종사보다 많은 기회를 받았다고 강조했다. '여자라서' 탈락했다는 주장은 말도 안 된다는 것이다. 그는 "(전 부기장이) '나를 배척한 교관, 심사관을 배제하고 내가 원하는 교관으로 시뮬레이션 훈련을 넣어달라'고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회사에서 전 부기장의 요구를 받아들여 원하는 교관으로) 교육했다"며 "그런데 거기서도 제대로 훈련을 못해 계속해서 기회를 줬고, 그 이후 시험을 봤는데 또 떨어졌다. 한 번 떨어지면 기회를 한 번 더 준다. 그래서 연습을 다시 시켰다. 그리고 최종 시험을 봤는데 또다시 떨어졌다. 다 자신이 지정한 교관들인데."라고 덧붙였다.
최 기장은 "끌어 쓸 기회를 다 끌어 쓴 거다"며 "이런 경우는 전 세계 항공사 어디에도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전 부기장이 시험에서 탈락한 이유는 실력 미달이지 성차별 때문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그는 자신이 회사로부터 징계를 받은 것도 전 부기장이 신고한 사유인 '갑질'이 아닌 '겸업·겸직 금지'와 '기장 지위를 이용한 부당 이익 편취'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인이 운영하던 비행 시뮬레이션 센터에서 후배 조종사와 조종사를 꿈꾸는 중·고등학생들에게 재능기부를 한 게 징계 사유가 됐다는 것이다. 최 기장이 부기장 훈련생들에게 강압적으로 지인의 센터를 이용하게 했다고 회사 측은 판단했다.
그러나 최 기장은 "데려가서 공짜로 (훈련을) 시켰으면 시켰지 돈을 받은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그마저도 아내가 센터를 인수한 뒤에는 항공사 취업 준비생과 은퇴, 휴직 중인 기장들로 팀을 이뤄 체험 비행을 운영하고 있을 뿐, 운영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최 기장은 문제가 생긴 시점이 전 부기장이 센터에서 자신에게 지도를 받고 난 직후라고 주장했다. "(전 부기장이) 제게 혼나고 난 후에 며칠 동안 연락하지 않고 있다가 느닷없이 동기 두 명과 팀 연습하고 싶다고 했다. '유료로'"라고 회상했다. 전 부기장의 요청에 최 기장은 센터로 나가 3시간가량 이들의 훈련을 봐줬다고 한다. 그런데 훈련 후 센터에서 이용료를 결제한 전 부기장이 갑자기 투자금 상환을 요구했다고 최 기장은 설명했다. 회사에도 최 기장이 훈련생을 상대로 '장사'를 한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고 한다.
최 기장은 "그거 때문에 부기장들이 회사에 불려 나와서 10명 이상 취조당했다"면서 "(회사 측에서) 최 기장이 강압적으로 부른 적이 있느냐고 추궁했지만 다들 없다고 했다. 하지만 99명이 없어도 1명이 당했다고 하면 그런 일이 있게 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최 기장은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사람들의 뇌리에 이게(갑질) 박혀 버릴까 봐 불안하다. 요즘은 센터 예약도 없다"며 "지인들에게 쫓아다니며 해명문을 보낼 수도 없지 않는가. 저는 피가 마르는 거다. 특히 그동안 가르쳐 온 학생들에게 이제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그저 막막하기만 하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번 사건은 에어서울 최초 여성 부기장 전 모 씨가 회사 내에서 당한 부당한 갑질을 신고했다가 불이익을 받았다고 다수의 언론매체가 보도하면서 알려졌다.
보도 내용을 보면, 전 부기장은 지난 2020년 7월 비행 중 제주공항에 착륙할 때 기장의 지시로 엔진 추진력을 유지한 채 내리는 '파워온랜딩'을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그 결과는 '하드랜딩(항공기 동체에 충격이 가해지는 착륙)'이었다고 한다. 전 부기장은 매뉴얼에 없는 내용이었기에 3~4번 정도 기장에게 반복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전 부기장은 같은 해 10월 치러진 비행 자격심사에서도 고도 6천 피트부터 수동비행 지시 등 불합리한 요구를 받아 '러프랜딩(약간의 충격을 받는 착륙)'이라는 결과로 부기장직을 박탈당했다고 밝혔다.
전 부기장은 이런 일들이 회사 내에서 이뤄진 부당한 갑질을 신고한 뒤 일부 기장들이 자신을 괴롭히기 시작하며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지난 8월 해고된 전 부기장은 "채용과 근무 과정에서 성차별을 지속해서 경험했다"며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