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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 국민투표 답하라"…국민의힘 '이재명 고립화' 가속


입력 2025.04.09 00:30 수정 2025.04.09 06:42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잠룡들 입모아 "이재명, '개헌 약속' 지켜라"

개헌에 "국론 분열 원인" 李…침묵만 지속

'개헌 찬성 vs 개헌 반대' 재편 가능성 제기

"이재명 거부 못할 개헌안 내서 진심 보여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해 개헌안 국민투표 수용을 촉구한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과 권성동 원내대표(왼쪽)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국민의힘이 '개헌'에 침묵하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해 십자포화를 퍼붓고 있다. 전국민적인 염원이 담긴 개헌에 침묵하고 있단 것 자체가 이 대표의 야욕을 드러낸다는 점을 주지시키는 것을 넘어 '비상계엄'보다 더 위험한 의회독점과 제왕적 대통령제를 함께 휘두르려는 의도를 갖고 있단 걸 알리기 위해서다.


이 같은 전략이 효과를 거둘 경우 이번 대선 프레임 자체가 '개헌 찬성 vs 개헌 반대'로 꾸려져, 이 대표가 고립되는 모습이 연출될 수도 있는 만큼, 국민의힘 내부에선 하루 빨리 거부할 수 없는 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8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지난 2022년 9월 이재명 대표는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국회 개헌특위 구성과 개헌안 국민투표를 공식 제안했고, 최근 정대철 헌정회장과의 통화에서는 '조기 대선 이전에 개헌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고 한다"며 "그런데 막상 개헌 논의가 본격화하자 안면몰수를 하며 개헌 논의를 거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 대표가 개헌 논의를 거부하는 이유는 명백하다. 양손에 의회와 정부를 쥐고 총통처럼 절대권력을 휘둘러보겠다는 것"이라며 "사리사욕 때문에 국가 백년대계에 해당하는 개헌에 대해서도 수시로 입장을 바꾸는 사람을 어떻게 정치 지도자라고 부를 수 있겠느냐"라고 꼬집었다.


이양수 사무총장도 같은 회의에서 "국민들, 국민의힘, 민주당 비명(비이재명)계, 국회의장 모두가 찬성하는 개헌 추진을 오로지 이재명 혼자서만 반대하고 있다"며 "돌아서면 조변석개식으로 바뀌는 이재명 대표의 말 바꾸기에 국민들은 어지럽다. 이 대표는 3년 전 국민과의 개헌 약속을 반드시 지키라"고 요구했다.


이 대표와 직접적인 대결을 펼칠 가능성이 높은 국민의힘 내 대권 잠룡들은 아예 '3년 임기 단축' 카드를 꺼내들며 이 대표를 향한 압박의 강도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이날 출마선언을 한 이정현 전 새누리당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이 되면 가장 먼저 개헌을 추진하고, 스스로 임기를 3년으로 단축하겠다. 국민헌법 형태로 개헌을 관철하겠다"고 강조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는 전날 페이스북에 "이 대표가 개헌을 구체적으로 약속 못하는 이유는 의회독재에 제왕적 대통령 권력, 그리고 임기중 대법원장과 헌법재판소장 임명으로 입법·행정·법원·헌재까지 모두 장악한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지고 5년간 본인 한 몸 지켜야 하기 때문"이라며 "그러면 '일상계엄'이 펼쳐진다. 임기를 3년으로 줄여서라도 반드시 구시대를 끝내고, 개헌으로 새로운 시대를 열겠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개헌안에 대해 "국론 분열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발언했다. 오른쪽은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앞서 이 대표는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대선 때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실시하자'는 우원식 국회의장의 전날 제안을 거절하면서 "우선은 내란종식에 좀 집중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심지어 이 대표는 "(개헌은) 논쟁의 여지가 커서 결과는 못 내고 논쟁만 하는 국론 분열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논리를 펼치며, 자신의 과거 주장을 뒤집는 발언까지 꺼내기도 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한 의원은 "이재명이 몇년 전에 개헌 얘기한 영상을 인터넷에만 찾아도 수백 개나 쉽게 찾을 수 있는데, 이제 와서 국론 분열이 돼서 못하겠다고 하니 진짜 분열된건 그의 머릿속이 아닌가 싶다"며 "본인한테 온 5년짜리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서 말바꾸기 한다는 건 전국민이 다 알고 있는데, 대체 어디까지 자기 자신을 속이려는지 모르겠다"고 직격했다.


국민의힘이 개헌을 고리로 이 대표를 흔드는 이유는 개헌이 현실화되기 위해선 이 대표의 동의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개헌을 위해선 국회의원 200석 이상의 동의가 필요한 만큼 과반 의석을 차지한 민주당이 반대하면 사실상 불가능하다.


국민 다수가 개헌 필요성에 공감하는 만큼 개헌에 사실상 반대하고 있는 이 대표의 행태를 외부에 알리는 순간, 대선 구도가 '개헌 세력 대(對) 반개헌 세력'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뿐만 아니라 국민의힘은 비상계엄과 탄핵 인용으로 빚어진 이번 혼란스러운 정국 상황이야말로 개헌을 추진하기에 적기라는 판단으로 이 대표를 향한 공세를 계속할 전망이다.


국민의힘 개헌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주호영 국회부의장은 지난 7일 페이스북에 "개헌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는 그 어느 때보다 확고하다"며 "견제와 균형이 작동하는 헌법체계를 지금 마련하지 않는다면, 우리 정치권은 국민들에게 씻지 못할 큰 죄를 저지르게 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주 부의장은 "대통령직에 가장 근접한 사람이 이런저런 이유를 둘러대면서 개헌을 거부하는 일이 반복돼선 안된다. 국회에 개헌특위를 설치해 놓고 시간만 허비해서도 안된다"며 "입법권과 행정권을 모두 장악한 대통령이 국민 위에 폭군으로 군림하는 장면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 이것이 국민의 간절한 소망"이라고 이 대표를 향한 압박에 나섰다.


또 다른 국민의힘 한 의원은 "우리 당의 개헌 주장이 정치공학적인 게 아니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국민들이 원하는 안을 빨리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며 "지금 민주당이 지적하는 국민투표 관련 장애물까지 빠르게 정리해서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안을 내놓으면 이재명과는 진짜 다르구나 하는 걸 알리기 쉬워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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