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원장 출신 '尹 연대보증인' 자처
'윤심'에서 멀어진 羅와 차별적 지점
일각, 尹과 대선 단일화 '약속' 추정도
"결선 투표 1위 자신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아직은 '객장'에 가깝다. 지난해 3월 대선을 앞두고 극적인 단일화를 통해 입당한 지 아직 1년도 채 되지 않았다. 8회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재보선을 통해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 원내에 진입한 때를 기준으로 하면 이제 7개월 정도에 불과하다. 원내외 인사들과 한 번 접촉하기에도 부족한 시간이었다.
이를 반영하듯 당내 기반은 경쟁 후보들과 비교해 최약체에 가깝다. 지난 18일 안 의원의 전당대회 캠프 출정식에는 주최 측 추산 300여 명이 자리했으나, 이 가운데 현역의원은 이명수·최연숙·지성호 의원 등 3명 정도에 그쳤다. 친윤 주류의 지지를 받는 김기현 의원의 여의도 출정식에 당의 원로들과 현역의원 수십 명이 참석한 것과 비교하면 차이는 확연했다.
하지만 국민적 인지도와 함께 친윤과 비윤의 경계에 위치하며 확장 잠재력만큼은 타 후보들과 비교해 확실한 강점으로 꼽힌다. 권성동·장제원 의원으로 대표되는 계파로서의 친윤 그룹에는 분명히 포함되지 않지만, 윤석열 정부 인수위원장을 맡아 120대 국정과제를 선정하는 등 비윤과 구분되는 지점이 분명히 존재한다. 안 의원은 자신있게 "윤석열 정부의 연대보증인"을 자처하고 있다.
계파로서 친윤은 아니지만 친윤을 표방하고 있는 나경원 전 의원과는 공교롭게도 '윤심'에서 차별화가 됐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은 나 전 의원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위원장과 기후대사에서 해임했는데, 정치권 안팎에서는 "나 전 의원은 '윤심' 후보가 아니라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이후 장제원 의원의 "반윤 우두머리"라는 발언을 시작으로 친윤 그룹의 파상공세가 이어진 바 있다.
이에 반해 안 의원에 대해서는 대통령실의 특별한 '비토' 정서는 감지되지 않는다. 오히려 지난 1월 대통령실 신년인사회를 계기로 윤 대통령 내외가 안 의원 내외를 관저 만찬에 초청한 사실도 밝혀졌다. 안 의원은 "(윤 대통령이 순방에서) 돌아오면 약속에 대해 의견을 나눌 것"이라며 "김기현 의원이 윤 대통령과 관계가 좋다고 하는데 저도 못지 않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지난 대선 단일화 과정의 '약속'이 있지 않았겠느냐는 추정도 내놓는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단일화 과정에서 윤 대통령이 어떤 언질을 주지 않았겠느냐"며 "안 의원은 그것을 믿고 합당을 했고 당대표를 추구하지 않느냐 가정할 수 있다"고 했었다. 나아가 "친윤 당대표 체제로 총선이 뜻대로 되지 않는다면, 이후 정치적 상황은 우리가 다 예측할 수 있지 않느냐"며 정권의 방파제로서 안 의원을 더 적합한 카드로 꼽기도 했다.
중도확장성 바탕으로 결선 1위 전략
양자 대결서 金·羅 보다 우위 조사도
중도확장성이 강점인 안 의원은 '양강' 전략을 펴고 있다. 1차 투표에서 최소 2위를 차지한 뒤 결선에서 다른 후보들의 표를 흡수해 역전을 노리는 게 핵심이다. 그간 당대표 적합도 조사에서 안 의원은 비록 1위는 차지하지 못했지만, 당심과 민심을 통틀어 꾸준히 2위 그룹에 이름을 올리며 저력을 보여왔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당내에서도 일정 규모의 확고한 지지층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KBS와 한국리서치가 지난 18~20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 중 국민의힘 지지층 332명에게 차기 당대표 적합도를 물은 결과, 안 의원은 19.3%로 김기현 의원(28.2%)에 이어 2위였다. 김 의원과의 격차는 8.9%p로 오차범위(±5.4%) 이내였다. 나 전 의원은 14.9%, 유 전 의원은 8.4%였다.
MBC와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이 지난 18~1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1명 중 국민의힘 지지층 389명에게 조사한 결과에서는 안 의원이 20.3%로 김 의원(22.8%)을 바짝 추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 전 의원과 유 전 의원은 각각 15.5%와 8.3%를 기록했다.
특히 결선을 가정한 양자 대결에서는 안 의원이 43.8%로 김 의원(37.6%)을 오차범위(±5.0%p) 내에서 앞섰고, 나 전 의원을 상대했을 경우에는 안 의원이 50.4%로 29.8%에 그친 나 전 의원을 오차범위 밖에서 따돌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김무성 '상향식 공천' 승리 공식 재현
선명성 부족 등 2위 전략 한계점도
결선 승리 전략을 위한 구체적인 전술은 '수도권 연대'와 '공정 공천'이 두 축이다. 수도권 연대는 이른바 김장 연대를 '영남 연대'로 고립시켜 표심의 북상을 저지하는 동시에, 나 전 의원 혹은 윤상현 의원 등 수도권을 기반으로 하는 다른 후보들과의 접점을 넓히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나 전 의원이나 윤 의원도 수도권 연대에 호응하며 공감대를 쌓아가고 있다. 나 전 의원을 겨냥한 친윤 그룹의 공세가 거세지자 안 의원은 "집단 린치를 그만 두라"며 적극 방어에 나서기도 했다.
공정한 공천은 친윤 주류에 속하지 못해 공천 불이익을 걱정하는 원내외 인사들을 포섭하기 위한 메시지다. 2014년 새누리당 전당대회 당시 김무성 의원이 친박의 지지를 받았던 서청원 의원을 상대로 승리 방정식을 만들어 냈던 '상향식 공천'과 같은 맥락이다. 당시를 회고하는 국민의힘 관계자들은 "겉으로 드러내진 않았지만, 공천학살을 걱정해 내심 김 전 의원을 응원하는 원내외 인사들이 많았다"고 했다.
다만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다. 타 후보들과 연대의 끈을 이어가면서도 최소 2위를 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병행해야 하기 때문에 한 치의 실수도 없는 균형감이 필수적이다. 우여곡절 끝에 결선에 올라가더라도 다른 후보를 지지했던 당원들이 연대에 따라 표심을 움직여줄지도 확신할 수 없다. 선거 전략통들 사이 "1위 전략보다 2위 전략이 더 힘들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국민의힘의 한 전직의원은 "확장성이 크다는 건 다른 측면에서 보면 선명성이 부족하다는 의미도 된다"며 "안 의원은 그간의 선거에서 중도확장성을 바탕으로 초반 좋은 분위기로 시작했으나 뒷심이 약했던 것은 다양한 쟁점에서 노선이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특히 결선으로 가게 된다면 보다 구체적인 공천과 총선 승리 전략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