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안팎서 '한덕수 대권 출마설' 등장
호남 당협 "韓 국민 신뢰·지지 얻어"
일부는 '선거 관리' 책무에 부정 발언
'韓 결심'에 주목…"일단 결심해야"
국민의힘 내부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대선 출마를 요구하는 목소리에 갑론을박이 나오고 있다. 호남 출신인데다 경제통인 한 권한대행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의 차별화를 부각시킬 수 있을 것이란 의견과, 대선을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의무를 지닌 한 권한대행의 출마가 오히려 대선 판을 어지럽힐 것이란 의견이 대립하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내 호남 지역 당협위원장들은 1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작금의 국가 비상시국에 (한 대행이)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보여준 위기관리 능력과 과감한 결단력은 국가 최고지도자로서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얻고 있다"며 한 권한대행의 21대 대선 출마를 촉구했다.
이들은 "지금 대한민국은 그 어느 때보다도 통합의 리더십과 안정적 국가 운영으로 민생경제를 살리고, 실타래처럼 엉켜 있는 국제관계를 원만히 풀어낼 수 있는 국가 지도자가 간절히 필요할 때"라며 "30년 이상 공직에 몸담았던 한 대행은 그간 경제는 물론 외교와 행정을 두루 거치며 연륜을 갖춘 실용적 리더로서 국정 전반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과 안정감 있는 국정운영 능력이 검증됐다"고 강조했다.
전남 고흥 출신으로 정치권의 전략·기획통으로 꼽히는 장성민 전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내란몰이에 매몰된 망국의 정치가 아니라, 트럼프발 관세전쟁의 위기를 한미공동 경제번영의 기회로 반전시킬 글로벌 외교안보의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대선이 내란몰이 탄핵의 강을 훌쩍 건너뛰어 통상전쟁으로부터 경제를 한 차원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국부 축적의 리더십'이 출현해야 나라가 산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당내에선 한 권한대행의 대선 출마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탄력을 받고 있다. 신동욱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지난 9일 당 원로 격인 상임고문단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여러 (상임고문) 분이 한덕수 대행이 이번 경선에 참여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말씀을 했다"며 "(경선 출마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더 많았다. 다들 (한 대행을) 경선에 모시는 게 어떠하냐고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당내에서도 한 권한대행의 출마를 기대하는 모양새다. 황우여 당 선거관리위원장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한 권한대행의 출마론에 대해 "아마 의원 일부가 그런 말을 하는 것 아닌가 추측한다"며 "한 대행 본인도 준비기간이 없기 때문에 (출마 의사가 있다면) 열차에 빨리 타셔야 한다"고 말했다.
한 권한대행의 출마설에 불을 붙인 건 지난 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일 밤 한 권한대행과 첫 통화에서 대선 출마 의향을 직접 물어본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한 권한대행은 호남 출신에 경제·외교통이다. 이재명이 갖지 못하고 있는 부분을 모두 가지고 있는 셈"이라며 "당내에서도 한 권한대행의 출마를 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나오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권한대행의 출마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도 없진 않다. 조기대선을 관리해야 하는 입장에서 무리한 출마를 통해 당에 어려움을 끼치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서다.
김대식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에 나와 "내가 알고 있는 한덕수 권한대행은 이번 대선에 절대 나오지 않는다"며 "내가 '절대'라는 말을 붙이는 이유가 있다. 한덕수 총리는 조선왕조 500년 역사에 나오는 칠삭둥이 한명회 이후 청주 한 씨를 빛낸 분이다. 자기를 옹립하는 것이 아니라 54일 남은 대선을 잘 관리하고 명예롭게 사시려고 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장예찬 전 청년최고위원도 지난 9일 페이스북에 "국민의힘 의원 일부가 '한덕수 대행 출마 요청' 연판장에 서명을 추진한다는 제보를 받았다"며 "보수는 자존심도 없느냐. 매번 바깥에서 새 인물만 찾는 기회주의적 행보를 언제까지 할 생각이냐"라고 비판했다.
한 권한대행의 출마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국민의힘 대권 잠룡들이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여전히 '친윤' 색채가 강한 당 특성상 한 권한대행이 출마하면 경선 구도에 큰 변수가 만들어질 수도 있단 분석에서다.
또 다른 국민의힘 한 의원은 "탄핵 당하긴 했지만 아직까진 '윤석열의 시간'이다. 그런 상황에서 함께 일했던 한 권한대행이 나온다는 건 잠룡들에겐 부담일 것"이라며 "윤 전 대통령이 한 권한대행을 점찍었단 얘기도 나오는 만큼 잠룡들의 긴장감은 당연히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한 권한대행의 결심이다. 한 권한대행은 최근 총리실 간부를 만난 자리에선 "대선의 'ㄷ'자도 꺼내지 말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출마설에 선을 그은 발언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가장 중요한 건 한 권한대행의 결심"이라며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대권 판도가 뒤집힐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