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STX중공업 인수전 참여 기정사실화
대우조선 인수 매듭짓기 전부터 경쟁력 확보 나서
이미 출전한 현대중공업과의 치열한 인수전 전망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마무리 짓기 전부터 HD현대와의 자존심 싸움에 나설 태세다. HD현대 중간지주사 한국조선해양이 참여한 STX중공업 인수전에 한화가 뛰어들면서, 양 그룹이 맞붙게 된 것이다. STX중공업 인수 여부가 앞으로 조선 산업에서의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기에 양측의 치열한 힘겨루기가 예상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는 이달 중순에 진행된 STX중공업 인수를 위한 예비입찰 참여 후 실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대우조선해양 인수 본계약을 체결한 한화가 조선 사업에서의 시너지 창출을 위해 일찌감치 추가 인수·합병(M&A)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인수 대상은 국내 사모펀드(PEF) 파인트리파트너스가 보유한 STX중공업 지분 47.81%다. 금액은 1000억원대 초반으로 추정된다. 예비 입찰에는 한국조선해양, HSD엔진(옛 두산엔진), 해외 1곳이 참여했다.
한화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확인해 줄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이번 한화의 입찰 참여는 무엇보다 대우조선해양을 염두에 두고 이뤄졌단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화가 선박에서 엔진까지 수직계열화를 이뤄 대우조선해양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나섰단 분석이다.
STX중공업의 주 고객사가 대우조선해양이란 점도 이 분석에 무게를 실어준다. 지난 9월 30일 기준 STX중공업의 주요 매출처별 매출현황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STX중공업 매출의 27.21%를 차지하고 있다. 매출금액은 359억4800만원이다.
한화가 STX중공업 인수에 성공할 경우 얻을 수 있는 이점은 다양하다.
우선 HD현대와 유사한 사업구조를 구축하며, 경쟁사를 견제하기 수월해진다. 조선3사 중 유일하게 엔진사업부를 갖춘 HD현대는 중대형엔진 시장에서 독보적 지위를 구축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대형 선박엔진 시장에서 점유율 35%를 차지하며, 세계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만드는 엔진 타입이 같진 않지만 한화가 조선소와 함께 엔진업체를 확보함으로써 HD현대에 견줄만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격 경쟁력 확보도 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기자재업체가 생긴다면 필요할 때 물량을 받기 쉬워지고, 아무래도 이전보다 저렴하게 물량을 들여올 수도 있으니 가격 절감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HD현대 역시 STX중공업 인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긍정적 요인이 많은 만큼 이번 인수전은 한껏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미 엔진 시장에 진입한 현대중공업은 STX중공업 인수로 규모가 커지고 있는 선박 엔진시장에서의 지배력을 확실히 키울 수 있다.
친환경 기조에 따라 액화천연가스(LNG)선과 함께 LNG 엔진 수요는 덩달아 증가하고 있는데, STX중공업은 선박용 디젤엔진과 DF엔진, LNG·액화석유가스(LPG) 엔진 등에 강점을 갖췄다.
HD현대는 이 수요에 대응하는 것은 물론 중소형 엔진까지 스펙트럼을 다양화하고, 그룹 내 조선사업과의 시너지를 창출할 계획이다.
실제 STX중공업 인수를 통해 현대중공업의 선박용 엔진기계 시장 점유율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인수의 함의는 STX중공업의 비교우위를 이용해 성장하는 선박용 엔진기계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는 것"이라며 "생산 설비와 가동률 면에서 현대중공업이 절대우위에 있다. 양사의 연간 선박 엔진기계 생산 능력은 현대중공업 1200만 마력이며, STX중공업 130만 마력이다. 현대중공업의 가동률이 100%인 반면, STX중공업은 25%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대미포조선 향 중형선 엔진기계 물량을 STX중공업에 분산하고, 현대중공업은 잉여설비를 대형선 엔진기계 제작에 집중한다면 양사 시너지가 발현될 것”이라며 “엔진기계 사업부 매출확대, 친환경 spec 엔진 채택으로 인한 영업이익률 상승이, STX중공업 인수로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