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월에 기소됐고 수사 받고 있어…제 기록도 못봐서 증언할 수 없어"
재판부, 문답 가능한 방안 제시했으나…金 거부로 증인 신문 30일로 연기
이화영 32차 공판도 증인 출석 예정이었으나…입장 준비 미흡으로 불출석
金, 5차례 진행된 본인 사건 공판준비기일도 출석 안해…재판 내내 비협조
쌍방울 그룹으로부터 억대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재판에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이 증인으로 출석했으나 증언을 거부했다.
23일 복수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수원지법 형사11부(신진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전 부지사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 33차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김 전 회장은 "관련 기록을 검토하지 못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저도) 올해 2월에 기소됐고 수사를 받고 있다"며 "죄송하지만 제 기록도 보지 못했기 때문에 오늘 증언하기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효율적인 공판 진행을 위해 김 전 회장에게 다툼이 없는 범죄 사실에만 문답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김 전 회장의 거부로 증인 신문은 오는 30일로 연기됐다.
김 전 회장은 지난 16일 이 전 부지사의 32차 공판에 증인으로 나오기로 했으나 "입장 정리가 다 안 됐다"는 등 이유로 이미 한차례 불출석했다.
김 전 회장은 2019년 북한에 800만 달러를 전달한 혐의(외국환거래법 위반) 및 횡령·배임 등으로 구속기소 돼 오는 26일 첫 공판을 앞두고 있다.
그는 5차례 진행된 본인 사건의 공판준비기일에도 출석하지 않았었다.
올해 2월 기소된 이후 처음으로 이날 법정에 모습을 드러낸 김 전 회장은 뿔테 안경을 착용하고 반소매 녹색 수의 차림이었다. 마스크는 착용하지 않았다.
피고인석에 앉은 이 전 부지사는 증인석에 선 김 전 회장을 몇차례 쳐다보긴 했으나, 김 전 회장이 이 전 부지사 쪽을 바라보는 모습은 포착되지 않았다.
서로 호형호제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던 이들은 지난 1월 김 전 회장이 해외 도피 중 압송돼 검찰 수사를 받기 시작한 뒤 상반된 주장을 하며 관계가 틀어졌다.
김 전 회장은 "이화영 전 부지사의 요청으로 경기도를 대신해 대북 송금했다"는 입장이다.
또 이 전 부지사에게 회사 법인카드와 차량 등 3억여원의 뇌물 및 불법 정치자금을 줬다고 인정하고 있다.
한편 검찰은 지난 18일 재판부가 직권으로 발부한 국정원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통해 이 전 부지사가 2018년 10월 부지사 시절 방북했을 당시 조선아태위 김성혜 실장에게 스마트팜 조성 사업비 등 50억원을 지원하기로 한 내용의 문건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전 부지사가 약속을 지키지 않아 김성혜 실장이 곤경에 처한 정황 등도 보고서에 담겼다며 형사소송법에 따라 문건을 선별해 추가 증거로 신청할 방침이다.
검찰의 국정원 압수수색은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이 이 전 부지사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 전 부지사의 스마트팜 사업비 지원 관련 내용을 국정원에 보고했다고 증언한 것을 계기로 이뤄졌다.
이 전 부지사는 쌍방울 법인카드 사용을 비롯한 대북 송금 연루 등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