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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이코노미스트 “일본 만화 저물고 한국 웹툰 뜬다”


입력 2022.12.12 17:15 수정 2022.12.12 17:29        김상도 기자 (marine9442@dailian.co.kr)

일본 만화 산업, 연령 30대 고령화 문제에 직면

한국 웹툰 넷플릭스 드라마로 만들어지며 전성기



웹툰 원작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 ⓒ JTBC/ 연합뉴스

디지털시대에 맞춰 등장한 한국 웹툰에 밀려 일본 만화산업의 위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이태원 클라쓰’나 ‘나 혼자만 레벨업’ 등 한국 웹툰이 일본 독자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지만 일본 출판사들은 여전히 인쇄 기반의 만화를 고집하는 바람에 쇠락의 길로 들어섰다는 것이다.


영국 시사주간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10일자에 게재한 ‘한국 웹툰에 의해 빛이 바래고 있는 일본 망가(만화)’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일본의 '망가'산업이 한국 웹툰의 폭풍 공세를 견뎌내지 못하고 만화산업의 주도권을 잃어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코노미스지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만화시장 규모는 전년보다 2.3% 감소한 2650억엔(약 2조 5322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세계 웹툰 시장 규모는 그 두 배인 37억 달러(약 4조 8396억원)로 평가됐다. 오는 2030년에는 현재의 17배인 560억 달러 규모로 급성장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만화종주국’ 일본의 위상이 흔들리는 데에는 특유의 전통을 고집하는 태도가 한 몫 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주간지에 연재하는 만화가 인기를 끌면 단행본으로 나오는 식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일본 만화산업의 메커니즘이 1960년대 이후로 60년째 그대로라는 얘기다.


‘신성불가침’으로 여겨지는 일본 만화읽기 형식도 쇠락 요인으로 꼽힌다. 일본 만화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밑으로 시선을 내리면서도 같은 순서로 읽어야 한다. 꽤 번거로운 읽기 방식을 두고 만화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이와모토 케이타는 이렇게 표현했다. “만화를 읽을 줄 아는 유일한 사람들은 일본인과 한국인, 그리고 전 세계의 괴짜들이다.”


이에 비해 한국 웹툰은 스마트폰에 최적화된 읽기 방식으로 쭉쭉 스크롤하면서 위에서 아래로, 직관적으로 읽을 수 있는 덕분에 빠르게 성장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다 한국 웹툰은 세계적 인기를 얻은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과 아이돌 그룹 BTS 등과 함께 ‘혁신’, ‘스마트 마케팅’이이라는 이미지의 덕을 보고 있다. 반면 일본 정부가 자국의 ‘소프트 파워’ 역량을 대외에 홍보하려 만화 등 문화 산업을 지원하고자 내놓은 ‘쿨재팬’ 정책은 실패했으며, 막대한 손실로 조만간 폐기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앞서 지난달 22일 ‘쿨 재팬 펀드’의 지난해 말 적자가 309억엔에 달해 운영이 어려울 정도라고 밝혔다. 쿨 재팬 펀드는 일본 문화의 해외 판매를 지원한다는 목적으로 2013년 민관이 함께 설립한 펀드다. 일본 정부가 1066억엔, 민간기업이 107억엔을 출자했다.


다만 “망가는 정교한 이야기를 전할 수 있는 구조, 밀리미터(㎜) 수준으로 그려지는 섬세한 그림 등 강점을 여전히 뽐내고 있다”며 이노우에 다케히코의 ‘배가본드’, 미우라 겐타로의 ‘베르세르크’ 등을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다.


하지만 주요 출판사들은 일본 내 충성 독자들 덕분에 만화의 애니메이션화, 연관 상품개발 등으로 매출을 올리면서 변화에 대한 동기를 부여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예컨대 만화 잡지 ‘주간 소년 점프’로 유명한 출판사 슈에이샤는 지난해 만화 ‘귀멸의 칼날’의 인기에 힘입어 역대 최고 매출을 기록했다. 이코노미스트는 “1959년 창간된 ‘주간 소년 매거진’ 평균 독자 연령대가 30세를 넘어섰다”며 “망가는 결국 노인들의 문화가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김상도 기자 (sara0873@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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