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험 비용 2조원 육박
중·장기 관리 부담 덜어
생명보험사들이 재보험에 쓴 돈이 1년 새 3000억원 넘게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새 회계제도와 금리 인상 기조에 대한 부담을 덜어내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특히 최근에는 국내 최대 생보사인 삼성생명까지 코리안리와 대규모 공동재보험 계약을 진행하며 생보사들의 재보험 러브콜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5일 생보협회에 따르면 생명보험사 22곳의 3분기 누적 재보험비용은 1조947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8%(3075억원) 늘었다. 이대로라면 생보업계의 올해 연간 재보험비용은 2조원을 훌쩍 넘길 것으로 보인다.
재보험이란 중장기적인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 보험회사가 드는 보험이다. 보험사 혼자 부담하기 어려운 큰 금액의 계약을 진행했거나 위험분산이 충분하지 않을 경우 이용한다. 재보험비용은 출재보험료로 보험사가 재보험에 가입할 때 내는 보험료다. 반대로 재보험사가 거둬들이는 보험료는 수재보험료라고 칭한다.
삼성생명의 재보험비용은 4628억원으로 업계서 가장 큰 규모를 기록했다. 지난달 말에는 추가로 계약을 체결했다. 코리안리와 지난 1년간의 거래 효익 분석을 통해 공동재보험 거래방안에 합의해 진행됐다. 거래규모는 5000억원으로 지난 1일부터 개시됐다. 이에 연말까지 재보험비용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신한라이프도 올해 초 코리안리와 2300억원 규모의 공동재보험 거래 협정을 체결한 바 있다. 이에 올해 3분기 누적 재보험비용이 349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86.0%(3328억원) 급증했다.
이처럼 내년 시행되는 신회계제도에 대비하기 위해 자본 관리하고 부채 리스크를 관리해야 하는 상황에서 재보험이 급부상하고 있다. 최근 악화되는 채권 시장과 올라가는 금리를 고려할 때 중장기적 차원의 관리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에 보험사들은 신종자본증권이나 후순위채권을 발행하며 자본을 확충해왔다. 즉각적으로 개선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경우 고금리를 사용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어 최근 재보험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삼성생명과 신한라이프가 가입한 공동재보험의 경우 위험보험료 외에도 저축보험료와 금리 위험 등을 재보험사에 이전할 수 있다. 전통적 재보험은 1년 단위의 갱신형이지만 공동재보험은 장기보험계약이다. 이 제도는 2020년 6월 도입됐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중장기적인 차원의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 경우 재보험에 가입하는 것이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며 "다만 어느정도 자본 여력이 있는 회사에게만 해당되는 경우"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