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석 달 만에 채권 6조 매도…금융당국 '예의주시'

자금경색에 현금 확보 급급

차입규제·RP 제도 빗장풀어

보험사 먹구름 이미지. ⓒ연합뉴스

보험사들이 최근 석 달 동안에만 6조원이 넘는 채권을 팔아 치운 것으로 나타났다. 자금줄이 마르자 채권을 정리해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문제는 이처럼 짧은 시간에 물량이 쏟아지면 시장 불안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점으로, 금융당국도 채권시장의 큰 손인 보험업계를 예의 주시하는 모습이다.

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보험사들의 지난 달 채권 순매도 규모는 3조3638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 9월부터 지속된 순매도세가 3개월 연속 이어지는 가운데 규모도 점점 커지고 있다. 9월 6317억원, 10월 2조231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동안에만 총 6조2274억원어치의 채권물량을 시장에 던진 것이다.

보험사들로서는 자금 경색이 심화되자 채권을 매각하며 숨통을 틔우고 있는 모양새다. 레고랜드와 콜옵션 연기 사태로 자금시장이 얼어붙으며 보험사들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년 도입되는 신회계제도를 대비하기 위해 추가적인 자본 확충이 필요하기도 했다.

그러나 단시간에 채권 매도 물량이 쏟아지면 시장 불안이 가속화될 수 있다. 채권 매각이 헐값으로 떨어지거나 매각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당국이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시사했다. 채권시장 부담을 완화하기위해 12월 국고채 발행 물량을 9조원대에서 3조8000억원대로 축소했다. 한국전력 등 공공기관과의 협조를 통해 채권발행 물량을 줄이거나 시기를 분산하는 등의 노력을 추진한다.

보험사의 자금 흐름을 안정화하기 위해 내년 3월 말까지 퇴직연금 차입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냈다. 현재 10%로 제한된 퇴직연금 차입한도가 풀리면 별도 계정에서 필요한 자금을 일반계정으로 가져올 수 있는 등 현금 확보에 유리하다.

더불어 환매조건부채권(RP)매도를 허용했다. RP는 금융기관이 판매하는 RP는 짧은 기간안에 다시 사는 조건으로 경과기간에 따라 소정의 이자를 붙여 되사는 채권을 말한다. 특별계정을 통한 RP매매는 보험업규정에는 명시돼 있지 않았으며 이를 묵시적으로 허락하지 않았다. 금융당국이 RP매도 허용을 명확히 하며 단기 자금 마련이 용이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이 규제에 대한 빗장을 풀며 내달부턴 보험사들의 재정상황이 차츰 안정화 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금융상품 간 수익률 격차로 비롯되는 대규모 자산 이동에 대한 공포도 이번 조치로 방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채권 물량이 쏟아져 매각이 불가능한 상황까지 가면 보험사들의 유동성 위기로 지불불이행까지 이어질 수 있다"며 "이번 완화 대책으로 많은 보험사들이 숨 돌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